“동남아 사람들요? 아직 한창 멀었지요!”라는 편견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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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사람들요? 아직 한창 멀었지요!”라는 편견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9)
  • 뉴스앤잡
  • 승인 2020.01.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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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인 내가 변하니까 그들이 최고의 인재들이더라

“저는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근무중입니다. 자카르타 남부에 있는 봉제제품 공장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서울 남쪽의 성남정도 위치입니다.”로 말문을 열었다. “우리 동문들은 모두가 동남아국가에서 전세계로 수출되는 경공업, 섬유제품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복인 바틱(Batik)을 입고 나와 베트남, 미얀마, 태국에서 온 동문들에게 회사와 경험을 소개한다. 청중들 모두가 색다른 모습과 내용에 놀라고 있었다.

“최근에 깨달은 것은 우리가 동남아국가 사람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주로 일하고 있는 사장님이나 공장장님의 경험으로부터 들은 것을 기반으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과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못나고 수준이 낮은 사람이 아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더 부지런하고, 더 착하더라는 결론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우중 회장님께서 굳이 현지에 와서 1년이란 시간동안 공부를 시켰는지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확 깨게 만드는 스피치 내용이다.

한 달 전인 작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졸업생 1,000명의 총동문회창립대회에서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의 4개 국가 서로를 알게 하는 네트워킹 행사에서 인도네시아 대표인 박건수(가명, 육군3사관학교 심리학과)과장의 말이었다. 2박 3일간 서로의 비즈니스와 지역, 국가 이해를 돕고 업무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미래의 비즈니스맨으로 커나가며 사업할 때에도 서로 힘이 되자는 취지였다.

주인공 박과장은 2016년 5월에 GYBM 2기과정에 들어와 2018년 4월에 수료와 동시에 취업했다가 1년만에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별도 자리를 만들어 자세하게 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재직중인 섬유봉제(縫製)업체 ‘PF사(가칭)’은 직원 1,000여명정도에 한국인 4명이 있으며 매니저급은 박과장 혼자이며 영업전체를 관리하는 위치이다. 생산관리와 품질만 공장장이 맡아 하기에 생산전후를 책임지는 마케팅 팀장이라는 직함으로 일하며 제품 출고와 수출, 고객반응 체크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고하는 단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발생되어 작년 6월 입사부터 3개월내내 머리가 아팠다. 제품 출고수량이 부족하고 물건을 찾고 이유를 찾느라고 잔업을 하게 된다. 어떤 날은 밤도 꼬박 새었다. 관련 데이터를 직원들에게 요구해도 하루이틀 늦는 것이 예사였다. 일도 남았는데 그냥 퇴근해버린다. 연장수당도 지급해야하니 회사 수익성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까?

고민하다가 우선 군대와 연수원에서 배운 목표관리(MBO;Management by Objectives)기법이 생각났다. “업무 종료 시한을 정하고 알리자. 해당업무 전후의 프로세스도 따져 시각을 확장해보자”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첫째, 업무 지시할 때 완료가능 날짜를 확인 후 타겟날짜를 주고, 수시로 확인했다.
둘째, 현지관리자의 담당업무범위를 전후로 확장하여 이해시켰다. 불필요한 잔업으로인한 손실을 설명하고 업무 관여도를 높이며 책임감을 키워 나갔다.
셋째, 스스로 데이터관리에 경각심을 가지도록 했다. 가지고 오는 숫자의 틀릴 가능성을 전제로 두세 번 확인하는 것을 습관화했다. 직원들도 긴장하며 챙겨 나가니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격하게 실수가 줄었다.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잘못 이해했던 3가지가 다 깨어졌습니다. ‘게으르다(날짜 초과), 책임감없다(시간 지나면 퇴근), 디테일에 약하다(수량 데이터의 부정확)’며 무시하고 깔본 것이 그들의 문제가 아닌 것이었습니다. 게으른 것이 아니고 느린 것이며,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닌 명확한 타겟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며, 복잡한 것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뭉실하게 지시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매니저, 박건수의 문제였습니다. 공장은 아침 6시 30분만 되면 출근하고 북적댑니다. 어떻게 게으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한다.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두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필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연수초기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너무 고맙습니다. 김우중 회장님께서 작고하셨다는 소식에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좋은 경험은 회장님과 대우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동문들도 모두 좋은 깨달음을 서로 공유하며 30여년전에 먼저 동남아로 나와 현지화를 위해 고생하신 선배세대를 능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에 모인 300여명의 동문이 너무 대단하고 소중합니다”
연수과정에서 늘 해주는 잔소리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현지에서 절대 군림하러 들지 말아라. 일반기준의 국력이나 소득으로 평가하지 말아라. 그들 고유의 문화가 있다. 현지에서 1년간 배우는 현지 언어는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마음을 얻어 더불어 잘 살자고 하는 목적이다. 언어공부, 돈버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면 안된다”

박과장은 입고 있던 바틱을 소개하며 한술 더 떴다. “그런 의미로 오늘 이 옷을 입고 왔습니다. 혹시 티셔츠를 입었다고 예의없다 생각하지 마십시요. 인도네시아 최고의 격조있는 복장입니다.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입는 옷입니다.”

“그래? 몰랐네. 박과장 덕분에 또 공부하는구나”라고 맞장구를 쳤다. 필자도 익히 아는 일이었고 작년에 인도네시아에서 하나 구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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