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진수 가천대 교수, 손으로 느끼는 아이패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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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진수 가천대 교수, 손으로 느끼는 아이패드 개발!
  • 서설화 기자
  • 승인 2019.12.16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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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점자패드 개발
조진수 가천대 교수, 시각장애인의 북극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앞을 못 보는 지인에게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을 열어주고 싶어서 모바일 점자패드를 개발하였다. 모바일 점자패드는 시각장애인이 교육, 문화 및 여가 등의 일상 정보 뿐 아니라 상위 직업군에 진입하기 위한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게 하는 휴대형 제품이다.

시각장애인을 향한 그의 따스한 마음이 지난 10년 동안 점자패드에 대한 연구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빛을 발해 점자패드가 상용화되기에 이르렀고, 지난 11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모바일 점자패드를 개발한 조진수 가천대 교수, 그를 만나 제품 개발과정에 대한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점자패드를 개발하였다. / 사진 = 김유진 기자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점자패드를 개발하였다. / 사진 = 김유진 기자

 

  * Situation – 손으로 눈을 대신하다!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지인이 저희 아이들을 만났는데 애들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는 장면을 봤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손의 촉감을 통해 시각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사람이 지나가면 벽면에서 막대기가 툭툭 튀어나오는 예술 작품을 보았다. 그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각장애인들이 막대기가 툭툭 튀어나오는 걸 만지면 사람이 지나가는 걸 인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손끝의 감각을 통해 움직이는 점자와 점자그림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신통방통한 기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 Task – 장애를 넘어 직업을 찾는 길!  

조진수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비록 눈으로 보지 못해도 손끝으로 세상과 만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는 서울맹학교의 시각장애인 교사들과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을 들으며 작업을 하니, 시각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점자책은 올록볼록하고 종이도 두껍고 무게나 부피가 커요. 교과서 50페이지를 점자책으로 만들면 500페이지의 분량만큼 두꺼운 책이 되어 들고 다니기도 힘들어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책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 교육현장에서 가볍고 편리한 제품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조진수 교수가 연구를 시작하였다. 시각장애인 중 상당수 분들이 이료(안마)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글자만 배워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우며, 상위 직업군에 진입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 등을 배워야 한다. 현재 맹학교에서 수학이나 과학수업에는 철사를 꼬아서 그래프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점자패드를 도입하면 한결 수월하게 그래프를 설명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들이 수학이나 과학에도 흥미가 생길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애로사항을 쏙쏙 파악하여 그는 휴대하기 편한 가벼운 제품, 수학과 과학 수업을 위해 그래픽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맹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수업에 필요한 '그래픽이 가능한 점자 패드'를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개발하였다.
맹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수업에 필요한 '그래픽이 가능한 점자 패드'를 조진수 가천대 교수는 개발하였다.

 

  * Action – 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지속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았고요.”

조진수 교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연구를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점자패드와 관련하여 현재 수십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감정기복이 없는 침착하고 차분한 그의 성향이 한 가지에 몰입하면 10년 이상을 초심을 유지하며 연구하는데 적격이란 생각이 든다.

“연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요. 대학원생들과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석사과정 2년을 하면 졸업하는 거예요. 일할 만하면 졸업하니 힘들었어요. 10년째 연구하며 안정적인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는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연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장애인 관련 사업은 수익성이 좋지 않아서 복지사업에 가깝다. 모바일 점자패드도 중소기업에서 상용화하려 했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이런 힘든 시기를 조진수 교수는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여기며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조진수 교수가 개발한 제품을 판매사인 PCT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조진수 교수가 개발한 제품을 판매사인 PCT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 Result – 모바일 점자패드 상용화  

조진수 교수는 약 10년간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으로 점자와 점자그림을 표현하는 점자패드기기 ▲수작업으로 점역해야 했던 책을 스캔으로 점자와 점자그림으로 변환하는 SW 기술 ▲촉각을 통해 직접 만져보는 교재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이 응집된 모바일 점자패드는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정보 습득 기계’로 ‘손으로 느끼는 아이패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터넷, 게임, 문서작업, 그림, 글씨 읽기 등을 실시간으로 실행할 수 있고, 수천 권의 책을 제품 안에 저장할 수 있다. 특히 점자패드의 가장 큰 특징은 수학이나 과학 수업에 활용 가능하도록 도표와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적인 요소가 있어 교육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모바일 점자패드는 조진수 가천대 교수의 제자가 창업한 회사 'PCT'에서 시제품이 제작된 상태다. 제품에 대한 카탈로그, 영어버전 동영상 홍보물이 나왔으며, 중국과 수출 계약이 체결되었다. 점자패드를 10년 연구하다 보니 그 결과를 인정받아 지난 11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조진수 가천대 교수, 북극성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 줄기 빛으로 방향을 안내한다!
조진수 가천대 교수, 북극성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 줄기 빛으로 방향을 안내한다!

 

 * STAR – 조진수, 시각장애인의 북극성  

“현재의 점자패드는 키보드를 통해 기기를 제어하는 PC 버전으로 이해하면 돼요. 후속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아이패드와 같이 점자 핀에 손을 터치하면 프로그램이 바로 실행되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스마트한 기기를 만들고자 해요. 여기에 인공지능 기능을 결합하여 보다 편리하게 점자패드를 사용하도록 만들려고 해요. 예를 들어 사진을 찍으면 장면에 대한 설명을 말로 해주는 기능도 추가하고 싶어요.”

최근 가천대(총장 이길여)에서는 학부생을 위한 AI(인공지능)학과를 국내 최초로 설립할 예정이다. 따라서 그가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길 기대한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약 30만명, 전 세계 시각장애인은 약 3억명이다. 하지만 단 10%만이 점자를 익혔고, 단 5%만이 점자 모듈 기기를 사용할 줄 안다. 시각장애인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진수 교수의 점자패드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전문직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조진수 가천대 교수, 깜깜한 어둠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패드로 세상과 만나도록 도와준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북극성처럼 한 줄기 빛으로 방향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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