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의 스킬 프레임워크(역량체계)는 구축 초기단계로 작동사례를 제시하는데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건설기능인의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하는 건설기능등급제 사례는 스킬 프레임워크와 유사한 사례로 제시할 수 있겠다.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5대 경쟁요소인 건설시공, 품질제고, 공기단축, 비용절감, 무재해가 매우 중요함에 따라 기능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기능인력’ 분야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오히려 퇴보되는 동시에 외국인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었고, 건설시공 품질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능인력의 자질 고도화 및 지속적 재생산의 제도화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 마땅한 제도적 수단이 부재하였고, 개선 노력이 한계에 봉착된 실정이었다.

‘기능계 관리자 부재’로 인한 부작용을 살펴보면, 먼저, 건설업자 측면에서는 현장과 맞지 않는 잘못된 설계 도면을 가지고 시공을 요구하는 경우 실제 시공경험 없는 기술계 기술인 또는 학ㆍ경력자는 현장에 맞도록 이를 조정하지 못하고 시공하는 현실로 재시공이 필요해지고, 비용이 증가되며, 공기가 지연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둘째, 근로자측면에서는 기능인 일자리 확보 및 직업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지는 문제가 발생되었다. 기능인력들이 상위 자격증을 취득할 유인이 없어져 숙련형성 촉진에도 위배되고, 이것이 누적되어 상위 자격증 취득자가 부족해질 경우 자격증을 등록기준 및 배치기준에 명시하는 방식의 제도 운영도 한계에 봉착된 것이다. 결국 “기능계 자격증 미활용 ⇒ 자격증 취득 유인 감소 ⇒ 취득자 감소 ⇒ 제도적 명시 곤란 ⇒ 자격증을 매개한 성실업체 육성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불가능⇒ 기능계 자격증 미활용 ⇒ …” 등의 악순환으로 귀결되었다. 산업 및 국가 전체측면에선 기 기능인의 이탈을 방치하여 결국은 국가산업 기반이 약화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건설기능등급제란 건설근로자의 경력, 자격, 교육 또는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직종별 기능등급을 구분해 관리하는 종합 경력관리 체계다(심규범 외, 2022). 기능등급은 근로자의 생산능력을 정량화한 것으로, 숙련도와 직무능력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높은 기능등급의 근로자는 정해진 시간에 다른 근로자보다 더 많은 양질의 생산을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말하며, 건설현장에 투입 시에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설기능등급에서 기능(skill)이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자의 생산능력, 숙련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하고, 기능등급(skill class)이란 기능의 정도나 수준을 서열화한 것으로, 기능등급이 높을수록 또는 숙련수준이 높을수록 단위시간 동안 생산에 필요한 양질의 유효노동(effective labor)을 더 많이 투입되어 생산성의 향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등급 설정이 필요한 이유(스킬 프레임워크 구축되는 이유와 일맥상통)를 살펴보면, 정부로서는 건설산업분야 숙련인력 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건설생산물의 규모 및 특성에 따라 생산과정에 필요한 기능 수준이 달라지므로 기능인력의 적정한 투입 기준으로서 활용할 수 있으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건설경력 축적, 훈련 이수, 자격 취득 등을 통해 향상된 기능 수준을 기준으로 직업생애경로 상의 직업전망을 제시할 수 있겠다.
기능 수준 결정 요소는 노동력 질적 내용의 객관적인 지표로서 스킬 프레임워크에서의 스킬, 즉 역량체계(Qualification)에서의 역량을 의미하는데, 건설기능듭급제에서는 현장경력과 교육훈련과 자격증을 포함하였다. 여기서 현장경력은 기능인력으로서 건설현장에서 일한 근로기간이고(이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쌓여있는 데이터가 있어서 가능), 교육훈련은 실제 활용하는 숙련의 형성에 도움을 준 교육과정 및 훈련과정의 이수현황이며, 자격증은 건설현장에서 실제 활용하는 숙련과 관련된 증명서를 의미한다.
건설기능등급제를 운영하는데 벤치마킹하는 사례로 독일 건설현장의 마이스터 제도다(심규범, 2022). ‘시공경험’을 건설생산으로 되돌리는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마이스터로서의 자부심, 책임감, 전문성을 갖추게 할 수 있다. “나의 두 손으로 주택 건설, 거기서 사는 행복한 가정을 보면 뿌듯”한 자부심을 갖고, “품질과 안전은 나의 책임, 일을 하는 동안 집중 필요”한 책임감을 가지며, “남들 다하는 정도의 소양 + 나만의 전문성 사회적 존경”을 갖는 전문성을 갖게 한다. 이와 같은 마이스터의 3대 특권은 현장감독, 소장 역할, “일을 해봤기 때문에 관리도 더 잘할 수 있는” 현장관리자가 될 수 있고, 훈련센터 교수, 학교 이론교사, “현장을 알아야 이론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가 될 수 있으며, 41개 업종의 필수이자 유일한 설립요건인 ‘마이스터 자격증’을 갖는 사업가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역량으로는 사업가 및 관리자 역량으로 입찰 요령, 견적서 작성, 공정관리, 현장상황 파악, 장비 투입, 노동력 작업량, 시공 실기 및 이론, 구조역학 등 엔지니어 과정을 알 수 있고, 교육자 역량으로 후진을 양성하는 데 필요한 교육학적인 역량도 갖출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한국에서의 스킬 프레임워크인 역량체계(KQF, SQF)를 구축하는데도 시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