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성과급은 왜 바보상자인가[김대유의 행복의 온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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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성과급은 왜 바보상자인가[김대유의 행복의 온도](3)
  • 뉴스앤잡
  • 승인 2019.11.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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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교원을 공무원 조직과 동일한 법령체계로 묶어놓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교사조직을 자격증에 따라 교장, 교감, 교사를 통합하여 ‘교원’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한국과 일본의 고유한 특징이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등 OECD 국가들의 교사제도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그들은 교원의 자격증도 교사자격증 하나만 유지한다. 교장과 교감은 별도의 자격증(License)이 없는 보직이다. 2004년부터 교장에게 국가자격증을 요구하는 영국조차 국가교장자격증은 라이센스가 아니라 연수코스 이수증 개념의 헤드십(Headship)이다. 교육전문직이라 불리는 장학사들이 학교와 교육청을 오가며 승진잔치를 벌이는 경우도 한국이 유일하다. 교원이 교육전문직으로 진출하면 다시 학교로 못 돌아온다. 학교를 평가하고 감독해야 할 직종이 학교와 관청을 오가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교사제도는 한국처럼 근평에 의한 승진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대개 중등학교 교사의 경우 출퇴근 시간도 시간표에 따라 다르고, 프랑스는 교사의 학교 밖 교육 관련 동아리 활동도 교육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활동으로 인정해준다. 서구 OECD국가의 교사제도가 단순하고 가벼운 것은 국가가 단위학교에 교육권력을 이양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학점제가 가능하다. 교사를 공무원과 달리 지식인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도로 마련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정부와 교사의 갈등은 한국처럼 교원평가, 승진문제, 교원노조와의 정치적 충돌 등 이데올로기적 요인에서 비롯되기보다는 학력평가 등 사회적 문제에서 발생한다.

한국의 교원승진제도는 교사의 삶을 규정한다. 한국에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승진이다. 승진을 추구하는 승진파 교사들은 승진을 위한 생활 주기(Life Cycle)를 살아야 하고, 승진에서 소외되는 교사나 승진을 추구하지 않는 교사들은 아무리 열심히 소신을 갖고 일해도 결국은 교육활동에서 승진한 자들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승진파들은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승진에 목을 멘다. 승진을 못한 교사는 자기의 소신과 철학과 상관없이 ‘패배자’ 취급을 당한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활동에 대해 승진한 동료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견제를 당한다. 아무도, 누구도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장 승진 구조는 한국의 교육을 규정하는 정체성(Identity)이다.

외국의 교원평가를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승진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사자격기준위원회(NBPTS)에서 제시한 교사의 직무는 학생 학습과 발달 지식, 교육과정과 수업, 전문가적 이해와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교사는 수업의 수행과 학위 등 종합적인 경력 평가를 통해 보수를 산정한다. 수업평가는 대학교수가 겸직하고 있는 겸임 장학사의 협조를 구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교사들이 생각하는 승진은 교직을 아예 떠나 장학사로 진출하거나 정치로 입문하는 것을 뜻한다. 그 점에서 미국은 교사에 대해 획일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단위학교의 몫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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