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여부는 어차피 회사 손에 달린 거잖아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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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여부는 어차피 회사 손에 달린 거잖아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8)
  • 뉴스앤잡
  • 승인 2024.03.0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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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입사 지원 메일을 무작위로 보낸 어느 경력 지원자

HR기업의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을 때다. 웹개발팀 팀장을 채용하고 있었는데, 그중 어떤 입사 지원자의 이메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정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 이메일 내용을 가감 없이 실어본다.


염병할 국가에서 태어나 미국 진출에 실패한 ○○○입니다. 아직도 기술 운운하는 또라이들 있으면 또 한 번 고용해서 죽이든 개망신주든 해보시오. 나도 미국 갈 여비가 필요하니까. 자신 있으면 대형 프로젝트나 맡겨보든가. 일할 사람이 필요하면 내게 전화하시고, 하인이 필요하다면 내가 소용없을 거요.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전화하지 마시오. 분석, 개발 능력은 남과 비교하려 들지 마시오. 단편적 지식은 아는 게 별로 없고, 어떤 일을 하든 업무와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습득해야 합니다.


채용 당시 이 글을 읽고는 화가 나서 그의 이력서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예의범절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3년쯤 지났을까.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의 이메일을 다시 보게 됐다. 당시 우리 회사에만 입사 지원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니었다. 참조메일로 100여 군데 기업에 동시에 보낸 거였다. 시간도 꽤 흘렀고 문득 호기심이 생겨 그의 이력서를 열어봤는데, 소위 명문대 출신이었다. 능력도 꽤 있어 보였다. 그런데 경력 5~6년 차에 직장을 이미 10번 이상 옮겼다. 직장을 자주 옮긴 걸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이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어느 회사에 가든 정착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으며 경력을 채운 듯했다는 거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대입을 앞두고 슬픈 사람들이 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고등학생들이다. 그런데 막상 원하는 대학에 들어와도 졸업을 앞두면 취업 때문에 삶이 더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 리 없다. 실제로 지원한 기업에서 계속 미끄러져 참담한 심정으로 고통을 겪는 대학 4학년들이 대학가에 넘쳐난다. 좋은 직장에 취업이 확정된 친구들을 보면 자괴감마저 느낀다. 대기업은 바라지도 않는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친구마저 부럽기 그지없다. 그런 작은 회사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학생에서 백수로 전환되어야만 하는 졸업생들이 많다. 바로 그들이 소위 ‘88만 원 세대’로 접어들게 되는 이 사회 청춘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책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냉혹한 현실에서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은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취업은 어느새 젊은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고민거리가 됐다. 그런데도 사회적·경제적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잠시 좌절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긍정적 마인드로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부정적 마인드는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역의 주인공들처럼 삶을 모두 파괴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사를 지원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직장인이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도전’,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 누군가에게는 ‘가슴 설레는 기대’로 남아 있지 않을까.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 마인드로 접근하느냐 부정적 마인드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


1929년 미국은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대공황을 맞았고, 이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어 막대한 실업자를 양산했다. 당시에 일자리를 얻는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 무렵 성공학(Success of Science)을 설파하며 강사로도 유명했던 성공철학의 거장 나폴레온 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 R이 함께 일하고 싶다며 보내온 편지였다. 입사지원서와 더불어 빳빳한 10달러짜리 새 지폐도 동봉돼 있었다. 나폴레온 힐의 《성공학 노트 1》에 수록된 R의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국내 유수의 비즈니스 대학을 막 졸업했으며 귀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합니다. 청년 시절 선생님 같은 분 밑에서 일하는 특권을 갖는 것이야말로 저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처음 한 주 동안만 출근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 일을 고려하는 데 보내는 시간의 비용으로 동봉한 10달러가 적당하다고 여긴다면 부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제 근무 태도가 마음에 드신다면 첫 달은 봉급을 주지 않고 일한 연후에 봉급을 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무엇보다 귀사에서 일할 것을 원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편지를 보낸 후 R은 원하던 대로 채용을 약속받았다. 성공학의 역사에서 전설 같은 인물인 나폴레온 힐은 당대에도 유명했기에 강의를 많이 나가고 있었다. 그는 강의에서 적극적 마인드와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이 R이라는 청년의 에피소드를 실례로 들곤 했다. 한번은 힐의 강의를 듣고 있던 세계 최대 보험회사의 한 중역이 R을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다. 아주 좋은 조건이었기에 힐도 흔쾌히 R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R은 불과 입사 1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보험 회사의 임원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입사를 지원하고 있는가. 예전에는 그나마 자필로 쓴 이력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성의라도 있었다.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도 정성 들여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취업이 어렵다며 말로만 떠들 뿐 실제로는 무성의한 입사지원자도 많다. 여기저기 무작위로 이메일을 보내는, 소위 ‘묻지마 지원자’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여러 기업에 동시에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입사 서류에 지원한 회사명도 틀리게 적고, 회사의 주력 상품이나 서비스도 모르고, 심지어 면접장에서 회사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온라인으로 입사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찾아보려고 애썼는지, 입사 지원을 위해 얼마나 정성 들여 노력했는지, 어떤 태도로 취업에 접근했는지, 기업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일하려는 자세와 태도는 있는지 등이다.

‘채용할 거면 부르고, 채용할 것 아니면 부르지 말라’는 태도는 화를 스스로 자초하는 일일 뿐이다. 입사지원서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인사 담당자에게 현재 자신이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각인될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있더라도
한 줄기 빛을 찾아보려는
긍정적 마인드로 자신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걸 반드시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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