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학자금 대출 빚만 3,000만 원이에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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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학자금 대출 빚만 3,000만 원이에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4)
  • 뉴스앤잡
  • 승인 2024.01.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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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으로 행동을 앞세워 전액 장학금을 날려버린 청춘

U라는 우수한 학생이 A4 용지 5~6장 분량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 왔다. 대학 입학 당시만 해도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 입학한 U는 이과 계열 전공이 마음이 안 들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갈등했다고 한다. 오랜 방황 끝에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심리학이 적성에 맞 다는 걸 깨달았고,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은 채 2학년 때 심리학과로 전과했다. 문제는 전과를 할 경우 장학금 지원이 안 된다는 학칙이었다.

 

부모님은 화가 나서 “네 학비는 네가 마련해라.”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집안 경제 사정이 안 좋았기에 등록금을 계속 지원해달라고 말하기도 미안한 상황이었다. U는 어쩔 수 없이 대출금으로 대학을 다녔는데, 졸업하면 이자를 포함해 3,000만 원이나 갚아야 한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고민 내용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이쿠, 왜 굳이 전과를 했을까?’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굳이 전과를 하지 않더라도 심리학 공부는 할 수 있고, 그러면 전액 장학금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U는 왜 그러질 못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이렇게 판단했다. 살아가다 보면 싫은 것도 견뎌야 하는데, 싫은 걸 견디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성향 때문이 아닐까 하고.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틀을 과감히 깨면서 현실을 박차고 나와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과감히 뛰쳐나와야 할 때는 오히려 눌러앉아 있고, 견뎌야 할 때는 뛰쳐나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패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마음이 이와 비슷하다. 마음 같아선 가격이 가장 낮을 때 사고 가장 높을 때 팔고 싶은데, 현실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엇박자로 살아가면 삶이 힘들어진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실수하면서 배워가는 것도 인간의 한 모습이지 않은가 싶어 동정심도 간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대신 모든 기회 비용을 걸고 결정한 일이라면 전력을 다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니까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바로잡지 못한 행동이 문제인 것이다. U에게도 그게 필요했다.


U가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 성격을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하려 한 행동은 분명 잘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적성이나 흥미가 조금만 맞지 않으면 곧바로 전공이나 직장이나 직업 탓으로 돌려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한 건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 누군가의 탓이라는 거다. 정작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는 책임지려 하지 않고 마주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는 태도다.


설령 우리 자신이 원해서 선택했던 일이라도 실제로는 상상했던 것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상상과 다르다고 무작정 그만두면 안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련 분야 전문가, 아니면 교직원이나 선후배로부터라도 자문을 구해봤어야 한다. U의 경우 그런 논의를 거쳐 결정했더라면 장학금이 나오지 않는다든지, 경제적 곤경에 처할 수도 있겠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문제는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전액 장학금을 모두 날려버리고 빚만 3,000만 원이 생긴 U는 대학 졸업 전에 뉴욕에서 1년간 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도 물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왔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말해 ‘참, 철딱서니 없네.’ 싶었다. 그러다 문득, 그것도 하나의 유효한 취업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엉뚱한 진로 선택도 때로는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선택에 대한 본인의 간절함이다. U의 경우 ‘뉴욕에 가고 싶다’는 꿈을 어린 시절의 꿈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그 꿈을 어떻게 이룰 것이며, 삶의 전환점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뉴욕 생활에 뒤따르는 부가적 이득, 그러니까 비즈니스 경험이나 배움을 익힐 수 있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워볼 수도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요커로 즐긴 1년’이라는 식의 콘셉트로 삶의 기록을 책으로 엮는 것이다. 영상 촬영도 좋다. 가능하다면 기업에서 후원을 받아 가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의 상품이나 서비스 관련 기업들을 조사해나가겠다는 식의 제안이 필요할 것이다. 패션, 커피, 음료, 봉사, 마케팅, 리서치 활동 등 보다 다양하게 뉴욕 생활을 활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U는 심리학을 전공해서 성공하려면 석·박사 학위를 받아야만 향후 미래가 있을 것 같다며, 추가 대출을 내서라도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도 고민하고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대학원 등록금까지 대출받아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빚만 더 늘어나고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심리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 꼭 석·박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왜 석·박사의 틀에 갇혀 있는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직업적으로 포지셔닝해나가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학위로 끝장내겠다!’라고만 생각지 말아야 한다. 경험으로 배워나가겠다는 마인드를 가지면 훨씬 다양한 경로가 보일 것이다.

과거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U의 경우 지금까지는 그리 순탄치 못한 선택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선택도 그리 순탄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역경과 어려움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일이든 ‘결과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상담을 문의했던 U의 상황을 보자면 친구들로부터도, 학교로부터도, 가족으로부터도 모두 떨어져 있고, 경제적으로도 홀로 독립해야 하는 사면초가 상태다. 솔직히 안 좋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U가 지금까지 불리한 환경을 계속 딛고 일어섰기에 이번에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러려면 지금부터 남들보다 곱절로 치열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또 삶에서 너무 거창한 환상들만 좇아다녀서는 안 된다. 멀리 있는 무지개만 잡으려 애쓰지 말고, 현재 필요하다고 깨달은 삶의 작은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 절박한 행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U처럼 경쟁은 싫다고 말하지만, 삶은 때로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경쟁을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에 내몰리기도 한다. 경쟁 상황에서 “나는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경쟁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핑곗거리로 들릴 수 있다. 이런 것으로 합리화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 힘들겠지만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전쟁 중이라면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경쟁에서 벗어날 방법을 사람들에게 오히려 전파해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당신부터 경쟁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었는 지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먼저 기준이 되면 모든 기준을 새롭게 구축될 수 있다. 후배들에게 멋진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을 둘러싼 울타리를 과감하게 뛰어넘어보자.

 

타인의 기준에 따라가려고만 하지 말고, 당신이 먼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보라.
당신이 만든 기준으로 당신과 같은 울타리에 갇혀 있던 수많은 사람이 해방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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