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어야 사람을 얻는다 [천기덕의 천기누설](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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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어야 사람을 얻는다 [천기덕의 천기누설](52)
  • 뉴스앤잡
  • 승인 2023.12.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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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것은 소통과 대화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잘 보고 잘 듣는 것이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분명하게 보고 제대로 들어야 맥락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듣는 훈련의 수준급에 도달하기 위해서 4대 성인(聖人)이란 공자도 60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수양 덕목수준에 도달하기가 만만치 않았음을 대변해 준다. 그것이 이순(耳順)이다. 그러니 범인(凡人)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더군다나 2,5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범람하는 정보와 무수히 생겨나는 신조어, 축약어가 즐비하니 더욱더 그러하다. 잘 듣는 것은 경청(傾聽)이다. 말하는 상대방 쪽으로 약간 기울여 주의력은 높여 듣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견해가 있으니 두루 들어야 더욱 명료해진다. 겸청(兼聽)은 곧 밝아지는 명군(明君)으로 겸청즉명(兼聽則明), 치우치게 믿으면 편신즉암(偏信則暗)의 혼군(昏君)으로 사정에 어두워진다.

곧게 직언하기로 유명한 위징(魏徵) 당 태종(太宗)이 그 차이를 묻자 단도직입적으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경청과 겸청을 하면 듣기의 통달수준인 달청(達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언어 습득에는 4가지 기본적 순서로 언어학자들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것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이다. 잘 들어야 소통의 질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해 본다. 제대로 듣고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는지 생각의 범주는 넓게 내공을 깊게 해야 하겠다.

이를테면 수학에서 충분조건 같은 것이다. 귀로 듣는 언어적 요소는 메리비언(Albert Mehrabian) 법칙에서 보듯이 7%에 지나지 않는다. 어조(intonation)와 어투가 38%, 기타의 비언어적 요소가 물경 55%이니 잘 알아차리려면 되묻고 탐험적으로 샅샅이 캐물어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공감의 경지에 이른다. 각인각색(different folks different strokes)이니 견해와 관점은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잘 듣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입견과 편견이다. 나의 잣대로 가려서 듣고 보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 갈등을 유발하는 장애요인들이다. 그 시간과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 무슨 말을 할까, 왜 모이는가 하는 목적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만남이란 어울림은 뭔가 서로 같은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각기 다르니 다름으로 배워서 보완하고 이해의 폭을 확장하며 뜻깊은 대화의 깊은 성장, 곧 경작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생자필멸(生者必滅)로 사람은 태어나면 죽게 되어 있다. 죽게 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유한한 삶을 더 알차게 영위하도록 해준다. 톨스토이의 조언이다. 나는 ‘인생을 역산하라’는 주제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좀 더 인간다움에 충실하게 사는 일을 고전의 지혜에서 터득해 본 것이다. 마음경영의 대가,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 다산 선생의 사의(四宜)가 생각난다. 마땅히 인간 휴머니즘의 품격, 사의제기(四宜齊記)에 나오는 사모언행(思貌言行)이다.

그것은 생각, 용모, 언어와 행동으로 품격있는 인간으로 존재하겠다는 단단한 결의다. 실의에 빠지기 쉬운 유배지에서 다듬은 결심이니 그 의식 수준과 강단에 놀랍고 존경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매일 아침 어머니를 생각하며 다산 선생이 자주 찾은 예봉산의 철문봉(喆文峰 - 학문의 도를 밝히다)을 바라보며 가끔 다산 박물관을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나 지독하게 노력을 했으면 복숭아 뼈가 3번이나 뜷렸을까 (과골삼천, 踝骨三穿),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다산 선생, 정주영 회장, 어머니의 공통점이 ‘일근천하무난사’의 창조가치의 신봉자라 생각된다.

한강의 기적에 상당 부분은 자조 근면 협동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DNA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노동의 가치를 많이 훼손한 것 같아 되짚어 보고 반성한다. 근면한 반복이 창의성을 기른다. 단순히 듣는 것보다 듣고 말하고 토론과 숙의를 통한 꾸준한 연습과 가차 없는 실행이 탁월한 기적을 낳는다.

이것은 블룸(Bloom) 교수의 인지 과정 차원(Cognitive process dimension)에서 6단계로 구분한 교육분류학에서 주장하는 고차원의 생각(higer order of thinking)으로 이동하는 요지이기도 하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익숙해 있는 외우기에 급급한 것은 가장 아래 단계인(lower order of thinking) 수준이다. 실제 적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여 도달하는 창의적 단계로 올라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질 좋은 대화는 잘 듣기에서 출발한다.

잘 듣고 이해한 다음에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약 반복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기업체 근무할 때 주간 월간 highlight를 신입직원에게 요약하는 훈련을 우선적으로 요청하였다. 빨리 익숙해지고 제대로 알게 하려는 의도였다. 샘플을 주고 업무별로 항목을 나눠서 줬는데 제대로 요약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좋은 방법은 똑같이 되묻고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듣기와 말하기가 동시에 훈련된다.

잘 듣고 난 뒤 말하면 공감력, 설득력이 높아진다. 말에는 3가지 힘이 있다. 그것은 ①각인력 (刻印力) ②견인력(牽引力) ③성취력(成就力)이다. 잘 새겨듣고 행동을 견인하고 결국 이루게 되는 말의 위력이다. Stephen R. Covey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중 5번째가 잘 들은 다음 이해시켜라(Seek first to understand, then to be understood.)는 것이다. 중요한 대인관계 소통의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은 모순덩어리라 소통의 연금술은 마음을 쏟아 마음을 얻는 일로 가장 어려운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언직논정으로 온당(溫當)하고 의당(宜當)하며, 보편타당(普遍妥當-두루 널리 미침)하고 당당(當當)함에서 마땅함이 나온다. 그것은 義의 영역으로 <四宜(思貌言行)이 산실>이다. 조선 건국과 도성을 정할 때의 깊은 생각인 4덕(四德), 인의예지에 신(信)을 보태 늘 지녀야 할 오상(五常)으로 4대 문을 정한 것도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의지단(義之端)으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한다. 소통의 진면목은 공감력(chemistry)으로 모두에게 원만한 이심전심, 이청득심(以聽得心) 달청환심(達聽歡心)이다. 성찰과 깨달음으로 마음 잇기와 마음 얻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경영의 중요성은 요즘 ‘Mindfulness’에서 알 수 있다. 신중하게 배려하는 <마음 그릇 빚기>인 셈이다. 주는 마음을 우선 먼저(foremost) 올바르면 받는 마음도 응답할 것이다.

다산 선생이 인생 뒷단에 작심 수양한 것이 <마음경영>이었다. 누구나 하루 52,000가지 생각을 하는 인간 마음의 교집합은 어렵고 중요한 과제다. <어린왕자>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부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정곡을 찌른다. 새겨듣는 경청에도 등급(等級)이 있다. 최고가 맥락적(脈絡的) 경청이요, 최하 수준이 부부의 경청(Spouse Listening)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있다. 그 사이를 마음으로 잇고 마음을 얻어 죽이 잘 맞는 화합을 이뤄야 하겠다. 마음을 얻어야 사람을 얻는다. 소통인가 고통인가. 소통은 고통을 해결하는 통하는 마음의 연결이다. 마음 잇기가 마음 얻기다. 그것은 삶의 관계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정성껏 말하면 존경하며 듣게 되고 정성으로 임하면 화합을 이룬다. 그런 말은 신뢰의 촉매다. 마음을 얻으면 이긴다(win the heart). 주는 마음과 같은 마음은 모두가 승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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