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음악으로 숨겨진 정서 만나기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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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음악으로 숨겨진 정서 만나기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4)
  • 뉴스앤잡
  • 승인 2023.10.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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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을 치료적으로 사용할 때의 목적은 다양하다. 자극 또는 긴장 이완 및 정서상태나 정서경험을 유발하기도 하고, 기억의 활성화, 환기, 심상과 상상을 유발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이러한 반응은 음악이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즐겨 듣던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로 돌아가 기억이 활성화되기도 하고, 댄스음악을 들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이 절로 움직이는 신체 반응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다룰 음악 감상은 특히 심상, 즉 이미지를 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상음악치료법을 사용한다.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도구로 꿈을 들 수 있는데, 심상음악치료에서는 음악 감상을 통해 꿈처럼 떠오르는 이미지의 상징을 풀어가며 내면을 여행할 수 있다. ‘심상음악치료’로 불리는 GIM(Guided Imagery & Music)은 1970년대 미국의 헬렌 보니(Helen Bonney)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 심상음악치료학회(AMI)에서 치료사를 양성하고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이나 초월심리학 등의 학문을 근간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음악과 하나됨을 느끼며 의식상태 너머의 무의식을 경험하게 된다. 


긴장을 이완한 상태에서 차분하게 음악을 감상하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상을 통해 이슈를 해결하고 자아실현을 경험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모든 감각이 이미지 경험이며, 실제 신체의 반응도 경험의 범주에 포함된다. 대상자는 음악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숨겨진 나를 성찰하고, 근원적 자신과의 만남을 성취한다. 이를 통해 긍정적 마음 상태, 안전함, 편안함을 경험한다. 치료사는 이미지 여행을 안내하는 대화를 통해 대상자에게 세팅된 심리적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돕는다. 음악 감상 후 대상자는 만다라를 그리면서 또는 치료사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 여행과 현실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이로써 자신의 무의식적인 감정을 돌보고, 음악을 통한 이미지가 준 단서를 풀어가며 내면을 통찰한다.

 

다음에 소개할 프로그램은 심상음악치료를 개인에게 시행한 것이다. 
음악 감상에서 충분히 느낀 감정을 만다라, 그리고 정서카드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면서 무의식의 의식화를 돕는다. 대상자는 스스로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나와 감정을 분리하여 바라보고, 고유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인식하지 못한 채 같은 패턴을 가지던 나의 심리 행동을 깨닫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개별 세션의 마지막 회기에 진행된 것을 예시로 한다. 30대 직장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마지막 여정에서 사용된 세션이다. 세션 초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비전에 대해 막연하다고 토로했다. 초반에는 일상의 감정에 대해 ‘부담감’, ‘두려움’, ‘불안’이라는 감정카드를 뽑았다. 대상자는 스스로 게으르다고 느꼈고, 노력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불만스러웠다.


음악 감상을 하며 이미지를 떠올리던 중 한밤의 숲을 보게 되었고, 눈을 뜨고 지켜보는 부엉이를 만났다. 부엉이의 눈빛을 자세히 보고는 대상자 어머니의 눈빛임을 알아챘다. 그러자 대상자는 놀라며 오열했다. 밤새 눈을 뜨고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부엉이의 모습은 어머니로부터의 무언의 압박과 같다고 느꼈다. 그동안 자신을 몰아붙이며 성취하려 무리하게 욕심을 냈던 것이 어머니의 기대에 대한 부담이 원인이었음을 알아챘다. 대상자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그보다 더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어서 음악을 감상하며 이미지 안에서 부엉이에게 다가가 부엉이의 갈색 털 속으로 들어갔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 온기 안에서 어머니의 마음속 깊은 곳은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내 대상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땅으로 흡수되는 듯이 느꼈고, 땅과 하나가 되었다. 세상에 스며들듯 피어나는 에너지를 몸 전체로 느끼며 경이로움과 안정감을 느꼈으며, 애쓰지 않은 채로 편안하게 할 일을 하며 세상에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대상자는 음악치료를 통해 이미지 여행을 하며 무의식에 다가가 핵심 감정을 만나고 해소했으며, 자신과 이슈를 분리하여 성찰을 맛보았다. 그 느낌을 정서카드를 이용하여 ‘안정’과 ‘경이로움’, 그리고 ‘기쁨’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의 상징을 언어화하고, 만다라로 그리고, 정서카드를 통해 구체화하는 것은 대상자로부터 핵심이슈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슈에 얽힌 감정과 자기 사이의 거리 두기를 통해 감정이 곧 자신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자동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자신의 심리를 알아차릴 공간이 마련되어 성찰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그 공간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작동하도록 순간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과제가 대상자의 삶 속에 남았다.

 

〈음악 활용 팁〉
① 제시된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반복되는 악절의 형식과 레가토적인 멜로디 사용으로, 이미지 여행을 하는 참가자에게 안정감 있게 다가간다.
② 클래식 곡을 사용하여 다양한 경험을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한다.
③ 제시된 음악 외에도 다른 음악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가사가 있는 부분을 배제하여 특정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감정이 나올 수 있도록 음악을 선정한다.
④ 음악 선정 시 강사가 자신의 호흡을 먼저 체크하고 대상자의 에너지 레벨을 잘 파악한 후, 근접한 템포나 리듬의 음악을 선정하여 대상자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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