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쓸 줄 안다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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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쓸 줄 안다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3)
  • 뉴스앤잡
  • 승인 2023.10.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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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여기 옷이 조금…”

음료회사 최 대표를 만나 식당으로 이동하다 니트가 찢어진 것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아, 그렇군요. 가서 꿰매달라고 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최 대표는 잠깐 옷을 살펴보더니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대학원 때부터 입었던 거라, 벌써 한 15년 지났더니 이제 완전히 닳아 버렸네요. 그래도 정이 들었으니까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다가, 새 걸로 한 벌 사야겠습니다.”

최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하시는 옷인가 봐요.”

“음… 저희 아버지는 평생 열심히 사업을 하셨고 성과도 많이 내셔서 저희 가족에게 많은 유산을 남겨주셨어요. 성공한 사업가셨죠. 그런데 그런 아버지께서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소속된 협회에서 보내줬을 때 다녀오신 거예요. 그 정도로 성공하셨으면 여행차, 휴가차 다녀오실 법도 한데 늘 근검절약하셨죠. 물론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해외에도 다녀오고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해봐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 저도 잘 앍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버지의 절약에 대한 가르침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저도 아낄 수 있는 건 자꾸 아끼게 되네요.”

최 대표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현금 자산만 해도 상당한 40대 중반 사업가가 이런 말을 하니 좀 얄밉거나 옹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저러면 인기가 없을 거야!’라든지 ‘돈 좀 쓰지. 죽을 때 싸 들고 갈 것도 아니면서!’라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인기가 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를 좋아한다. 왜? 그는 써야 할 때는 쓰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식사할 때 늘 돈을 낸다. 그것도 법인카드로 내지 않고 자신의 개인카드로 낸다. 법인카드는 정식 회사 회식 때만 쓴다.

“사장이라도 법인카드 함부로 써선 안 돼요. 그냥 직원들과 편한 이야기 하려고 식사하는 거라면, 당연히 제 개인 돈을 써야죠. 그리고 법인카드 쓰는지 개인카드 쓰는지 직원들도 다 알아서, 법인카드로 사면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

최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직원 경조사가 있을 때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나가는 것 말고 꼭 개인이름으로 꽤 큰 돈을 낸다. 그래서 직원들은 회사와 사장으로부터 함께 축하나 위로를 받는다.

“직원들은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개인 돈으로 내는데, 사장은 회사 돈으로 내고 폼만 잡으면 불공평하잖아요.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죠.”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빠진 직원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일은 최 대표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웃기만 할 뿐 절대 얘기를 안 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직원들에 따르면 어려울 때 최 대표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몇몇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만날 때마다 돈 자랑을 하면서, 정작 돈을 내야 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런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이 있어야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있는데 쓰지 않는 사람은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결국은 돈을 쓰는 것이 마음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남자는 쓸 때는 쓴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굴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쓸 때는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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