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이 ‘청춘 죽이기’를 멈추려면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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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기업이 ‘청춘 죽이기’를 멈추려면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1)
  • 뉴스앤잡
  • 승인 2019.11.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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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왜 망하지 않을까? 졸업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는 왜 버틸 수 있을까? 학생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상대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세계에서 드물게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중등학교의 단위제 교육과정처럼 과목 선택권을 상당히 제약한다. 상대평가는 취직시험의 성적자료로 활용된다. SKY가 아닐수록 성적경쟁은 치열하다. 학생들은 성적경쟁과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어서 연애할 수도 없고 마음껏 놀 수도 없다. 전공이나 교양시간이면 관련 서적 밑에 취직시험 교재를 깔고 몰래 공부한다. 동료학생들 사이에 어떻게 하면 교수에게 들키지 않고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지 비법이 돌고 있다. 한마디로 취직시험 이외의 교양과목이나 전공과목 공부는 찬밥이 된 지 오래다. 졸업장과 상대평가가 없다면 대학은 당장 문 닫고 교수는 실직자가 될 지경이다.

기업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게으르다고 비난한다. 하루가 아까운 기업은 학생들이 모든 것을 대학에서 익히고 곧바로 취업하여 숙련된 사원으로 일하기 바란다. 정부는 대학과 기업 사이에서 별다른 개혁의 대안을 갖고 있지않다. 교육부에서 대학종합평가를 실시하면 딱 두가지 취업률과 상대평가의 준수만 살핀다. 교육부는 대학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평가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수십년 전에 교육부가 고정시킨 낡은 교육과정을 대학이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를 따질 뿐이다. 대학은 점점 초등학교처럼 작아지고 규정에 얽매이고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소일한다. 교수는 아무도 듣지 않는 강의를 반복하고 학생은 상대평가를 위해 어쩔수 없이 수업을 듣는 척한다. 서로의 진심을 감추고 속이는 수업이 SF영화의 장면처럼 오버랩 된다. 슬픈 일이다.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이 싫어하는 그 일본조차 우리같지는 않다. 일본대학들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당연히 공부 부담이 적고 동료학생 간에 서로를 무너뜨리고 타고넘어야만 하는 성적경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쟁 상대는 친구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의 힘이다. 그 힘은 기업의 협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업은 학벌이나 성적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심층면접을 통해 인성과 적응력을 평가하여 선발한다. 기업은 1년 정도의 긴 시간을 신입사원 교육에 투자한다. 최근 실무능력을 테스트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적어도 성적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동아리 활동과 연애다. 살맛나는 청춘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은 상대평가를 하지않고 기업은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도 우리처럼 상대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교육부가 보조금을 미끼로 대학들을 평가하고 차등 지원하지도 않는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면 우리도 교육선진국처럼 대학공부와 취직준비를 분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대학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입사시험에 영어시험과 성적을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교육부가 국가보조금을 미끼로 대학을 한 줄로 세우는 종합평가를 중단해야 한다. 넷째, 대학의 낡은 교육과정을 타파하여 생활교육과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전공과목은 폐기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의 문을 열어야 한다.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 다양한 집단과 MOU를 체결하여 학과를 신설하고 실무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를 교수요원으로 영입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이 서로의 욕심을 내려놓게 하려면 청와대와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학교를 개방하고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성적으로 회사원을 뽑지 않고 신입사원 교육에 최대의 투자를 하는 기업을 칭찬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청춘들이 가슴 뛰는 연애를 하게 해야 한다. 그들이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세계를 여행 다니며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 놀아야 연애도 하고, 연애를 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된다. 어차피 저출산으로 소멸되는 대한민국이다. 이제 제발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절망하게 하는 대학과 기업, 정부의 망할 짓은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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