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어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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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어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35)
  • 뉴스앤잡
  • 승인 2023.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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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에 방영된 EBS 특별 기획 다큐 <날아라 캥거루>에 진로 상담 전문가로 출연한 적이 있다. 30대가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3명의 출연자들을 코칭하는 프로그램이었다.

3명 중 여성인 은혜 씨가 자존감이 가장 낮았다. 자신을 무능하고 못난 사람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었다. 그런 은혜 씨에게 ‘나 하은혜는 예쁘다.’라는 문장을 하루에 10번씩 쓰면서 자신을 칭찬하는 훈련을 반복해보라고 권했다. 그 결과 그녀는 자기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감을 회복해 자기만의 일에 도전을 시작했다. 이 시대 다른 청춘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처방이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단 하나의 요소를 꼽는다면 그건 무엇일까? 앞서도 여러 번 강조했듯 ‘자존감’이다. 2008년 2월 EBS에서 방영한 <다큐 프라임-아이의 사생활 1>에서는 ‘제3부 자아존중감’ 편을 통해 관련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하버드대 교육학과 조세핀 킴 교수는 자존감을 ‘우리 자신에 대한 신념의 집합’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자존감은 2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자기가치감’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감’이라 했다. 자기가치감은 ‘나는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것이고, 자신감은 ‘나는 어떤 일이든 잘해낼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믿음이다.


즉, 자존감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다.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평가 점수를 주느냐에 따라 자존감 지수뿐 아니라 행복 지수도 달라진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평가한 점수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던지는 점수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구두닦이 아저씨처럼 주변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높고,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걸까? 크게는 유전적 영향과 후천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겠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상 자존감이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후천적 환경이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가 자녀에게 보인 양육 태도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아이가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할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 형성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떠들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나만 꾸지람하고 다른 친구는 혼내지도 않았다”고 학교 다녀와서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부모는 “네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아이의 행동을 즉각 비판하거나 아이의 잘못을 지적한다.

“네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선생님이 꾸짖으셨겠지. 선생님이 괜히 그러셨겠어? 앞으로는 네가 더 똑바로 행동해.”

이런 식으로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며 가르치려고만 하면 아이는 쉽게 상처받는다. 경우에 따라 아이 말을 들은 척도 안 해주거나 자기 변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혼만 내는 부모도 있을 거다. 그러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끼면서 자신을 무능한 존재로까지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말할 때는 “괜찮아. 마음이 많이 상했겠구나.” 같은 따뜻한 공감과 위안, 지지의 말을 기대한다. 부모로부터 이런 공감과 위안, 지지를 계속해서 받은 아이는 자존감의 뿌리가 내면에 굳건히 자리 잡고,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나는 해낼 수 있다!’라는 자기신뢰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기 가치관에 따라 “너는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해야 돼.”라고 강제적으로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아이는 부모의 의도와 달리 자존감이 점점 곤두박질치게 된다. 설령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결국 사회생활에서 낙제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위치에 오르더라도 내면적으로 자존감 지수가 낮으면 행복지수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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