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삶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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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삶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12)
  • 뉴스앤잡
  • 승인 2022.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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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20대 후반 여성에게 상담 이메일을 받았다. 3~4년 간 정신없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자기가 왜 이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란다. 그러면서 자기 삶의 비전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커리어도 전환해보고 싶은데, 이미 방향을 잃은 듯해 두렵기만 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의외로 많다. 소위 사회에서 잘나간다는 중년 사업가나 지식인들조차 어느 날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고 정신적 혼란에 빠져들곤 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심리학자 칼 융 역시 37세 때 인생의 큰 혼란을 겪었다. 의학박사로서, 병원장으로서, 또 대학교수로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결별하면서 자기가 이뤄놓은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져 들었다.

성공한 중년들이 경험하는 방황의 원인도 이같은 정체성 혼란과 맥락이 비슷하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딜레마 / 학창 시절부터 우리가 살아온 모습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중학생이 되면 유년 시절이나 초등학교 때까지 나름대로 가졌던 꿈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학교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학생이 되어 버린다.

고등학생이 되고 고3이 되면 오로지 대학 입시에만 매달린다. 인생의 황금기라 볼 수 있는 청소년기를 시험의 압박감으로만 보낸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대학 생활은 20대다운 꿈도 열정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다. 인생을 설계하고 삶의 목표를 설정해 그것을 위한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 하는데, 심지어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1~2학년 때는 적당히 놀며 시간을 낭비하고, 3~4학년이 되면 취업난이라는 압박감으로 마음만 불안해져 안절부절 못하고 대학이라는 둥지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에는 원하던 기업 입사 경쟁에서 수없이 미끄러지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다행히 수십 대 일의 취업 경쟁을 뚫고 사회 진출에 겨우 성공한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해나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가 원하던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에 갈등은 증폭되고,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조직에 대한 불신까지 생겨 일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현재 직장에 비전이 있는지, 좋아하지도 않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싫어하는 사람들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 지내야 되는지 등등의 고민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어느새 지옥이 되어버린 하루하루는 사표를 쓸까 말까 하는 생각으로 여러 번 고비를 넘긴다. 좀 더 여유롭게 즐기면서 넉넉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내 사업을 시작해야 되는 건 아닌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 등의 끝도 없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견뎌낸다.

힘든 직장 생활을 애써 참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꾸린 가정을 통해서라도 행복을 찾고자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행복했던 신혼의 단꿈과 첫아이를 얻은 기쁨은 잊히고, 어느덧 40대 중년이 되어버린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집도 장만하고, 차도 생기고,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갖춰나간다.

그러는 사이 배우자는 원수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허탈감을 달래보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모임에도 참여해보고, 혼자만의 취미 생활이나 스포츠에도 빠져본다. ‘내 마음에 문제가 있나?’ 싶어 영적 활동이나 종교 활동도 열심히 해본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다음칼럼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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