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학생과의 감동적인 질의응답 [김상엽의 지피지기(知彼知己)](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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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학생과의 감동적인 질의응답 [김상엽의 지피지기(知彼知己)](13)
  • 뉴스앤잡
  • 승인 2021.11.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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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동아대학교 여대생 100여명이 모인 초청특강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일화를 잊을 수 없어 이번 칼럼에 싣기로 했다. 여대생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로강좌 말미의 질의응답(Q&A) 시간이었는데 맨 앞자리에서 꾸준히 강의내용을 필기하던 인상이 좋아 보이던 한 학생이 눈에 띄길래 그 학생과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꿈과 가슴 떨리는 목표가 있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Q. 학생의 꿈은 무엇인가?

A. UN산하 국제식량기구, 국제농업기구나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NGO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대학교 2학년 여대생이 희망하는 구체적 진출분야가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랐다)

Q. 학생의 전공과 학년은?

A. 식품영양학과 2학년입니다. (★취업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상경,이공계열이 아닌 자연계열 학생임에도 또렷한 로드맵이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Q. 그럼 사회복지학과나 정치외교학과에 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이 학생의 그릇을 파악해보기 위한 의도적 질문)

A. 고2 때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돈이 없어 더러운 환경에서 더러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사람들을 보고, 대학에 가서 체계적으로 식품을 공부해 전문적인 식량구호를 하고자하는 확신을 가졌고 고3 입시상담 과정에서 목표를 세워 식품영양학과에 왔어요.

(★대학교 4학년에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이 부지기수인 마당에 이미 고3 때 자신의 미래를 결정했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랐다)

Q. 이런 중요한 문제를 고3 당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결정했나요? 반대했을 것 같은데요.

A. 봉사활동 이후 대학 입학과 저의 꿈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느 분야든 네가 가진 재능이 1%라도 세상을 따뜻하게 밝힐 수 있다면 찬성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어떠한 길을 가든 자녀를 존중해주는 부모님의 성숙한 의사결정에 네 번 놀랐다)

Q. 학생이 원하는 분야는 돈과 명성을 얻기엔 현실적으로 불리하지 않나요? (#이 학생의 그릇을 알기 위한 의도적 질문)

A. 저는 직업 선택에 있어 돈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통해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택엔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후회가 없을겁니다. (★이 답변이 끝나는 순간 100여명 수강생들과 강의장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청강생들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대학생들은 뭔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표현하곤 한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게 내 철학이지만 이 날은 도리어 내가 그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과연 나는 대학시절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부끄럽기만 했다. 그 날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골절되어 반 깁스를 하고 그 높다고 소문난 하단캠퍼스를 방문한 날이었는데 마치 자격증시험 합격 발표를 확인하는 그 순간의 짜릿한 느낌이랄까. 진흙속에서 커다란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꿈도 목표도 없이 부모님의 경제력에 의존해 향락과 놀이에 빠져 돈 아까운줄 모르고 10만원 가까운 통신비와 5천원짜리 커피를 홀짝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청년들과 비교해보면 이런 인재는 분명 세상을 풍요롭게 바꿀 것이다. 대학은 자소서 첨삭과 면접 모범답안을 가르쳐주는 것 보다 일찌감치 이런 인재를 발굴해서 키우는 진로교육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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