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20년 후면 폭망할겁니다” [박창욱의 텐.퍼.취.미](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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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20년 후면 폭망할겁니다” [박창욱의 텐.퍼.취.미](53)
  • 뉴스앤잡
  • 승인 2021.07.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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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입학 때와 졸업 후의 직업 전선

“치과의사, 20년 후면 폭망할 것입니다. 고객이 없을 것이니까요”

당사자가 들으면 매맞을 소리다. 그러나, 이 말은 정작 현직 치과의사가 한 말이고 치과의사는 이 글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 걱정없이 써 내려간다. 취업 고민이 없으니 이 글을 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치과의사가 말한 취지는 ‘돈벌이’ 가능성 차원으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평소 치아관리의 수준 때문이다.

인구구조 차원에서 보면 치과병원의 주요 수입원이 50대 이상의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치료는 물론이고 임플란트, 보철 등의 수요가 많다. 필자가 해당하는 1959년생의 평균수명이 53세였다는 기록이 있다. 치아관리라는 개념이 없었고 몰랐다. 하루 3번 양치질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후유증으로 나이가 든 50대 이후에 고스란히 치과의사를 찾게 되어 최고의 돈벌이를 하고 있다. 1960년, 1970년 출생 인원은 당해년도 태어난 인원 규모로 최고를 찍어 낙타의 두 봉우리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출생인원 100만명의 꼭지점 그래프이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이 세대가 사라지며 치과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1990대생 이후부터는 부모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치아관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현격히 좋아졌다. 특히 서울 올림픽 이후 중진국으로 접어들 정도의 경제 성장은 사회 전반에 건강관리와 치아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20년 후에는 치과를 찾는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린이를 위한 교정치료 수요도 예전만 못할 것이다. 출산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학 전공, 6년, 8년후에 직업세계로 진입한다.

그런데, 지금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의 실정은 어떤가? 입학이후 빠르면 6년, 8년 이후부터는 전문적으로 치과의사로서 직업 활동을 하게 될 사람들이다. 대학지원자 성적 기준으로 1-2위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지만 10여년 후에 직업인이 되었을 때, 그리고 30년, 40년 이후에도 여전히 그런 성과를 누릴 수 있을지 따져보면 그렇질 못할 것 같으며 불과 20년이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현직 치과의사의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추세가 당사자는 못 느낄 정도로 길게 그리고 천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치과라는 아주 특수한 전공에 진학, 직업의 길로 들어서고 나면 불편한 이야기를 잘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미미할 것이다. 특수전공을 집중한 결과 다른 분야로 공부하거나 도전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이나 산업의 경우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이라도 하며 어려움을 타개할 노력을 하겠지만 치과 치료 시장의 속성이 고임금 서비스업종에다 한 우물만 판 직업이라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서서히 삶아져서 죽을 줄도 모르는 끓는 물속의 개구리 형국이다.

직업은 취업 이후 적어도 10년, 그 이상을 내다 보아야한다.

글을 쓰면서 갑자기 답답해진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반드시 졸업하고 난 이후의 일자리 수요, 경쟁의 정도, 그리고 그 이후 미래의 확장성을 따지며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고용정보원의 자료나 인터넷에 나와있는 전문가의 전망에서도 최장 10년 이후의 전망만 내어놓는 수준이다.

2016년 발간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수정전망 2015~2025」에 따르면 ‘치과의사는 2015년 약 13.7천 명에서 2025년 약 17.2천 명으로 향후 10년간 3.6천 명(연평균 2.3%)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는 수준이다. 정말 무책임한 자료라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정부 기관 자료를 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한 부분이다.

그런데, 치과의사같이 적응 탄력성이 적은 직업은?

치과의사, 의사, 한의사의 변화에 따른 적응 노력은 어떨까? 소위 말하는 ‘사(士)’자 돌림의 직업으로 약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등의 직업 말이다. 30년 전에 엄마, 아빠가 직업을 택했던 방식으로 지금 눈으로 돈 잘 버는 것 같은 직업에 몰빵을 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로 난리가 난 시대가 아닌가? ‘사(士)’자가 붙여진 직업은 수요가 많으며 법적이나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적용(그래서, 시험으로 선발이 가능)이 큰 직업군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도가 커지면 제일 먼저 공략할 서비스산업군이다. 그런데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는 완전히 무시한 채 직업 선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추가한다.

아파트를 구입하고서 대법원의 등기소에 등기를 하려고하니 자꾸 법무사를 이용하라고 한다. 그것도 지정하는 법무사를 지정하며 억지를 부린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개인이 하면 깐깐하게 따지고 세무사를 통해서 하면 훨씬 부드러운 모습을 본다. 길을 가다가 보니 ‘로톡(Law Talk)’이라는 플랫폼 앱(APP)의 광고가 보인다. 변호사협회와 플랫폼 사간에 치열한 법률 싸움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술의 발달이 변호사나 행정사 등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머리 속을 맴도는 주제도 있다. 병원의 처방전을 받아 단순히 약을 조제해주는 약사의 직업 가치는 어떻게 될까? 병원의 진료가 끝난 곳에서 그냥 자동처방 기계를 만들어 돌리면 어떨까? 20,000원 약값에 15,000원 보험급여로 처리하고 본인부담 5,000원도 ‘인공지능 자동조제기’로 하면 2,000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이래저래 직업 선택은 어렵다. 그나마 현재 종사하시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에게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너무 모르고 무대뽀로 지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 칼럼명 '텐.퍼.취.미'는 '10%안에 들어 업과 래 성공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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