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땅에서 나무 바다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한다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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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땅에서 나무 바다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한다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47)
  • 뉴스앤잡
  • 승인 2021.06.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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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을 만드는 인도네시아 조림(造林)지의 성장통

“인터넷 시대가 되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다.”, “스마트기기의 발달은 학교에서 종이 책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들어오던 종이 산업의 종말론이다. 그런데 오늘 이 글을 쓰며 그 당시에 했던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서 더 크게 발전해 나간다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곳들…

적도 바로 아래의 나라 인도네시아 그 중에서도 파푸아 섬의, 가장 남단에 있는 도시, 파푸아의 머라우케군(郡)에 출장을 와 있다. 필자도 난생 처음 들어본 지역, 지도로 한참을 찾았다. 파푸아 뉴기니와 육지로 국경을 마주하고, 바다 건너는 호주 땅이 손에 잡힐 듯한 곳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른 나라로 볼 정도로 사람들의 생김새나 문화, 언어가 생소한 곳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같은 것이 있다면 한국과 시간대가 같은 지역이다.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오늘의 주인공 지현미 대리(가명)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몇 안되는 제지회사 PG사(가칭)에서 인도네시아에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키워 우드칩을 생산하는 한국 회사 현지 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한국의 S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의 GYBM 과정의 인도네시아 1기에 도전한 몇 명 안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지난 2016년 6월에 과정을 수료하고 자카르타에 있는 봉제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총 200여명의 직원 중 10여명의 한국인 직원이고, 지대리는 총무와 구매업무를 맡고 있었다.

서울시 크기의 나무 바다를 만들려면…

숲의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종을 하여 묘목을 생산하는 것에서 출발을 한다. 나무의 종자를 심고 일정 수준까지 자라기 위한 묘목은 자연환경에 두질 않고 별도의 그린하우스에서 키워 나간다. 한국에서 농촌에 가면 흔히 보이는 ‘비닐하우스’이다. 1,200㎡ 넓이로 축구장 절반 정도 면적에 2층 높이의 건물을 짓고, 거기에 샌드위치 판넬로 나무 종자묘판을 올려둘 테이블을 만든 후 묘판에 씨를 뿌리며 여러 가지 영양분을 비료로 주게 된다. 일정기간동안 온도, 습도 등을 자라기 최적의 여건으로 만들어 키워 이식(移植)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부터는 노지(露地)라는 자연환경에서 성장을 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중요하다. 그러자면 전 공정의 출발점은 제 시간에 파종을 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 관련되는 시설재가 순조롭게 현장에 도착하면 준비된 숙련공들이 시간에 맞추어 설치를 하는 데 작업 숙련도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무 바다가 아닌 위기 바다 그리고 잔잔함

지대리는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현지법인 본부가 있는 수라바야에서 먼저 자카르타의 재료 공급 회사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준비된 날짜에 맞추어 머라우케의 현장으로 출장을 갔다. 한 달여 기간동안 실려온 자재를 풀어보니 엉망이었다. 300여개 모두가 파손 상태였다. 큰일이었다. 머리속으로는 온통 제 시간에 묘목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자재와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뒤엉퀴기 시작했다.

당장 계약서를 찾아보며 자재 상황을 사진을 찍어 공급업체에 보냈다. 공급업체가 완벽한 납품을 책임지도록 했던 재발송을 요청하며 도착되는 날짜를 챙겼다. 한달이 걸린다. 이대로 두면 한달간 현장 건설팀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비용이 크게 나오게 생겼다. 그런데, 파손된 자재를 다시 자세히 보니 1/3 정도는 잘 손질하면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새롭게 보낸 자재도 무사히 도착해서 계획된 일정에 맞춰 작업을 끝내게 되었다. 비용도 전체가 공급회사의 책임으로 해결이 되었다.

큰 고비를 넘기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담당자의 진가가 나타난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세 가지의 교훈이 정리되었다. 계약성의 중요성과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현지어 구사능력이었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완벽하게 작성하고, 상당한 손실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차분히 공정을 따져 중요성과 긴급성으로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하여 거래처나 관계자와 하나하나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외국이라는 사업장의 특성상 현지 직원들이나 기술자의 아이디어와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현지어를 제대로 구사할 뿐 아니라 평소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믿음을 주고받는 것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노하우중의 노하우가 되었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실감했던 짜릿함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지대리도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2023년 처음에 회사가 조림, 즉 숲을 조성하며 심은 나무를 베어서 우드칩으로 생산이 가능한 시기 즉, 벌기령(伐期齡, final age of maturity, 성장한 나무를 벨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나무는 아니지만 회사가 조림지에서의 첫 삽을 뜬 2016년에서부터 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며 기다린 첫 수확품을 생각하며 또 다른 일에 도전한다고 한다. 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조림을 허가받은 전체 땅의 규모는 약 60,000ha(헥타아르)로 서울시 크기만하다.

지대리가 있는 곳의 생소함과 그 거리감에도 마음이 찡하지만, 참고자료를 찾다가 만나는 말들이 여성으로서 이런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더 아련하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다른 분의 조림사업에 관한 글에 이 지역은 숲이 울창해지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 현지인들도 조차도 현장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한다고도 한다.

아름다운 도전의 ㈜PG 회사와 지현미 대리의 행복과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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