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란? 30년전엔 보배, 신주단지였습니다” [박창욱의 텐.퍼.취.미](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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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란? 30년전엔 보배, 신주단지였습니다” [박창욱의 텐.퍼.취.미](41)
  • 뉴스앤잡
  • 승인 2021.02.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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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대학교 교직원 직무역량 특강이 있었다. 그 강의 시간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삶은 달걀 2개세트를 보여주며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라고 질문하니,

“계란입니다”, “달걀입니다”, 생달걀입니다”, “구운 계란입니다”라고 답했다.

“예, 모두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30년전에 이것을 신주단지라고 했습니다. 물론 40년전이었지만… 신주(神主)단지란 우리 토속신앙에서 쓰든 말인데 신(神)이 살고 있는 곳, 단지, 항아리라는 뜻입니다. 귀중하고 정성스럽게 다루는 물건이란 뜻입니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말입니다. 계란이 그 당시에 얼마나 귀했는지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이것 얼마일 것 같아요?”하면 2개의 삶은 달걀이라 대개 500원 혹은 1,000원이라고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2,000원에 구입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인가? 30개 계란 한 판에 5,000원으로 친다면 한 개당 170원, 끓이는 수고와 유통비용을 감안하면 300원이면 충분할 것 같은 데, 이 계란은 1개 1,000원이다. ‘감동란’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붙여진 삶은 계란이다.

감동란의 사연

일반 삶은 계란의 팍팍함의 불편함으로 소금과 음료가 필요한 문제점을 이 감동란은 완벽하게 해결했다. 계란 내부가 소금간이 되게 만든 것과 노른자위를 반숙 상태로 삶아낸다. 반숙 정도도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져 상품성을 만들었다. 이름도 그럴싸하다. 삶는 방법은 인터넷에 많이 소개가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반숙 계란이 팔리고 있는 것을 출장간 한국의 어느 사업가가 우연히 보고 한국의 시장성을 보고 합작회사를 만들어 ‘감동란’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매월 백만 세트가 팔린다고 하니 월 20억, 연간 240억 매출의 중소기업 규모가 된 것이다. 편의점에 유사 상품들이 많으니 새로운 산업군이 만들어지기까지 한 것이다.

요즘 젊은층이나 대학생들은 안 먹어 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반면에 50대, 60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잘 모른다. 필자는 5년전에 딸이 백화점에 취업한 것이 계기가 되어 먹어 보았다. 정말 감동이었다. 입에서 녹는 맛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못 사먹는다. 너무 비싸고, 어릴 때 알게 된 계란은 신주단지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비싼 것을 돈도 벌지 못하는 학생들은 너무도 쉽게 사 먹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비쌀까하는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직업을 보는 눈 – 부모님, 교수님 세대에게

이렇게 돈 버는 방법과 세상의 변화를 보도록 자녀나 제자들을 가르쳐야 한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불 수준이다. 그때까지도 계란은 집안의 보배였고 돈이었다. 소득 3만불로 6배가 늘었다. 1980년 1,700불에 비하면 무려 20배가 커졌다. 그런데, 직업이나 취업을 바라보는 눈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사(士)자 돌림 직업…

내가 사 먹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의 기준으로 직업과 진로를 판단하면 안된다. 돌아다니는 돈이 많고 새롭게 도전할 기회가 많은 세상을 보아야 한다. 거기다가 한국 국력이나 브랜드 가치는 수직상승을 했으니 해외에서의 기회도 월등히 많아졌다. 개천에서 용이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고시나 공무원을 해야만 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TV에서 ‘달인, 서민갑부, 시골갑부’에서 보면 정직하게 땀 흘린 대가로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소개되고 있다. 몇 일전에 본 방송에서는 30대 후반의 청년이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식빵집을 하고 있었다. 모르긴몰라도 2억원 정도는 순수입이 되어 보였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닫는다고 한다. 물론, 이 단계까지 오는 데 든 노력과 도전은 아마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제발 돈도 못 버는 학생들이 그 비싼 계란을 마음대로 사서 먹는다고 질책하지 말자

직업을 보는 눈 – 대학생, 청년들에게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호기심으로 내 것을 만들 노력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사태로 전세계에 돈이 흘러 넘친다. 더 이상 맛있는 음식 사진이나 관광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랑이나 기념만 하지 말고 내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면 좋겠다. 또다른 방식으로 계란을 삶던가 굽던가 튀기던가 해서 1개당 2,000원, 3,000원 받도록 하는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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