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박대리, 따라와라” 밥시리즈③ [박창욱의 텐.퍼.취.미](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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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박대리, 따라와라” 밥시리즈③ [박창욱의 텐.퍼.취.미](39)
  • 뉴스앤잡
  • 승인 2021.01.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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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식사시간 - 회의와 공감대, 정보교류

딸내미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백화점에서 직장생활을 한지 3년여가 지날 때 물어 본 말이 있다.

“3년차를 지나니 같은 또래 직원들의 모습 중 제일 불편하고 피했으면 하는 행동은?”이라고 물었더니, “식사 때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설명했다. 백화점 업무성격상 근무시간에는 제각기 현장에서 뛰어다니니 사무실에서 같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의논하는 시간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어차피 밥은 먹을 테니 시간 맞춰서 같이 모여 식사하며 업무 점검도 하게 된다고 한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에 팀원 모두가 같이 가자고 팀장이 제안할 때가 자주 있는 데, ‘나는 같이 가기 싫다,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 가지 않겠다 혹은 자기는 다른 것을 먹으러 따로 간다’고 하는 몇몇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식사자리를 피한 것이 다른 직원을 번거롭게 만들며 새로운 업무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눈치없이 혼자 빠지면 누군가가 대신 대화내용을 정리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일도 바쁜 데 그 사람에 전달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오늘 뭘 먹을래?” - 내가 정한대로 가자는 우회적 표현이다.

식사메뉴는 정하자는 뜻도 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모두 따라오라는 부가의문문(Tag Question)일 수도 있다. 그러면 구성원 중에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전 직원들이 무난하게 같이 갈 만한 메뉴를 정하는 지혜로운 판단으로 정해지면 모든 것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그런데 상사들 중에는 본인이 특별히 끌리는 음식이 있는 데 혼자 혹은 단 둘이 가기는 애매하니 몇 명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부하와 식사를 통한 비공식적 대화로 다양한 것을 챙겨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사원, 대리 때 상사(上司)로부터 식사 호출을 자주 당한 편이었다. 그 분은 이사였으니 대기업의 계급서열로는 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로 이어지는 무려 4단계나 높은 분의 식사자리에 호출되는 것이다. 이사께서 상당한 식도락(食道樂)가로 유명했다. 따라가면 무조건 ‘쫄따구(?)’ 수준에서는 먹지 못할 맛있는 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간혹 식사를 겸하여 상당히 고급 정보를 알게 되기도 하고 당장 진행되는 일의 숨은 배경을 들을 수 있어서 일의 속도감이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만든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미처 보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업무도 식사 자리의 분위기에 맞춰서, 한 마디 던지면 순식간에 구두결재를 맞는 행운을 가지기도 했었다. 좋은 곳을 많이 알아두니 집안 식구들과 혹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맛있는 집의 정보를 활용하여 유용하게 쓰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좋은 식사자리에 반강제 초대를 받는 행운

그런데, 이런 경우는 두 가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뭐든지 맛있게 먹는 것과 대화에 참여하도록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우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접하는 음식일수록 더욱 맛있게 먹는 것이 좋다. 대개의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내가 사준 음식을 맛있게 먹고 고마워하는 것을 좋아한다. 조직이나 기관에서 일정 직급의 위치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리더십이다. 그런데, 한두번 초대를 했는 데 꺼리면 영원히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둘째는 적절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로 시사성있는 이슈가 주제가 될 때가 많다.그때 금방 알아듣고 나의 의견도 말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다. 평소 상사들의 스타일이나 생각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그 상사를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기회를 가질 수가 있다. 그러자면 당연히 당일의 신문기사나 회사와 관련된 대외적 이슈들에 민감하게 줄이 닿아있어야 한다.

좋은 식습관을 가진다는 것, 특히 골고루 먹는 것

필자는 집에서 이런 식습관을 물려주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한다. 골고루 그리고 맛있게. 덕분에 딸 둘이 모두 비슷한 경향이 있다. 좋은 유산을 물려주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 가진 돈이나 집안사정으로 먹을 기회가 없다고 푸념하지 마라. 편의점이나 학교 식사(학식)을 할 정도면 주변의 전통시장 같은 곳을 찾으면 다양한 메뉴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가리지 말고 먹도록 노력하자. 오늘은 직장 내부에서의 일로 칼럼을 전개했지만 다음 번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관계를 만드는 자리라는 의미를 정리해 보겠다. 그 첫 출발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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