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느끼는 아픔...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느끼는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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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느끼는 아픔...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느끼는 정서"
  • 김연정 기자
  • 승인 2019.07.2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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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네 지붕 한 가족' 발표한 황경호 작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네 지붕 한 가족>을 쓴 황경호 작가는 1973년 출생이고, 중국에서 20년간 해외영업을 담당한 영업맨 출신이다. 1973년생, 해외영업맨, 그리고 역사소설...이 세 가지의 키워드를 아무리 조합해 보려 해도 공통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황경호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스토리를 알게 된 뒤 하나의 또렷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가족’과 ‘사람’이다.

 

#어쩌면 선입견

 

중국 어학연수 시절의 황경호 작가
중국 어학연수 시절의 황경호 작가

 

“니들이 어찌 알겠어. 그때의 고통과 아픔을...”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은 어르신들이 종종하시는 말씀이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1973년생 황경호 작가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은 우리 민족의 가족사를 그린 책을 발표했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73년생이 뭘 알아서”였다. 마치 90년생이 70년대 민중가요를 부를 때와 같은 어색함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 어색한 느낌은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겪은, 잘 아는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이다.”라는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은 사람만이 진짜 근현대사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들이 죽은 뒤에는 ‘누가 그 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누가 그 때의 역사를 후세에 전달을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고 1973년생 황경호 작가는 그 짐을 사서 떠안았다.

 

#우연한 만남

 

중국 어학연수 시절의 황경호 작가
중국 어학연수 시절의 황경호 작가

 

중국에서 해외 영업맨으로 활동하던 2004년. 청도 출장을 간 황경호 작가는 우연한 술자리에서 어머니 또래의 한 남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런데 그 사연이 기가 막혔다. 그 분에게는 누님 둘이 있는데 큰 누님은 중국 사람이고, 둘째 누님은 북한 사람, 본인은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분명 한 가족인데 국적이 다 다르고 먼 타국에서 서로를 그리워 할 뿐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결국은 가족이 상봉을 했지만 짧은 만남일 뿐이었다.

가족은 당연히 함께 사는 것이고,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황작가에게 그때 들었던 가슴 아픈 가족사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런 아픈 사연을 가진 가족들이 많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자신과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과 후세대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그래서 집필을 시작했다.

 

#발품을 팔다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에 황작가는 더욱 신중하게 자료조사를 했다. 한글 자료와 중국의 자료를 비교해가며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을 기울였고, 그 시대에 살았던 조선족, 한족 노인 분들을 통해 역사 고증을 받기도 했다. 항일 운동 유적지, 만주국 정부 건물, 만주 731부대, 하얼빈역, 여순감옥 등을 직접 가봤고 그곳들이 우리에게 들려 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귀 기울여보려고 노력했다.

일제강점기에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만주로 향하는 젊은 소년 영덕, 일본을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주인이라 판단하고 일본인이 되기로 결심하는 준길, 평범한 서민이었지만 훗날 북한의 인민군 장교로 발탁되는 범진 등의 소설 속 인물들은 황작가의 이러한 발품 속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시대적 배경에 걸맞게 그들의 운명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역사적 고난에 처해 시련을 받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만주벌판에서의 역동적인 삶과 민족의 수난 6.25를 통해 주인공들이 겪어나가는 고난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공통분모 ‘가족’

 

황경호 작가와 가족
황경호 작가와 가족

 

황경호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공감의 문제였다. 로봇이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과연 일제강점기와 6.25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민족의 한 많은 인생사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것인가로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이 청도에서 만난 그 분의 아픈 가족사를 듣고 가슴에 울림을 받았듯이 소설 속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스토리는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인류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족’은 한국인에게도 중국인에게도, 1930년에 태어난 세대에게도, 2000년도에 태어난 세대에게도 통용되는 모든 인류의 공통어가 아니던가.

 

#인간의 존엄성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와 황경호 작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와 황경호 작가

 

황경호 작가가 <네 지붕 한 가족>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사람,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고 살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옛 민족들은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으로 비극을 겪어야 했다. 더 이상 우리 민족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의 자유와 존엄을 박탈당하는 그 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격동의 21세기를 슬기롭게 이겨 나가기를 바란다.

황작가는 <네 지붕 한 가족>을 별종 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들이 꼭 봤으면 한다. 황작가는 요즘 젊은 세대에 번지고 있는 주위 민족에 대한 멸시, 남성과 여성의 대결 같은 편 가르기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만주에서 살다가 그 곳에 뿌리를 박고 살았으면 나는 조선족이 되었을 것이고, 연해주에 살았으면 지금쯤 고려인이 되었을 겁니다. 국적이나 환경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해주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람&사람

 

황경호 작가
황경호 작가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황경호 작가가 50년 가까이를 살아오면서 내린 인생의 정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 만난 지금의 중국인 아내, 중국에서 정착해서 해외영업맨으로 살아온 20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황경호 인생스토리의 등장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황경호 인생스토리의 이야기이다.

황경호 작가는 사람과의 만남을 중요시한다. 중국의 모 대기업의 지역 영업본부장으로 지낼 때 황작가는 200명이 넘는 부하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웠다.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고, 의심 가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직원을 대하는 황작가의 철학이다. 영업을 함에 있어서 고객들에게 솔직하게 대했고, 가능한 건 가능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고객과의 약속은 꼭 지켰다. 그렇게 20년을 지내오니 주위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인맥은 지금의 황경호 작가의 재산이다.

 

#차기작은 한국의 기업에 관한 이야기

 

 

이제 막 <네 지붕 한 가족>이 출간됐지만, 황작가는 이미 차기작에 대한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 바로 자신의 직업을 살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90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많은 외화와 인력을 투자했지만 현재 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고 짐을 싸고 나가는 실정이다. 황작가는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는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기록에 남겨 미래 세대들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먼저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사람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다시 <네 지붕 한 가족>

 

황경호 작가는 자신을 이제 막 늦은 나이에 데뷔한 초짜 작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작가가 <네 지붕 한 가족>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묵직하고 분명하다. 바로 우리가 지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하자는 것! “우리의 광복을 위해서 만주 벌판 곳곳에서 이름 없는 수많은 선조들이 희생 되었고 안타깝게도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만약에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기 목숨을 걸고 가족을 버려 가면서 항일 운동을 했을지 솔직히 자신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결과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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