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부모님들께 드리는 부탁”[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14)
악습(惡習)을 고치는 도전에 연수책임자의 성장통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쓴다. 상당히 불편한 내용들은 집합교육으로 8개월간 가르쳤던 사람으로서 책임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버티질 못하던 사람이 해외라고 달라질까?”
10년 째 한국의 청년들을 키워 해외의 한국기업에 취업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해마다 200여명을 한국에서 뽑아 동남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에 취업시키는 일을 해 나가면서 머리 속에 뱅뱅 도는 의문이다.
한국청년들이 동남아국가에서 취업하면 활동영역이 글로벌 최고기업들과 거래해 나가는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단순히 현지인들에게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힘과 손을 빌어 제품을 만들고 선진국 최고의 바이어들과 씨름하여 수주하는 최고도의 영업현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연수를 받고 취업 초기에는 힘들어 하지만 현지의 한국기업에서 일정시간을 지나다 보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월등히 역량있는 인재로 커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으로 성장하는 바탕에는 한국 제도권 교육에서 빠져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생활토록 하고 있다. 그 방법은 당사자에게 상당히 충격적이다. 1년간의 합숙 훈련이다. 주된 내용은 현지언어의 습득과 기초직무지식, 리더십 등이다. 그런데, 학교교육에서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것을 심어줘야 할 것이 ‘공동체 생활’이며 ‘자연스럽게 체질화’시키는 것이다. 1년동안의 모든 일정을 동남아 현지에서 진행하며 현지의 대학교 기숙사를 빌려 합숙한다. 2-4명씩 1개방을 사용한다. 그리고, 2개월마다 합숙파트너를 바꾼다.
기업인의 핵심역량은 고객이나 거래처, 직원들과의 관계형성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기 때문이고 특히 동남아 제조회사의 생활이 기숙사 생활로 이어지는 것도 하나의 고려 요소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확대하여 보면 사회생활, 글로벌 성공의 한 축이 인간관계로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지혜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스타일의 동료들과 숙소를 같이 쓴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절제와 양보, 배려를 필요로 한다. 잠자리, 샤워장, 화장실, 세탁실, 공용공간 등 모두를 공유해야 한다.
공동생활, 특히 합숙에서 나타나는 유형들
이번 출장기간 중에 연수생들에게 공동체 생활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 유형을 소소한 것이라도 모두 수면위로 떠오르게 유도해 보았다. 수십가지가 넘는다. 8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몇 명 인원에게만 집중되어 나타난 것도 있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악습을 고치도록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도 같이 가르쳐 보았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숙소관련 유형만으로 예를 든다. 규정시간 준수의 문제, 공용공간 문제, 화장실 및 샤워실 문제, 세탁실과 세탁물 문제, 2-3인 숙소의 소음 문제, 언어생활(욕설, 불평 등)과 공동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이 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 꾀병, 건강관리 소홀, 반말, 자기생각 강요, 정치성향 강요 등 심각한 문제들도 눈에 들어온다.
남은 3개월동안에 열심히 고쳐 나가기를 기대하고 독려한다.
이런 기막힌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
이 상황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로 점검을 해보았다. 대개 몰라서 그런 행동을 한다. 굳이 몇 가지를 꼽아본다.
첫번째 원인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였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며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특히, 과거대비 급격하게 핵가족중심의 환경으로 바뀌며 광범위한 직계가족, 친인척이나 지역사회의 관찰이나 관심, 잔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가정에서 방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미안한 마음에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오냐오냐’가 큰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친구관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시절에 방치된 것도 큰 원인이다. 부모들의 과잉 자식사랑으로 교육을 의탁한 제도권 교육장에 간섭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관의 교사나 보육 담당자조차도 엄격한 공동체 교육을 받은 것도 없다. 자격도 오로지 외운 시험점수에 의해 주어지다 보니 심각한 상황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서 방치하는 경우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의 발달과 학생권리를 중점에 둔 고발 등의 영향을 받고, 합리적인 잔소리와 제재방법을 발달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연수 진행자로서의 성장통(成長痛)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1년이라는 단기간에 한 번 고쳐보겠다고 도전을 한다.당사자나 우리 연수관계자들 모두 대단한 성장통을 앓고 간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의 성장과 성공을 동기(MOTIVE)로 하여 도전하는 이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