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부화 타이밍, 기다림의 배려[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3)

박창욱 칼럼니스트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이다.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2025-05-07     뉴스앤잡
박창욱

신입사원이 입사 초기에 직장 상사에게서 꾸중을 받으면 충격은 예상외로 크다. 그 충격이 몇 번 겹치고 핑계가 생기면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상사와 신입사원의 소통 중 온도차가 큰 경우가 시간 개념이다. 상사들은 업무 지시를 그냥 ‘빨리’하라고 하든가 마감시한을 언급하지 않는다. 기존의 직원은 같이 일한 경험으로 ‘눈치껏’ 처리하며 무사히 지낸다. 자연스럽게 신입 사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지시한다. 신입사원은 ‘적당’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상사가 중간에 점검해보면 부진하던가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게 된다. 꾸중이 시작된다. 신입사원은 영문도 모르며 꾸중을 듣게 된다.

알고 보니 이런 시간개념의 부족이라는 습관은 가정이나 학창시절에 시작되었고 습관이 되었다. 필자가 지난 20여년간 대학 강단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대학생과 청년 대상의 강의 시간과 팀 활동 때 매번 보았다. 강의 시작 시간이 되고 강단에 서서 강의 시작을 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거나 잡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중시키고 시작하는 데 5분 이상을 허비한다.

참다못해 강하고 자극적으로 질책한다. “여러분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대학에 왔다. 인생의 찬스는 세 번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세 번의 기회가 지나갔다. 시계가 가리킬 때, 교수가 여러분 앞에 섰을 때, 강의가 시작되었을 때다. 눈을 크게 뜨고 있어도 잡기 어려운 데 여러분은 스마트폰, 잡담,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아예 습관이 되었다. 지적하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으니 문제가 없는 줄 착각하고 있다. 강의 시간은 기회를 잡는 연습 시간이기도 하다. 연습량이 직장 생활, 사업 진행, 좋은 인간관계의 핵심이자 기본이 된다” 하면 그나마 수긍한다. 또 5분이 지나간다. 팀 활동의 마감시간 감각은 더 무디다. 누군가 챙기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 모습이 직장으로 이어진다. 직장 상사들은 시간개념이 없을 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신입사원 시절에 본부장에게 심하게 혼난 경험이 있었다. 상사가 화를 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신입사원은 엄청난 혼란(인지 부조화)에 휘말린다. 그러면서 본인은 야단맞은 이유를 모른다며 주위의 또래들에게 하소연하면 이해 못한다며 이직을 부추긴다.

필자도 이런 아픈 기억으로 개선하니 좋아진 경험이 있다. 한국 사무실에서 매년 1명, 2명의 신입사원을 가르칠 때다. 작게는 30살, 많게는 45살 차이도 있는 고등학교를 갓졸업한 신입사원도 있다.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경우도 많다. 업무를 지시할 때 먼저 자리에 앉혀 눈높이를 맞추고, 지시한 일의 이유와 요구 수준, 마감 시한을 말해준다. 그 자리에서 복명복창(復命復唱)도 하게 한다. 그럼에도 보고 시간이나 내용이 어긋나는 경우는 일단 3번의 쉼 호흡을 하고 다시 설명해주면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필자가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김우중 사관학교에서 시간개념의 습관화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 현장에서 일하게 될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 연수과정이다. 내가 직접 데리고 쓸 인원이 아니고 현지 기업들에 추천하는 인원이기에 더욱 정성을 다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부족하지만 그들 또한 큰 마음먹고 해외로 도전한 청년이다. 주변 친구와 친지, 가족들의 시선과 본인의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현장의 관리자께서도 한국 본사에 입사하여 유능함으로 인정받고 경영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해외 현장으로 발령받아 온 분들이다. 본인의 입사 시절의 두려움과 설레임의 추억을 돌이켜 보며 신입사원의 정착에 많은 배려를 부탁드린다. 회사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병아리 한 마리 부화하는 데에도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정란 자체도 건강해야 하지만 기다리는 어미 닭이나 사람들이 환경 조성과 기다림의 배려 등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18일이 아닌 21일이 되어야 부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본인의 노력 줄(啐, 안에서 쪼는)과 선배와 상사의 탁(啄, 밖에서 쪼는)이 서로 맞아야 건강한 병아리가 탄생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