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요리사로 일하면서도 불만인 청년의 진로 고민 [정철상의 취업백서](18)

2025-04-29     뉴스앤잡

중학교 시절 요리 만화책 보길 좋아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만화 속 주인공인 요리사가 힘든 일로 고향을 떠나려는 사람에게 “잠깐, 너에게 마지막으로 맛있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하고 싶어”라고 하는 말에 반해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특성화 고등학교의 요리학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는 일식을 배우려는 마음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단 기내식 조리사로 취업한 뒤에 좀 더 장기유학을 계획하며 일식 요리사로서의 꿈을 품었다. 문제는 조리 일이 자신과 너무나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억지를 부려 선택한 진로인지라 막상 뛰쳐나오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견뎌나가고 있었다.

이 청년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살펴봐야 할 점은 그 청년이 왜 조리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느냐는 근본적인 동기다. 청년은 요리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너에게 맛있는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라는 말에 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청년이 ‘조리사나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된 것이 실수일까. 엄밀하게 말해서 실수는 아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품는다. 문제는 특정 대상에 현혹되어 실수를 하는 경우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청년이 만화 주인공의 대사에 반한 이유는 주인공이 요리사이기 때문이 아닌 주인공이 한 말, 그 의미에 반한 것이다. 그러니 그 청년은 요리사가 아니라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대접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만족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요리사는 요리로, 교사는 교육으로,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건축가는 건축으로, 가수는 노래로, 연기자는 연기로 모두 다 제 각각의 수단으로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불어넣는다. 그런데 그러한 동기조차 모른 채 무작정 요리사로만 달려왔기에 실제로 요리 쪽으로는 그다지 흥미나 적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리에 흥미와 적성이 딱 맞아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확률상 낮다. 사람들은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에 쉽게 속는다. 따라서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게는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 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떤 감정이 물밀듯 밀려올 때 덜 컥 다른 분야로 뛰어들기보다는 조금만 더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 현재, 지금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가능해진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근본적인 동기를 살펴보자. 그 가운데서 현재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키워 나간다면 분명 좋은 기회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 내면의 울림에 조금 더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보며 그 길을 따라 걸어가 보자.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것을 천복(天福) 이라고 불렀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소리를 따라 두려움 없이 세상을 살아나가면 하늘이 내려준 천복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