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담당자가 주목하는 글쓰기, 피아노처럼 연습하라 [강이순의 피아노와 역량 개발](11)
강이순 소장(피아노 손가락 독립 연구소)은 20여 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며, SNS를 통해 피아노 교육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피아노 좋아하세요?’가 있으며, 현재 서울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 중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피아니스트가 악보만 많이 본다고 무대에 설 수는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정희모 교수의 《글쓰기 전략》은 독서만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글쓰기는 체계적인 분석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기술이며, 이는 피아노 연습과 매우 닮아 있다.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 모양과 자세를 정확히 익히고 근육을 단련하며, 거기에 음악적 해석을 더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흐름과 논리를 분석하고 구조를 익히는 기본기를 갖춘 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비로소 ‘전달력 있는 글’이 완성된다. 《글쓰기 전략》은 글쓰기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눈다.
쓰기 전(prewriting)에는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개요를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쓰기(writing) 단계에서는 주장을 정리하고 논거를 구성해 글의 뼈대를 만든다. 쓰기 후(postwriting)에는 문장을 다듬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러한 단계는 피아니스트가 연주 전에 손가락 독립성을 점검하고, 곡의 프레이징을 계획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채용 현장에서 글쓰기 실력은 생각보다 중요한 평가 요소다. 채용 담당자는 자기소개서 한 편을 통해 지원자의 사고력, 표현력, 문제 해결 방식을 읽어낸다.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글은 곧, 명확한 생각과 준비된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렇다면 ‘좋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글쓰기 전략》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을 제시한다.
첫째, 자신 있는 주제를 선택하라.
피아니스트가 자신 있는 곡을 연주할 때 더 깊이 있는 해석을 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주제를 선택해야 풍부한 내용과 자신감 있는 표현이 가능하다.
둘째,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하라.
새로운 곡을 연주할 때 작곡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주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는 글의 신뢰성을 높이고 독자에게 설득력을 제공한다.
셋째, 구조를 먼저 설계하라.
피아노 연주에서 곡의 흐름을 계획하고 다이내믹을 설정하듯, 글에서도 전체 틀을 먼저 잡아야 한다. 서론-본론-결론의 흐름을 의식하며 문단 간 논리적 연결을 정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막연하게 시작하다가 어렵다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하지만 기본기 없이 무대에 오를 수 없듯, 글쓰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10분씩, 관심 있는 주제로 짧은 글을 써보는 습관부터 시작해보자. 또는 신문 기사나 책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 막막함을 줄이고, 면접에서도 말의 흐름을 잡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피아노와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힘이다. 손끝에서 시작된 훈련이 무대를 감동시키듯, 한 편의 글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이야말로 글쓰기 연습을 시작할 때다. 꾸준한 훈련이 결국 당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할 가장 단단한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