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본 일의 피드백에 목마르다. 요즘 신입사원은…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2)

박창욱 칼럼니스트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이다.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2025-03-31     뉴스앤잡
박창욱

첫돌을 앞둔 손주의 홀로서기 노력이 힘겹게 보였다. 그러다가 6개월쯤 지나니 홀로서기를 넘어 혼자 걷기도 잘 한다. 그동안 가족이 둘러앉아 “잘 한다, 잘 한다”로 박수쳐 주기만 해도 되었다. 손주의 그 모습이 그저 좋았다. 필자도 절로 신이 났었다. 당하면서 배우는 모습의 전형이다. 아마 생각하는 힘이 있었으면 중도 포기를 했을 지도 모른다. 동물적 본능으로 반복 또 반복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마냥 좋다가도 안타까운 소식에 금방 마음이 상한다. 필자가 실무를 총괄하는 GYBM연수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였으나 1, 2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이다. 김우중 사관학교,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은 한국의 4년제 대학 졸업 청년들을 양성하는 전직 대우맨들의 사회적 사업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실무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연수기간 1년여 동안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대졸자를 선발하여 베트남어 혹은 인도네시아어를 기본으로 하고 기업 직무 교육을 하노이 현지에서 합숙하며 훈련한다. 장래 근무처가 한국과는 사뭇 다른 환경임을 감안하여 일을 대하는 태도와 미래 비전 등도 꼼꼼하게 학습시킨다. 최종적으로 양성된 인원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나름대로 적합한 사람을 추천,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입사하게 된다.

그런데, 동일한 연수를 마치고 취업한 회사에서 정착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2,3개월만에 관두는 경우부터 4,5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까지… 이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 훈련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러나 기대만큼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하는 것이 아쉽다. 수준 이상으로 강하게 조련하면 바스러진다. 연수 중간에 포기하는 인원이 3~4%수준이다. 잘 다듬어 쓸 수 있도록 양성하지만 우리 과정에 합류하기 이전의 본인 성장 과정이나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취업한 회사 적응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2가지로 생각된다. 하나는 흔히 실력이라고 하는 질적인 성숙도가 천차만별이고 선발 때부터 누구나 선호할 만한 청년 확보의 한계다. 동남아 취업이 당사자나 가족에게도 비매력적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이유는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그나마 1년간 집중하여 훈련하면 크게 성장하는 것이 대견하다. 취업하는 회사의 업종이나 규모, 문화 등이 제각기 다르고 각 회사에 맞춤형으로 가르칠 도리도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하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대응 방식이 관리자마다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동남아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분들은 그간의 사정을 비교적 잘 헤아려 주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수 인재가 줄서는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대하다가 부임한 경우는 낭패를 많이 당한다. ‘김우중 사관학교’의 명성도 있고 하니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초기에 김우중 회장께서 연수 후 취업한 회사를 일일이 다니며 “잘 부탁한다. 잘 키워보자”라며 신신당부하고 다니셨다. 초기 적응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것이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과거대비 학교와 기업의 격차가 커졌다. 기업 경쟁의 환경적 원인과 사정 교육의 온실화 격차만큼.

신입사원 적응에 효과적인 2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신입사원을 다루는 회사가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적어도 초기만이라도. 필자가 대학가에서 강의와 평가를 하고, GYBM 청년들을 1년동안 합숙으로 지도하며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수습기간의 3개월만큼은 어린애의 걸음마 훈련 때 당해봐야 안다는 심정으로 같이 지켜보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피드백이다. 그냥 참으며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잘못되고 부족한 것은 그 때마다 챙겨 주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사회나 조직 생활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같이 가정 교육이나 학교의 동아리 활동 등도 제대로 되질 않고 있다. 흔했던 기업형 알바나 조직생활 체험도 없다.

최근에 어느 스타트업의 관리부장의 말이다. 재취업 면접장에 온 지원자에게 이전 직장에서 관둔 이유를 물으면 ‘자기가 한 일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은 당해도 잘 모르는 일에 불안하면 주로 인터넷에 물어본다. 비슷하게 어설픈 다른 회사 동기끼리 메신저로 대화하며 미래를 대처하는 경향이 크다.

관리자의 피드백이 평생의 생명줄이 된다. 신입사원 당사자 또한 뭐든지 한 번 해보려는 도전으로 회사에 기여하자. 그래야 피드백도 있고 배우게 된다.

줄탁동시이다. 스스로 깨는 줄(啐, 부화하려는 새끼가 쪼는 것)의 기회를 많이 주자. 그러면 관리자도 탁(啄, 어미 닭이 쪼는 것)해 줄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된다. 엄격하게 말하면 ‘줄 먼저, 탁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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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 알에서 병아리로 깨어나려면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줄, 啐), 어미 닭은 밖에서 쪼아주어(탁, 琢)야 한다. 기업의 선배와 신입사원, 책임자와 일반직원,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서로 챙겨보자는 의미에서 정한 칼럼 제목이다. 줄과 탁의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