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노동동향 이해 [정철상의 취업백서](16)

2025-04-02     뉴스앤잡

취업도 감각이다. 둔감하면 흐름을 놓친다. 그런 면에서 취업과 채용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화하고 있는 최근의 취업 동향은 무엇일까? 채용 방식의 변화로는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취업 트렌드 1 - 일자리 감소

코로나19가 닥치기 바로 전해에도 금융위기급 고용참사에 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그러나 상상하지도 못했던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 실업’ 까지 포함하면 무려 150만여 개의 일자리는 사라졌을 것이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찬바람은 20대 취준생에게 유독 가혹했는데 20여 년 만에 최악의 고용률이 그 증거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요인으로만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산업 구조적으로 일자리 수는 제한적으로 늘 접은 대면 혹은 그 반대로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디지털 분야의 인력채용은 꾸준히 증가 하고 있는 추세다. ‘콘텐츠 기획, 서비스 기획, 검색 기획, 데이터 개발 과 활용, 플랫폼 개발,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 각종 앱 개발, IT 개발, 시스템 운영, 정보 보안, AI·IOT·블록체인 등의 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부문 채용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기존 직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선호하는 만 큼 디테일한 기술은 모르더라도 최소한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과 직무와 변화 흐름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취업 트렌드 2 - 새로운 채용 풍토, 언택트 채용

코로나19 이전에도 비대면 채용은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채용은 새로운 채용 방식의 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구직자의 70% 이 상이 코로나19 이후 채용시장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기업들도 2020년 31.2%의 기업이 언택트로 채용했으나 다음 해에는 50.1%로 확대되었다. 이 중 대기업은 67.7%가 언택트 채용을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채용 비율은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채용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1차 면접은 비대면, 2차 면접은 대면 혹은 그 반대로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채용의 일환으로 디지털 채용도 하나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 채용을 뛰어넘어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에서 채용이 진행된다든지, SNS나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며 취준생과 현직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장이 열린다든지,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해 검토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취업 트렌드 3 - AI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

AI를 채용제도에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업들이 서류심사에서 AI 평가를 해왔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시범적으로 운영이 되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AI가 채용의 한 형태로 등장하게 되었다. 논문표절을 검사하는 AI가 자기소개서 평가시스템에 도입되며 타인 의 자기소개서를 복제하거나 인터넷으로 배포된 합격한 채용자의 자기 소개서를 도용하는 지원자들을 솎아내고 있다. AI 채용 방식은 이렇듯 불성실한 지원자를 식별할 뿐 아니라 지원자 성향까지 식별하고 직무적 합성 여부까지 구분하며 진화해나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AI는 직무적성검사에서 가장 강력하게 활용되었고 앞으로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에서는 자체 직무적성검사를 지원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소식에 찬반론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삼성의 인사담당자들은 거짓과 속임수를 쓰려는 지원자들은 비단 삼성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당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 모두 선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면접은 한 감독관이 CCTV를 보듯 9명의 지원자들의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일일이 살펴보는 방식이다. 면접을 보는 동안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는 기본일 뿐만 아니라 화면에서 손이 밖으로 계속 나간다든지, 눈동자가 특정한 쪽으로 계속 쏠린다든지 하면 경고음이 울리면서 지원자들을 원격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제공한 거치대를 통해 자신이 치루고 있는 시험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도록 했기에 사실상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단지 팬데믹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면접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은 막대한 비용절감과 시간절감 효과 등의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삼성전자의 경우 GSAT 시험에 보통 10만여 명의 응시자들이 지원한다. 그러면 10만여 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최소 3,000여 개 이상의 고사장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투입될 인력을 포함하면 최소한 2만~3만여 명 이상의 감독관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시험 전에 출력한 시험지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보안 물류창고가 필요하며 3,000여 개 고사장으로 보안장치가 마련된 차량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후에도 시험지를 수거하고 채점하고 평가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치르게 된다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간편하고 빠르고 편리해진다. 팬데믹은 종식되었지만 모든 것을 오프라인 방식으로 다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당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도 온라인으로 인적성검사를 보게 될 것이다. 인적성검사와 별도로 AI가 직무 역량을 측정하는 AI 역량검사를 본다든지, AI가 면접을 본다든지 하는 방식이 하나의 채용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베테랑 인사담당자들조차 짧은 시간 안에 인재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AI 면접관을 채용의 한 형태로 도입해보았는데 실제로 도입해보니 반신반의했던 인사담당자들의 60%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단 시간과 노동력 투입감소로 비용이 절약됐을 뿐만 아니라 채용의 효율성과 공정성, 객관적 평가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취준생들도 이제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참조로 AI 면접과 AI 역량검사 등을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은 ‘서울시 인공지능(AI) 면접체험’, ‘잡아바’, ‘꿈날개’ 등의 사이트가 있고, 마이다스 아이티와 같은 기업에서도 일부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취업 트렌드 4 - 채용 형태 변화

채용 시기의 변화, 채용 방식의 변화, 공채의 종말 과거와 달라진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채용 형태의 변화다. 과거에는 졸업시즌 전인 9월부터 12월까지가 신입사원 집중 채용 기간이었다. 그렇 지만 이제는 거의 1년 내내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필요한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즉각적으로 채용하겠다 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채용 방식도 뒤바뀌었는데 주로 하반기에 집중되었던 공개 채용 방식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입 사원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거의 80~90% 가량을 채용해왔다. 그러나 그 이후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수시채용이 조금씩 늘더니 거의 70~80% 가 량을 수시로 채용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공채의 종말로 귀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최현수 인사기획팀장은 공채 종말의 원인으로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경쟁 환경의 변화와 불확실성의 고조, 둘째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기술의 도입, 셋째 스킬 중심의 인재 확보 니즈 극대화라고 말했다.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 이런 채용 형태의 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과거 한국은 일본기업의 채용 방식을 받아들여 일 년에 한 번 공채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인력을 한꺼번에 채용했었다. 당시는 별다른 채용 조건도 없이 스펙이 높고 두루두루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고 신속하게 인재를 채용하고 바로 현직에 배치하기 위한 가장 무난한 방법은 스펙으로 구분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지원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취업 스펙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구화된 방식으로 적재적소에 적합한 능력을 구축한 사람을 수시로 뽑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즉, 한 분야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며 그러한 사람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공채의 종말은 사실상 신입직 시장이 끝나고 경력직 시장이 도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약 졸업 전까지 희망하는 곳으로의 취업이 어렵다면 무작정 스펙 쌓기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단 취업을 한 뒤에 향후 장기적으로 경력직 시장에서의 업그레이딩을 도모하는 일이 보다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