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 주는 한 마디, 격려인가 내침인가[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1)

박창욱 칼럼니스트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상근부회장이다.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2025-02-28     뉴스앤잡

8년전 필자 딸의 일이다. 대학 졸업 직전에 한 대형 백화점에 취직했던 시점이었다.

주변의 선배 직원들이나 백화점 코너에서 일하는 판매직 직원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직접 대놓고 말을 하고 때로는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오래 다닐 수 있을까?”

“그 많은 부서 중에 하필이면 여기에 왜 왔어?”

“나 같으면 더 좋은 부서로 보내 달라고 하겠네. 스펙도 좋은 데…”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한 모퉁이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일하게 된 식품파트가 백화점 업무 중 힘든 자리이고 그 이전에도 신입사원이 힘들어서 관둔 적이 많은 자리이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며 직업으로는 구매업무 같은 것을 해보겠다며 기염을 토하다가 인턴 합격으로 그곳에 배치되었다. 신입사원의 첫 자리가 어려우니 힘내라는 격려를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좋게 해석도 해보았다. 멀쩡히 영업하던 자리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도 아니다. 새롭게 출점하는 백화점으로 오픈을 몇 개월 앞둔 시점이고 전임자도 없으니 업무 강도가 보통이 아니라고 짐작은 되었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정말 난감하였다. 필자도 대기업 퇴직 이후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 전반을 챙기며 백화점 영업도 직접 5년 정도 해보았기에 그 말의 내용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딸에게 위로이자 격려, 그리고 실제적인 조언도 해 주었다.

힘들다는 것은 아빠도 안다. 대신 많이 배우고 크게 성장하게 될 기회다.”

“백화점 신규 개점 멤버로 일해 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억지로 힘든 일을 찾아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왕 맞닥뜨린 일이니 한 번 해보자”

“일에 대한 적응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화시키지 말자”

필자가 평생 인사업무를 해왔고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을 가르치며들었던 확신이었다. 같은 시간 동안에 조금 힘든 일도 세월이 지나면 큰 영양분이 되었다.

 

해외 사업장에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업장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업장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인 경우에 더욱 심하다. 갓 입사한 한국 청년들 당사자에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에서 듣는 선배들 이야기보다 강도가 훨씬 크다.

“한국에서 취업 안되어 도피한 것 아니냐?”

“이 힘든 곳에 왜 왔어?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첫 출근한 신입사원에게 환영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본인의 이력서를 보며 건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지 인력 중심으로 경영하며 주재원 파견자는 최소화하는 상황이니 관리자급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말 가혹하다. 본인이 입사했던 20년, 30년 전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양상은 크게 다르고 중간관리자의 부족으로 애를 먹는 상황이 아닌가? 조금만 힘들면 관두고 하니 관리자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미리 버틸만할 지 챙겨보자는 취지로 그러는 것을…

그래도, 요즘 세대를 이해하고 잘 가르쳐서 일을 시켜야 한다는 대명제는 한국기업 최고 화두이지 않은가? 어떤 경우이든 그들을 잘 정착시켜 회사 경영의 한 멤버로 안착시키는 것은 관리자의 가장 큰 시대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5년여 전에 김우중 회장께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대표적 애로점으로 중간관리를 담당할 한국 청년 구인난을 알고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을 만들었다. 연수과정에서 본인 꿈을 이루고 미래를 향하는 가장 기본은 ‘인내, 끈기’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본인이 살아왔던 것보다 좀더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담금질한다. 현재 한국의 청년보다는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하고 내보낸다. 그래도, 현장의 관리자 눈에는 많이 모자랄 것으로 짐작된다.

신입사원이라는 갓난이가 온전한 생명체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와 입사한 회사의 직속 선배의 큰 배려가 필요하다. 같이 힘을 합치자. 줄탁동시이다.

참, 서두에 말한 필자의 딸은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신입사원 시절의 고생이 입사 이후에 많은 힘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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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 알에서 병아리로 깨어나려면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줄, 啐), 어미 닭은 밖에서 쪼아주어(탁, 琢)야 한다. 기업의 선배와 신입사원, 책임자와 일반직원,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서로 챙겨보자는 의미에서 정한 칼럼 제목이다. 줄과 탁의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