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참된 교육: 음악의 하모니(harmony)[강이순의 피아노와 역량 개발](3)
강이순 소장(피아노 손가락 독립 연구소)은 20여 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며, SNS를 통해 피아노 교육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피아노 좋아하세요?’가 있으며, 현재 서울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 중이다.
12월 21일 토요일, 세종대학교에서 조선 음악 콩쿠르가 열렸다. 학생들의 연주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는 곡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이 흔히 겪는 실수는 의외로 단순한 것들이다. 사소한 부분을 무시하거나 대충 넘어가는 습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작은 실수들이 무대에서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카토, 쉼표, 프레이즈와 같은 기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음악의 표현이 흐려진다. 그 결과로 점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타카토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된다. 쉼표가 있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숨을 쉬어야 한다. 쉼표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음악의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이다. 프레이즈는 2마디보다는 길고 8마디보다는 짧은 악구로, 보통 멜로디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된다. 이 부분은 노래하듯이 표현해야 하며, 중간에 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레가토로 연주해야 한다. 이 프레이즈의 시작과 끝에서는 자신의 소리를 직접 귀로 들으면서 정성껏 소리를 내야 한다.
이렇게 미세한 부분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소리의 크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때, 다이내믹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는 제자가 형편없이 바순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검”을 뽑았다고 전해진다. 악보에 표기된 대로 연주하지 않는 단원들에게는 자신의 “가발”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는 음악 공부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일인지를 의미한다. 즉, 자동차 운전을 할 때, 교통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도로 위를 달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음악에서 표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악보 속에 숨어 있다. 악보에 기재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고, 작곡자가 의도한 데로 연주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바흐가 쓴 피아노 악보집<<인벤션>>의 음표들을 보면 마치 머릿속의 기능이 엉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앞에 복잡한 현실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선 위에 놓인 음표들은 거의 비슷한 반복적인 패턴으로 움직인다. 이 동형 진행은 두 눈이 빠질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처럼 악보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면 음악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다. 바흐가 이렇게 음악을 엄격하게 다룬 이유는 결국 기본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교육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악기를 연주할 때는 호흡과 생동감, 입체감, 세밀한 기교 등을 모두 살려서 연주해야 한다. 곡에서 흐르는 감정과 느낌을 올바른 소리로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악보에 명시된 음악 용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음악이 시작되고 끝나는 구간에서는 프레이징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문제들,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 속에서, 사회 속에서, 가정 속에서 서로가 눈을 마주치며 인간의 소리에 진지한 반응을 보여야 할 때이다. 음악에서 화성 음정을 배우고 공부하듯,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화성법(和聲法)과 협화음(協和音)을 알아갈 수 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 속에서 음악의 하모니(harmony)가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