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매너가 빈틈없다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52)
40대 중반 외국계 기업 마케팅 상무와 통화를 마치고 끝 인사를 하려는데 전화가 뚝 끊어졌다. ‘바쁘셨나?’ 하며 지나쳤다. 다음에 다시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마무리 인사를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어? 이 분이 왜 이러시지? 내가 뭘 잘못했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번 전화통화 때도 역시였다. 그래서 속으로 ‘아~ 이 상무님은 나를 안 좋게 생각하고 있나보다’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 그 얘기를 꺼내니 “그 분의 오랜 습관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신경 안 쓸 일이 아니었다. 그 상무와 통화하는 많은 사람들이 필자처럼 오해를 하거나 기분이 상했을 테니,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의 평판을 엄청나게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었다.
얼마 후 그 상무는 국내 기업으로 이직했는데, 그곳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는 매너 떄문에 그 회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대단히 불쾌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다못한 사장으로부터 “아무리 습관이라 하더라도 나쁜 건 고쳐야지!”라며 따끔하게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상무는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임자를 만났다며, 그래도 오래된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어 잘되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화 매너 때문에 불쾌했던 적이 있으면 용서해달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그 분과 통화하면 얼마나 유쾌한지 모른다. 워낙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분이었는데, 누가 선뜻 지적해주기 어려웠던 사소한 전화 매너 하나 때문에 하마터면 오해로 관계가 멀어질 뻔했다니,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첫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화 매너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실제로 만나기 전에 전화 통화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화 매너야 말로 사실상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화는 그 사람의 이미지, 평가, 평판 등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받자마자 짜증스러운 말투로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지금 통화하기 곤란한 상황입니다.”라고 하며 끊을 바에는 차라리 전화를 꺼두거나 안 받는 게 낫다.많은 직장인들이 이런저런 이미지 관리는 열심히 하면서 정작 전화 속 이미지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하자. 성공하는 사람은 전화 매너도 빈틈없다.
전화 매너도 놓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