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마음가짐이 낳는 기적이다! [천기덕의 천기누설](60)

2024-07-15     뉴스앤잡

삶은 기적이다. 그 씨앗은 마음가짐이다. 다산의 사의재(四宜齋)와 최송설당(崔松雪堂)의 정걸재(貞傑齋)의 마음가짐(Mindfulness)을 배워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룩하자. 신화(神話)는 신뢰(信賴)와 화합(和合)의 信和로 이루는 신화(神化)라 할 수 있다. 선비들의 품위와 고매한 선조들의 지혜로 신화를 이룩하자. 가장 먼저 뜻을 두는 입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가짐과 마음 다짐의 굳은 결단이 기적을 낳는다. 그것이 행동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책을 쓰다가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뚫렸다는 다산의 과골삼천((踝骨三穿)은 유명하다. 그 독한 마음과 천재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DIKW Pyramid란 것이 있다. Data, Information, Knowledge를 계속 압축하고 남는 최종 0.2% 액기스가 지혜(Wisdom)이다. 그것은 또 남을 이해하는 것으로 신뢰의 문간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리석고 반대로 지혜가 있으면 신뢰를 얻는다.

조선왕조 도성을 점지할 때 정도전은 4덕의 문을 짓고 그 한가운데 신뢰의 보신각을 세웠다. 사람이 늘 갖추고 실천해야 할 오상(五常)을 간절히 바란 것이다. 신뢰는 인간의 근본적인 예(禮)다. 대학의 3강령과 실천 덕목인 8조목도 <예기>에서 나왔다. 인간이 존귀한 것은 예가 있기 때문이다. 큰 배움이란 대학이 예기 42편을 떼어낸 것이란 점으로 봐도 인간적 도리인 예가 매우 중요하다.

4덕을 터득의 난이도 순서로 보면 <지-예-인-의>라고 한다. 지가 가장 쉽다니 선각자들의 의식 수준과 행동 준거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지혜는 남을 이해하는 것, 헤아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베푸는 황금률이다. (Understand others. And do to them as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인간은 비슷한 면이 있어서 같이 어울리고 서로 다름을 통해서 성장한다.

화이부동이 그런 의미일 것이다. 같이 어울리되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아니다. 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특이한 소질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선비의 리더십, 고품격 생활 습관을 집대성한 분이 조선의 다빈치 다산 선생(1762~1836)이라고 생각한다. 이황의 敬, 율곡의 誠(중용의 급소, 敬을 통해 이룬다) 敬과 誠을 망라하여 합친 정교한 精誠이 다산 선생의 요체라 생각된다. 틈이 없고 흠이 없어 도달하기 어려운 완벽한 품격 천재이다. 격몽요결은 입지장, 지신장과 접인장에 이르기까지 공부와 수양순서를 잘 정리하였다. 무엇보다 마음의 결단인 입지가 가장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有志者 竟成으로 마음가짐이 결국 기적을 일구어낸다. 다산 선생의 마음공부, 사의재(四宜齋)와 20년 뒤 최송설당(崔松雪堂, 1855년~1939년)의 정걸재(貞傑齋)가 마음 역량의 진수다. 집은 거처하는 생각, 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영혼의 양택, 터전이다.

생활신념으로 삼은 사의는 사모언행(思貌言行-생각,용모,언어,행동)으로 이어지는 당담함이 있다. 첫째는 마땅히 맑은 생각을 한다는 사의담(思宜澹)이다. 둘째는 엄숙한 용모로 모의장(貌宜莊)이다. 외모를 엄숙하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과묵한 말씨로 언의인(言宜訒) 즉, 말은 더듬듯이 절제하는 것이다. 너무 쉽게 공약하고 실천은 잊는 것을 반성하자. ​넷째는 진중한 처신이다. 동의중(動宜重)으로 행동은 신중하고 무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행동거지가 인격이다. 의중은 저절로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최송설당의 정걸재((貞傑齋)는 그 이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올곧은 영웅호걸이 되고자 역시 인생 뒷단인 1919년에 만해 한용운의 자문을 받아 지었다는 거처다.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 문인으로 보모로 고매한 삶의 가치를 추구한 분의 영혼이 서려 있다. 이런 마음가짐의 삶을 신화(神話)로 삼아 삶의 이행덕목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송설(松雪)이란 별호 자체를 고종황제가 하사한 것이라니 어느 수준의 분인지 짐작이 간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열린 사고와 세계관을 가진 분이었다. 공자나 소크라테스, 다산 선생이 생을 마친 나이인 75세 되던 1929년 사재를 쾌척하여 사학을 건립, 1931년에 김천고등보통학교를 개교하였다. 문화강국을 위한 결단으로 백년대계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분의 창학 이념에서 얼마나 입지가 강했는지 애국심과 아름다운 마무리의 굳센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유언으로 남긴 뜻을 숭앙하고 재음미해 본다. “영원히 사립학교를 육성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고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동양(세계)을 편안하게 진정시킬 수 있다. 마땅히 이 길을 따라 준수하되 부디 내 뜻을 저버리지 마라.” 여한이 없는 생의 마지막 위업을 실현한 것이다. 이처럼 잘 뽑은 한 사람이 조직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깊이 새겨 체화하자. 1명의 선한 영향력이 90%의 결과를 좌우한다.

최근 MS의 변신도 마찬가지다. 우리 각자의 묘비명에 무어라 새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하겠다. 협량한 지, 혈, 학연, 계층과 성별을 뛰어넘어 다양하고 활달한 교류, 구국의 천리안 계몽, 선각자로서 한 시대를 산 분이다. 아쉽게도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무렵 광복을 맞지 못하고 떠나셨다. 살기에도 급급했던 그 어렵던 시절에 전 재산을 희사하여 나라와 후손들의 장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혜를 짜낸 인생의 멋진 마무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나는 이나모리 가즈오와 최송설당 여사를 겹쳐서 생각한다. 가장 큰 마음 자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혜이다. 늘 푸른 소나무, 청정 육각수의 결정체인 육화(六花)의 고고함이 있는 松雪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깨끗한 영혼, 천리안의 지혜, 깨우침이 아닐까. 삶은 마음가짐이 낳는 기적이다. 그것은 마음의 집, 사의재와 정걸재가 말해준다.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신뢰와 화합으로 다시 한번 기적을 이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