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AI가 만드는 복잡한 세상 [최준형의 직무 종말 시대](12)
슈퍼이지 AI의 등장
"클릭 5번에 챗봇 완성." 이 문구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닙니다. 최근 미국 데이터 클라우드 업체 스노우플레이크가 공개한 '코텍스 애널리스트'와 '코텍스 서치' 서비스는 복잡한 절차와 코드 없이 자연어 프롬프트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5분 만에 챗봇이나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슈퍼이지(Super Easy) AI' 시대의 도래는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와 오픈AI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이 선보인 AI 서비스는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원하는 바를 말하면 문서, 이미지, 심지어 동영상까지 만들어줍니다. 베노이트 다지빌 스노우플레이크 공동창업자는 "앞으로는 '노코드(no code) AI 개발' 기술의 완성도가 테크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발자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AI 스타트업 더시뮬레이션의 '쇼러너'는 15개 단어로 이뤄진 프롬프트만으로 10~2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에피소드를 생성해냅니다. 복잡한 애니메이션 기술 없이도 누구나 자신만의 TV쇼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토사구팽이 아니라 토사인팽
"모셔갈 땐 언제고... 개발자 이젠 필요 없어." 이 말은 현재 IT 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귀하신 몸으로 여겨졌던 개발자들이 이제는 AI에 의해 대체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토사구팽(兔死狗烹)'이 아닌 '토사인팽(兔死人烹)', 즉 토끼가 죽으니 개가 아닌 사람을 삶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습니다. 구글도 유튜브 광고 담당 부서와 클라우드 부문에서 2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습니다. 이는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발생한 구조조정의 결과입니다.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302개 기술 기업이 8만9000여 명을 해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생성 AI 확산으로 2035년까지 기존 일자리 3억 개가 증발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MS의 '코파일럿 AI 에이전트'는 이미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요약하며, 이메일을 모니터링하여 주요 내용을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는 비서나 사무 보조원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장 직원들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멀티모달 AI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들이 내년부터 잇따라 제품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슈리다 라마스워미 스노우플레이크 CEO는 "이제 기술적 한계 없이 상상력만 있으면 모든 걸 구현할 수 있는 AI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대처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풀스택 기획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것을 넘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슈퍼이지 AI'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의 물결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직무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직무의 시작'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