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키운 AI,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다 [최준형의 직무 종말 시대](9)

2024-06-07     뉴스앤잡

우리 주변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은행이나 카드사의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AI 음성으로 먼저 안내를 받고, 간단한 문의사항은 AI 챗봇과 대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정작 그 기술을 '키워낸' 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겨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사 10명 중 9명은 자신이 근무하는 콜센터에 AI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들은 회사로부터 상담 녹음 내용을 일일이 받아쓰는 '그림자 노동'을 지시받아 왔습니다. 상담사와 고객 사이의 대화 내용은 AI의 음성인식과 합성 기술을 고도화하는 핵심 데이터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상담사들 대부분은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는 AI 기술 발전에 일조했고, 그 결과 은행들은 상담사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숙련된 상담사들이 익힌 고객 응대 스킬과 노하우는 자연스럽고 똑똑해진 AI 상담원으로 고스란히 옮겨갔습니다. 기업은 상담사들의 동의나 보상 없이 그들의 노하우를 활용했고, 이제는 AI로 인력을 대체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상담사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장한 AI가 역설적이게도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콜센터에 남아 AI 고도화를 위해 일하던 상담사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가 AI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AI 자동화가 가속화될수록 콜센터 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업은 상담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상담사들이 AI와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동시에 정부는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 대비해 직업 훈련과 사회 안전망 강화에 힘써야 합니다. AI로 인한 실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이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전직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로 내몰리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문제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자세가 필요합니다. AI가 만들어갈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