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왜 경력자 같은 신입을 원하나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63)
기업이 신입 직원에게 바라는 것들
평소 알고 지내던 인사 담당자가 고민을 털어놨다. 요즘은 도대체 어떤 인재를 어떻게 선발해야 좋을지 자신들도 고민이라고 한다. 상부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그 방법이 오리무중이라는 거다.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조직이 인재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더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조직이 사회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인재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들, 즉 신입 직원에게 기업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
기업이 바라는 신입의 조건 ① 경력자 같은 신입
예전에는 대학 졸업자들의 학습 역량을 보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기업들은 ‘경력자 같은 신입’을 원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경력을 쌓으려고 하는데, 정작 기업들은 아르바이트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경력자 같은 신입’이란 무슨 말인가. 조직이나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역량을 익히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비즈니스 현장에서 즉각 투입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인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편집하고, 분석하고, 재해석하고, 목적에 맞게 재구성해서 그것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하고, 고객의 니즈를 조사해상품화하고, 홍보하고, 판매하고, 말과 글로 정리하고, 설득하고, 발표하고, 관리하고, 행정하고, 경영하는 능력 등의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개 학교 수업에서는 이런 능력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배워서 익혀야 한다. 책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경험을 통해, 만남을 통해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배울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기업이 바라는 신입의 조건 ② 다양한 경험을 거친 사람
기업은 학교 생활 중 공부만 해서 성적이 높은 사람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거친 입사 지원자를 선호한다. 경험을 많이 쌓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에 입사 지원자로서는 고민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회에서 경력을 쌓는다든지, 해외로 어학연수를 간다든지, 워킹홀리데이를 한다든지, 봉사 활동을 한다든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다든지,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든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두루 만난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그런 조건을 충족하려면 그만큼 나이가 더 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지만, 사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결정하는 건 자신의 태도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경험의 가치가 있도록 만드느냐 아니냐 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렸기 때문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경험을 많이 쌓으려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해야만 한다. 잠을 줄이든지, TV 시청을 줄이든지,게임을 줄이든지,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든지 하는 식으로 즐기는 시간을 줄여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런 이유로 다양한 경험을 거친 인재를 선호한다. 기업 역시 다양한 상황과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거친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바라는 신입의 조건 ③ 창의적인 사람
사실 창의성이라는 건 연구, 개발, 디자인 등 특정 부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부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창의성을 어떤
독특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사람마다 창의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창의성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버드의 ‘8가지 창의적 유형’을 참조해 당신이 어떤 분야에 창의성이 있는지 파악해보자. 내 경우는 어릴 때부터 늘 창의성이 없다고 생각해오다가 어느 대기업 면접관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인재 선별 방법’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의뢰받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버드의 창의적 유형을 읽고, 내가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모방을 잘하고, 기존의 것을 수정·보완해 새로운 것들을 잘 만들며, 전혀 달라 보이는 것들을 조합하는 데 창의적 능력이 있었다. 따라서 나는 혁신적 창의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모방형, 수정형, 조합형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입사 지원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창의성은 무엇이고, 창의력을 발휘한 사례는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는지를 어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저는 창의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이라는 바보 같은 답변은 하지 말자. 당신의 창의성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길 바란다.
버드의 창의적 유형
모방형(copycat)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잘 가져다 쓰는 사람
몽상가형(dreamer) 이상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실행에 옮기는 능력은 부족한 사람
계획형(Planner)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수정형(modifier) 기존 아이디어를 변형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
조합형(synthesizer) 여러 종류의 아이디어를 결합시킬 수 있는 사람
실천형(practicalizer)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
비판형(critic) 아이디어나 결과물에 대한 비평이 뛰어나며 일의 앞뒤 흐름을 잘 이해하는 사람
혁신형(innovator)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
* 출처 : 홍숙영, 《창의력이 배불린 코끼리》, 내하출판사, 2006
기업이 바라는 신입의 조건 ④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
현대가 고도화될수록 상황도 복잡해져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질적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단 서비스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로 기업전체가 휘청거린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상당수 기업이 이러한 정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인성 검사를 하기도 하고, 면접장에서 압박 면접을 가하기도 한다.
당신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흔들리는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런 사례로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지.
기업이 바라는 신입의 조건 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
사실 기업이 신입 사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지 몸값이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몸값 그 자체로 평가한다면 다소 몸값이 높더라도
경력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투자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경력직은 직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반면, 신입직은 최소 몇 개월간 교육이 필요하고 1~2년간 실무 경험을 거쳐야만 실제 업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신입 사원을 실무에 투입하기 전까지는 관련 부서의 상급자들 역시 교육에 참여해야 하므로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까지 계산한다면 엄청난 조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신입은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낭비 요소마저 있어 비교적 낮은 몸값 그 자체가 채용의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신입 직원들을 채용한다. 단순히 사회가 신입 직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력직의 경우 업무에 당장 투입될 수는 있지만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업무에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다. 그러나 신입 직원은 업무에 다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경우가 많지만, 그런 새로운 시각 덕분에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광고 기획을 하는 박웅현 CD는 한 기업의 아파트 광고를 의뢰받고 광고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던 중 한 인턴사원에게 “너는 아파트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지나가듯 물었다. 인턴사원은 “저는 기존 아파트 광고 안 좋아해요. 톱스타들이 드레스 입고 광고 모델로 나오지만, 우리는 집에서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광고에는 아파트가 유럽의 거대한 왕궁처럼 나오지만, 정작 실제 아파트는 그렇지 않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듣고 “역시 아마추어군.”이라며 흘려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웅현 CD는 이 인턴사원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파트 광고의 현실을 꼬집는 광고를 제작했다. 그리고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르긴 몰라도 그 인턴사원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이렇듯 경력직은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인 반면, 신입직은 성장 가능성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너무 정형화된 틀만 보여주려 하지 말고, 자신이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인지, 얼마나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인지, 어떻게 도전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행동형 인재인지를 입증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경력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누구나 신입 시절이 있다.
다만 청춘의 순수한 열정과 패기로 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