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신다면 [허재완의 시선](12)

2024-05-13     뉴스앤잡

내가 평생 동안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1983년 7월 신입사원 수련대회)

내가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을 아름답고 밝게, 희망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1983년 7월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 특강에서)

 

충남 서산과 홍성·태안을 연결하는 방조제 위로 자동차로 운전해 보면,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한 천수만 AB지구 간척지가 보인다. 바다를 막아 방조제를 쌓고 농경지를 만드는 토목공사는 고(故)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당시 7.7㎞에 달하는 방조제를 쌓던 중에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 초당 8m의 거센 조류 때문에 진척되지 않았다고 한다. 승용차 크기의 커다란 돌을 퍼부어도 엄청난 물살을 버텨내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법을 생각해냈는데, 고철로 쓰기 위해 들여온 대형 유조선을 방조제 구간에 가라앉히는 공법이었다. 24시간이내에 수행해야 했으며 결국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서 최근 이를 기억하는 기념관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안개 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을 때가 생긴다. 이는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도 예외없이 겪게 되는 인생의 여정에서 말이다.

더욱이 한 시대를 풍미한 재계의 거목이셨던 故 정주영 회장 같은 리더가 마주했던 시련과 고통은 평범한 소시민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리라 생각한다.

긴 인생에서 위대한 인생을 요약 정리한 전기나 위인전을 보면 그 모든 것이 짧게 축약되었기에 좋은 면만 볼 수 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듯이, 인생을 결코 우리에게 좋은 면만 행복한 부분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이를 받아드리면서 거쳐 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시간의 축적을 통해 되돌아보는 마지막 시점에 도달했을 때 후회와 회한이 남느냐 아니면 흐뭇한 미소와 함께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인생의 과정에서 이를 겪는 마음을 통해 유추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