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지 않고 선을 지키면서 부하직원 관리하기 [박준우의 인재경영](5)
전통적으로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에 대한 통제를 위해 부하직원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곤 했다. 부하직원이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관리자가 정보를 가지고 업무를 배분하고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를 피드백하고 평가할 수 있다. 부하직원 관리를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정보 외에도 부하직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도 필요하다. 나이, 성별, 가족관계, 취미 등등에 대한 정보가 인구통계학적인 정보에 해당한다. 특히 MZ세대가 노동시장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이래로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더 필요로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관리자가 부하직원들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알고자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와 같은 입사시 지원서류를 포함하여, 인사기록카드 등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개별 면담 등을 통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확보하곤 한다. 더 나아가 개인 SNS를 통해 부하직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자들의 인구통계학적 정보의 수집은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고자 부하직원 중에서는 SNS에 멀티프로필을 활용하기도 하고, SNS의 부계정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자신의 진짜 사생활에 대한 공유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유하고 회사의 공식적인 관계자에게는 ‘업무용’ SNS를 통해 제한적으로 반공개(?)만 하는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MZ세대 부하직원들이 이러한 멀티 프로필이나 부계정 사용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등 부정적이거나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관리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하직원을 잘 알아야 그들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의 특성상 일에 대한 정보만으로는 사람에 대해 알기 어렵고,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 일을 맡기기 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금의 관리자들이 부하직원이었던 시절의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도한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부하직원 관리에 도움이 되었는가 여부다. 아마도 TMI(Too Much Information)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즉,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당한 수준에서 인구통계학적인 정보만으로도 부하직원을 관리하기에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개인의 사생활에 관여하고 개입하고 참견하고 간섭한 것은 아닐까. 이는 과거 회사와 개인을 동일시하고 일을 중시하던 시대에는 통용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회사와 개인이 분리되고, 일과 삶의 균형 아니 오히려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맞지 않다.
부하직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선을 지키라는 것이다. 회사의 상사로서 부하직원들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원한다. 너무 밀착해서 너나 구분없이 우리라고 뭉뚱거리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구분되는 적당한 거리두기 말이다. 물론 이러한 거리두기가 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이 없다고 해서 신뢰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관리자와 부하직원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깊거나 강한 신뢰가 아니라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지장을 주지않고 업무적으로 소통하는 데 불편하지 않는 거리가 바로 적당한 거리다.
딱 거기까지만 관리자들이 부하직원들을 알기 위해 접근하면 된다. 이러한 선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부하직원 관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