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유경철의 자기경영](39)

대화시작 잘하는 법

2022-02-17     뉴스앤잡

저는 고객이나 동료를 처음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까스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어떤 화제로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후에는 했던 말을 계속 반추하며 후회하곤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도 실수만 한 것 같아서 갈수록 대화하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실제 사례 연구>

“김 매니저님,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아, 네. 지난번 협의했었던 단가 말인데요, 저희 회사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한 달만에 뵀는데 바로 업무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아,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요. 이해해주세요.”

“괜찮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조직 생활에서 대인 관계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 사람과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사교성이 좋다고 하며, 성격기질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 반면 사교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막막해합니다. 성격기질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 주로 이런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타고난 성격기질은 바꾸기 쉽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사람들과 만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 자책감을 갖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겠죠. 자신이 가진 마음가짐과 더불어 자신의 태도 또한 잘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그 후 적당한 선에서 성격기질을 조정하며 타인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기술을 익혀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라포(Rapport)는 프랑스어로 ‘수익, 이익, 관계, 보고서’라는 의미입니다. 프로이트가 신경 분석가와 환자 사이의 관계 형성을 강조하면서 널리 알려진 개념입니다. 라포는 서로 잘 아는 상대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음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심리 기법입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라포는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상호 공감하는 두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 또는 친밀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마음이 서로 통하고,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으며, 상대가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관계입니다. 심리학적 의미의 라포는 경영학적 의미와 유사하면서도 사람 사이의 공감과 깊은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라포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므로 대화를 시작할 때 부터 형성해야 합니다.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대화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없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하는 대화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라포 형성을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라포의 기술을 잘 익혀 활용하면 됩니다.

 

먼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상대방은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눈을 보는 것이 정 힘들다면 볼이나 이마 또는 입술 중 한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오감을 활용하여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라포 용어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이라고 합니다.

시각적 캘리브레이션은 얼굴 표정이나 안색, 손짓, 동공의크기 등 눈에 보이는 부분을 통해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청각적 캘리브레이션은 귀에 들리는 소리를 통해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목소리, 톤, 억양, 호흡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감각적 캘리브레이션은 촉각과 후각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악수나 포옹할 때의 느낌, 상대에게서 나는 향기, 냄새 등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캘리브레이션은 확인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상태에 이야기를 맞출 수 없으므로, 의식적으로 캘리브레이션을 시도하여 상대방의 현재 감정이 어떤지,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쾌하고 긍정적인지, 불쾌하고 부정적인지 꼭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라포는 결국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는 것이니까요.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라포가 형성되면 상대방의 마음이 풀어져 편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페이싱하기입니다. 페이싱은 상대방과 나의 상태를 신체적, 정서적, 언어적으로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신체적 페이싱은 상대방의 시선 위치, 자세, 움직임을 엇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입니다. 정서적 페이싱은 상대방의 말에 담겨 있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파악해서 현재 상대방이 가진 감정의 상태에 자신을 맞추는 것입니다.

언어적 페이싱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세한 부분을 파악해 맞추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작은데 나만 크게 이야기한다면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상대의 목소리가 작으면 작게, 크면 나도 크게, 우울해 보이면 나도 조금 우울하게 행동하는 식이죠.

페이싱의 한 종류로 미러링이 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 상대방과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커피잔을 들면 나도 시차를 두고 커피잔을 들고, 상대방이 머리를 넘기면 나도 넘기는 식입니다.

모든 행동을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간헐적인 미러링은 친근감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네 번째는 상대방의 무의식을 여는 기법으로, 상대방 말의 어미나 키워드를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이를 백트래킹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오늘 보고서 때문에 너무 피곤했어요”라고 말하면 나도 “오늘 무척 피곤했었군요”라고 어미를 반복하면서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내가 그의 말에 공감한다고 생각해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기법을 잘 사용하는 사람은 흔히 리액션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실제로 리액션과 비슷한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타인을 처음 만났을 때 대화가 어렵다면 위의 4가지 라포스킬을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입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자꾸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라포를 형성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끈기 있게 연습하고 실제 상황에서 꾸준히 적용해 보는 것만이 훌륭한 소통자가 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