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소통기법 [정경호의 설득면접](17)
면접 때의 화법은 단순히 말하기 순서와 어투에 관한 것이 아니다. 면접 당시 가져야 할 말하기 태도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를 ‘소통 기법’이라고 하는데, 내용과 문장을 전달하는 데 있어 면접관이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면접뿐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꼭 필요한 말하기 기술이기도 하다.
Yes, But 화법
Yes, But 화법은 먼저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고 나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다. “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라는 식으로 먼저 인정을 한 후 반박하는 형식이다.
논쟁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격하게 나오면, 상대방의 의견이 일리가 있음에도 반박할 거리부터 찾는다. 그래서는 감정만 상하고 앙금만 남을 뿐이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지원자는 일단 방어적이 되고 움츠려든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의견은 뒷전이고 내 의견만 부각시키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상대의 의견을 잘 듣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진짜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맞는 건 맞다고 인정해야 내 반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박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분만 산다. 면접에서 이런 식의 태도를 취했다가는 마이너스 점수만 잔뜩 받을 것이다.
면접 때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면접관의 질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언쟁하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면접관은 시험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이런 압박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보다 압박적인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결국 면접관의 진짜 의도는 지원자가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라는 장소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곳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아서는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없다. 따라서 Yes, But 화법은 일종의 정반합 같은 것이다. 좋은 의견은 공유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대안을 찾아내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 면접은 그러한 면을 시험하는 자리다.
“○○○ 씨는 인상이 매우 차가워 보여요. 예민하고 한 성격할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 회사는 조직과 잘 융화되는 사람을 제일로 치거든요.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평소에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입매가 얇고 광대뼈가 강해서 그런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면 볼수록 호감이다’,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라고들 합니다. 제 진면목을 알게 되신다면 제가 누구보다 조직과 잘 융화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제 진짜 모습을 입사 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긍정 화법
“물이 반이나 남았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우리가 자주 쓰는 예 중에 하나다. 전자는 긍정 화법, 후자는 부정 화법이다.
즉 긍정 화법은 말 그대로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을지라도 그 안에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말하는 방식이다. 자신과 남에게 끊임없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말하기 방식이며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언제나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노력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그렇기 때문에’라며 안 좋은 것만 이야기하려 하고, 후자의 경우는 ‘그럼에도’라고 말하며 좋은 면만을 보려고 한다. 어떤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가?
사람 마음 다 똑같다. 면접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는 경제 상황에서 기업은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하는 지원자를 선호하겠는가, 불평불만을 가지고 안 되는 것만을 찾아 회피하려는 지원자를 선호하겠는가?
성공한 사람들은 늘 긍정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면접에서뿐 아니라 평소에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중요하다. 당신의 그 긍정의 말이 당신을 취업으로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성공한 삶으로 이끈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패한 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네. 대학 신입생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심하게 기울어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산 적이 있습니다. 자칫하면 대학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좌절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 등록금은 제가 벌고,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과에서 3등을 차지해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저 역시 제가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제 스스로 이겨내는 소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경험이 저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징크스를 믿으십니까? 본인에게 징크스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징크스를 믿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굳이 불길한 징조를 되새기면서 오늘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세렌디피티를 믿습니다. 행운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노력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에게 온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