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말 너무 많지 않아요? [유경철의 자기경영](35)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상사
Q 저희 팀장님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잠깐 이야기 좀 하자며 30분 이상 이야기합니다. 1주일에 최소 1번 이상, 어떤 주는 매일 그런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업무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미 했던 말을 하고 또 합니다. 팀장님은 도대체 왜 그러실까요?
<실제 사례 연구>
“오 대리, 잠깐 나랑 회의실에서 이야기 좀 해요.”
“네, 팀장님.”
“퇴근 시간이 다 되긴 했지만, 업무 관련해서 몇 가지 확인할까해서요. 지난주에 지시했던 업무들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완료되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미 여러 번 말씀하신 것들이 라 다 잘 챙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어서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자주 미팅하면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미팅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만…….”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팀장의 심리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직원들과 빈번하게 미팅을 하고, 했던 이야기를 자꾸 반복하는 것은 팀장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주로 그 사람의 이름, 가족, 직업, 나이 등을 묻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환경적인 정보에 불과합니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들이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결정하니까요.
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남편에게 “여성이시죠?” 라고 물어보면 그는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많은 경우에 상대방이 이상한 질문을 했다고는 생각해도 기분이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짜고짜 “당신, 아빠 역할 제대로 못하고 자녀들 교육도 잘 못 시키고 있죠?”라고 묻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실제로 아이에게 잘하지 못한다 해도 매우 기분이 나쁘겠죠.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을 건드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세상과 자신 그리고 살아가는 제반사에 대하여 확실히 그렇다고 믿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믿는 마음이 곧 신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신념을 갖고 살아갑니다. 신념은 사람을 이끄는 원칙으로 작용하여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지배합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큰 신념과 작은 신념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종교나 정치적 선호와 같은 큰 신념은 바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배려해줘야 한다” “지각을 해서는 안된다”와 같은 작은 신념들은 의지만 있다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수천, 수만 가지의 크고 작은 신념들이 모여 사람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작은 신념들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작은 신념들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갈등 없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사례의 팀장에게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업무 확인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작은 신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팀원들과 대화할 기회를 많이 만들고, 업무 진행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말을 반복해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팀장이 자신의 신념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팀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팀원의 입장에서 팀장에게 그의 행동이 왜 편한지 솔직하게 말하고, 반복해서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업무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피드백해야 합니다. 작은 신념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념들과 그로 인한 갈등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워라밸Work-life-balance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칼퇴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팀원이 있다면 그 팀원은 대부분 저녁 6시에 칼퇴근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칼퇴근을 싫어하는 신념을 가진 상사가 있다면 팀원의 행동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성세대 상사들은 대게 ‘상사가 주최한 팀 회식은 꼭 참석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 직원들은 회식을 꼭 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식 때문에 생기는 갈등들은 이처럼 세대별로 신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내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남이 무슨 상관인가’라는 신념을 가진 직원들은 편하게 휴가를 길게 붙여서 쓸 것입니다. 그러나 ‘길게 자리를 비우는 것은 동료에게 민폐’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휴가를 길게 가는 사람들이 매우 불편하겠죠.
‘월요일에는 연차를 쓰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리더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기 때문에 무조건 출근해서 그 주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월요일에 연차를 내면 다른 날 쓰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 의견에 동의하면 좋았겠지만, 월요일에 연차를 꼭 내고 싶어 하는 직원과는 갈등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념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여 가지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앞서 이야기했듯 작은 신념들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만이 옳다고 주장하면 타인이 힘들어지니까요.
이처럼 우리가 가진 신념은 타인과의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작은 신념의 변화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소통을 수월하게 하는 물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고 그 신념을 어떻게 유연하게 변화시킬지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요약
신념은 사람을 이끄는 원칙으로 작용하여 그의 생각, 감정, 행동을 지배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타인의 신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작은 신념에 유연성을 발휘하는 일은 타인과의 관계 형성과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