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제 말 좀 끝까지 들어주세요 [유경철의 자기경영](34)
자세히 듣지 않고 말을 끊는 상사
Q 상사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습니다. 업무를 할때 의견을 얘기하면 중간에 말을 끊고 자기 의견만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또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해서 반대되는 의견을 내면 격분하는 일이 잦고, 매사에 성질이 급합니다. 한번은 상사의 지시에 반하는 의견을 메일로 써서 설득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화가 어려우니 메일로 돌파구를 찾아 보려 한 것입니다. 저는 의견을 너그러이 수용하는 상사와 일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사가 제 말을 들어줄까요?
<실제 사례 연구>
직원 “파트장님, 제가 어제 아이디어를 냈던 조직 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상사 "설명 안 해줘도 괜찮아요. 아침에 대략 살펴 봤고요. 괜찮은 내용도 있긴 한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네요.”
직원 “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제 말을 다 들어 보시고 결정을 해주셔도…….”
상사 “아니에요. 다 듣지 않아도 대략 윤곽이 잡힙니다.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안을 나중에 알려줄 테니 그것만 잘 정리해서 다시 가져오세요.”
직원 “파트장님, 제가 조사한 내용을 다 듣지도 않으셨는데…….”
상사 “제가 이 분야 경력이 몇 년입니까? 그 정도쯤은 알아요. 알아서 결정할 테니 가서 일이나 보세요.”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부하 직원이 상사를 변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주 드물게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보통 부하 직원의 힘으로 상사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위계 문제도 있지만 본래 상사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청과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경청을 하면서 일하는 경우보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매번 경청하고 깊이 공감하는 상사들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상사의 경청 능력은 상사 스스로 깨닫고, 바뀌려 노력할 때 생깁니다. 리더십 진단이나 조직 진단과 같은 설문을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리더십 교육이나 코칭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인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리더가 스스로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효과적인 경청을 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때 친구가 묵묵히 나를 바라보며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진심으로 공감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문제 자체는 해결되지 않더라도 감정이 서서히 해소되고, 기분도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청의 힘입니다.
대화를 할 때 경청을 잘 해주면 상대방의 감정이 정화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며 들어주는 행위만으로도 감정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더 나은 기분은 업무 능률을 항상시키니 성과를 내야 할 때도 효과적이겠죠. 조직에서 일을 할 때 경청이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으로 ‘듣는다’는 말의 의미는 누군가의 말을 자기의 기준으로 듣는 일, 즉 나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듣기 방식으로는 상대가 전하려는 의미가 왜곡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충 듣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듣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열고만 있으면서 ‘난 말을 제대로 듣고 있어’라고 착각합니다.
반면 경청은 상대방의 말과 느낌을 실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말로 표현된 것 이상의 의도, 감정, 정황 등을 말하는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듣기 방식이 바로 경청입니다.
경청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경청을 잘하고 싶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듣기 싫어도 끝까지 듣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리더십 학자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경청의 방식을 5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단계는 ‘무시하기’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아예 무시하는 단계로, 상대가 말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습니다.
2단계는 ‘듣는 척하기’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겉으로 듣는 척만 하고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3단계는 ‘선택적 듣기’입니다. 조직에서 회의를 할 때 특히 선택적 듣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는 사람이 자기가 듣고 싶은 내용만 듣기 때문에 나중에 대화 내용을 다시 확인했을 때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혹은 대화 주제에 관심이 없거나 자신과 관련 없는 대화를 할 때 흔히 발생합니다.
4단계는 ‘귀 기울여 듣기’입니다. 상대방이 한 이야기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서 제대로 들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이해하려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5단계는 ‘공감적 경청’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감적 경청은 귀 기울여 듣기에서 더 나아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본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자신이 들은 내용을 말하는 사람에게 재차 확인하면서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며,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합니다.
경청은 쉽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는 4단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5단계, 공감적 경청입니다.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그의 본심까지 이해하려 한다면 누구와도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바쁜 사람들을 위한 요약
경청을 잘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들으면서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아야 합니다. 이때 상대방이 드러낸 본심에 대해 적절한 리액션을 보여야 하며, 대화할 때의 분위기 또한 편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