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만의 퍼펙트스톰(Perfect Storm)과 폭풍 성장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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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만의 퍼펙트스톰(Perfect Storm)과 폭풍 성장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35)
  • 뉴스앤잡
  • 승인 2020.12.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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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3중고의 위기 후에 내뱉은 추상(秋霜) 같은 조언

듣고 보니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의 태국 분위기와 현지의 한국 기업들 근황을 듣고자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 출신 연수생인 문성준(가명)대리와 통화하고 내린 결론이다. 문대리는 작년 5월에 ㈜HTS(가칭)에 입사했으니 이제 입사한지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HTS는 우리가 잘 아는 태국의 휴양지인 파타야(Pattaya) 근처 촌부리(Chon Buri)라는 지역에 가전 부품과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이다. 납품하는 회사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우리 한국 글로벌 대기업과 일부 일본계 기업이다. 그러니까 글로벌 시장 최고의 한국 제품 경쟁력에 한 몫을 하며 역사도 오래되었다. 촌부리지역은 전자,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하여 자리잡고 있다. 


3중고의 퍼펙트 스톰과 1년차 폭풍 성장의 역설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 한국직원 10여명과 현지인Manager를 중심으로 1,400여명의 전직원들이 경영의 국제표준화 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 인증 심사 준비를 8개월전부터 이어오고 있었다. 경영 중점목표, 추진실행계획, 단계별 점검, 피드백과 개선 노력 등의 과정이다. 통과되어 인증을 받으면 거래 회사로부터 거래나 자금결제 등의 조건도 좋아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영요소 전반에 걸쳐 하나하나를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가 생기기에 제조업체로서는 한 단계 도약하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대리에게는 강한 고통으로 남아있는 3가지 사건이 거짓말 같이 나타났다. 
첫번째 사건은 내부 심사를 1주일 앞둔 상황에서 담당직원 두 명이 동시에 회사를 관두었다. 내부 심사이길 망정이었다. 빈 자리에 적임자를 채용하거나 부서이동을 시키며 채워 나갔지만 일이 힘들었는지 자리바꿈이 계속되었다. 인증 평가 도전이 구성원에게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다는 증거이고 의미있는 활동이라는 역설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담당자인 문대리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두 번째 일은 한술 더 뜬 일이었다. 재무부서의 실수로 거래 회사와 자금 집행 약속일자가 잘못 잡혀 현금흐름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 이후 담당직원도 한 마디 없이 무단결근으로 몇 일 이어져 결국은 그냥 사직 처리로 정리가 되었다. 인증 심사가 회사의 이런 시스템의 작동이 중요한 평가 요소라는 것도 낭패였다. 
세 번째 일은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HTS가 납품하는 회사와 연결된 SCM(Supply Chain Management ; 공급망관리)용 전산망이 랜섬웨어가 감염된 것이다. 말 그대로 데이터를 인질로 잡은 것이다. 감염된 데이터베이스를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것으로 금액은 상상도 못할 상황이었다. 백업데이터도 없어 복구는 완전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차제에 완벽한 보안이 가능한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 ; 전사적자원관리)를 과감하게 도입하자고 건의하여 승락을 받았다. 기존의 재무전산에 영업, 구매, 자재, 생산, 물류 등 종합 연동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며 지금도 시스템 구축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세 사건 모두가 치명적일 수 있는 사건이자 숨막히는 일들이다. 3중고(重苦)에 더하여 결정적 어려움은 이 업무 모두가 하나하나 문대리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었다. 입사 땐 구매와 자재관리 업무의 중간관리자로 들어왔으나 1년 반만에 인증, 재무, 전산, 인사 등 관리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다. 4개 부서에 50여명의 부하직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마음과 과거 경력

“대단하다. 업무는 둘째치고 용어조차도 생소했을텐데”라고 했더니
“전무님,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GYBM 연수 참가 전에 인턴을 포함하여 4년정도 직장 생활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아 참, 경력도 그렇고 문대리가 나온 대학교도 그 분야에서 한국 최고 아니냐!”며    “혹시, 봉급은 더 챙겨주셔? 사장님께서?”라고 물었더니 웃고 지나간다. 
문득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생각났다. 경제용어로도 쓰이지만 출발은 기상 용어다. 따뜻한 공기를 가득 담은 저기압과 차고 건조한 공기를 가두고 있는 고기압, 그리고 남쪽 열대지방의 습기를 가득 몰고 달려온 태풍이 만나며 만들어지는 일반 태풍보다 훨씬 강한 초강력 태풍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에 개봉된 영화 제목으로 강력한 태풍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으로만 2시간내내 긴장감이 극도로 달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왠만한 다른 사람들이면 튀쳐나왔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의연히 제 이상의 몫을 해내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최근에는 태국 현지의 멋진 아가씨와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하는 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5년여 전에 3개월간 태국 여행기간동안 사귀며 요즘 청년들로는 드물게 진득한 사랑을 나눈 문대리의 성품이 직장생활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GYBM과정에 참여한 15명의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권했더니만 추상(秋霜) 같은 말이 튀어 나왔다.
좀 길지만 그대로 옮긴다. 
첫째, 한국의 80년대 아버지세대가 어떻게 일했는지 꼭 여쭤보고 본인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태국에서 취업하면 고생은 되겠지만 타임머신 타고 40년전으로 돌아간 세상이 펼쳐지며 무궁무진한 ‘기회’를 만나게 된다. 
둘째는 취업하면 한 부서를 책임지는 부서장이 된다. 현지인들과 일하는 현장에선 능력과 리더십이 발휘하는 간부지만 한국 직원들에게는 막내이다. 두 입장 사이에서 본인의 입지를 어떻게 늘려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워라밸을 꿈꾸면 늙어가는 대륙인 유럽을 찾길 권한다. 동남아는 젊은 나라요 성장하는 대륙이다. 열심히 하면 상응하는 결실이 있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만 흘려보내면 그들에겐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로 인식되며 불확실한 미래만 기다릴 것이다. 안이한 생각으로 태국을 들어오지 말아라. 먼저 와서 고생하는 선배들 욕먹이지 말고…
나도 함부로 못했던 엄중한 말이다. ‘젊은 꼰대’이다.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청년들 모두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배의 말들 잘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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