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이 소풍가는 꼴이네! 움직이는 숫자가[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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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이 소풍가는 꼴이네! 움직이는 숫자가[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19)
  • 뉴스앤잡
  • 승인 2020.05.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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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재무회계 담당의 애로점과 극복

“아무리 세어도 맞질 않습니다. 중간쯤 세면 다른 자리로 움직여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골치아팠습니다”라고 한다. COVID19로 전세계가 어수선하며 동남아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혹시하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제품이나 웃을 수 있는 소재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미얀마의 GYBM과정 수료자를 찾아 듣다보니 “왠 걸? 더 골치 아프네”라는 웃픈 경우가 되었다.

대우의 GYBM과정 3기생 출신인 김성수 주임(가명, 경상대 경영학과)의 사례이다. 2017년 8월에 GYBM미얀마과정 연수에 참가, 10개월간의 연수를 마치고 2018년 5월에 취업했다가 남다른 관심으로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주임이 일하고 있는 회사 ‘(주)PL (가칭 : 이후는 PL사로 표기)’은 미얀마 양곤 외곽의 농장에서 식용축산물을 사육하는 한국의 기업이다.  연간 8,000마리 규모의 사육을 하여 출고하고 있다.

미얀마는 기후나 지리, 토양 등으로 인해 농·수·축산산업이 매력이 큰 국가이다. 덕분에 한국의 농축산기업들이 농산물 재배(PLANTATION)나 축산농장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청정 제품 생산과 인근 국가 마케팅에 도전을 많이 하고 있다. 인도양과 바다에 접한 지역의 버마해나 벵골만지역의 수산물산업에도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PL사에서 관리부문 전반을 맡아 일하는 김주임은 미얀마투자위원회(MIC:Myanmar Investment Commission )의 기준에 합당한 재무제표와 경영보고서 작성업무도 맡아 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때 재무회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던 터라, 50여명의 직원 중에 유일하게 재무업무를 해내고 있는 셈이다.

위의 이야기는 재무회계 담당 현지인을 5명 정도를 데리고 결산보고할 때면 늘 나타나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재고나 재공품의 카운팅은 이후 모든 재무제표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재고조사 중에 사료, 첨가물 등을 포함한 원자재나 부자재 등은 그나마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 조금 나은 편이지만, 완제품에 해당하는 살아있는 축산물을 카운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6-7개월동안 성장하여 도축, 상품화되어 판매가 되기에 축산물 1개월, 2개월 등의 성장시기별로 평가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니 제일 골치 아픈 일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들으며 원인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애로점이 짐작되어 되물으며 글을 쓰다 보니 ‘전무님!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라며 김주임이 웃는다.

생산제품이 살아있는 생물이라 움직인다. 앞에 것 세는 사이에 뒤에 있는 것들이 오가는 것을 못 보는 것이다. 사육직업 현장의 순박한 직원들은 그러려니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을 하니 더 큰 문제가 따라온다. 예를 들면 특정기간동안 태어난 축산물의 숫자가 몇 달 후에 보고하는 숫자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세는 사이에 움직인 것을 놓친 것이다. 지금 미얀마 축산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개가 이런 형국이다. 현지 직원들은 자기 나름대로 방법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결산 때마다 농장에서 보고된 숫자를 가지고 연결된 숫자를 대조 확인하다 보면 어긋난 수치로 날밤을 새는 것이다.

김주임은 확인차 농장으로 직접 가보니 정말 쉽질 않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재무팀 현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교육을 시켰다. 자주 틀리는 것은 가상의 상황을 보여주며 가급적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정작 숫자를 세고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은 현장에 있는 현업팀의 몫이기에 매니저들을 불러 모아 시키는 교육은 더 쉽게 준비를 했다. 이 때, 연수기간 중에 익힌 미얀마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 연수기간동안 잘 참고 열심히 했던 노력의 보답이었다. 

이쯤되니 갑자기 어릴 때 배운 적이 있는 이솝우화 중에 ‘돼지들의 소풍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12마리가 소품을 가다가 개울을 건너면서 대장이 인원을 점검했으나 1마리가 부족했다. 몇 번을 세어도 부족하다. 보다 못한 다른 소위 똑똑하다는 돼지들도 순서대로 나서서 세어 보았으나 여전히 맞질 않았다. 그러면서, 해질 녘이 되어 소풍은 망쳐졌고 집에 돌아 오는 시간이 되었다.

자기를 빼고 세었다는 것이다. 돼지들의 우둔함을 말하지만 교훈은 인간들의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고 그 욕심에 눈이 어두워 목적 달성도 못하고 인생의 종말을 본다는 뜻이 담긴 우화(寓話)이다. 이솝다운 우화이지만 어릴 때 왜 주인공이 하필 돼지일까? 우둔한 동물의 상징일까? 등의 의문도 있었던 어릴 적 기억이었다. 

재미있는 소재이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속을 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능력이 형편없어 보이는 현지인이지만 축산물을 사육하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정성으로 하니 산업으로 보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고 좋은 상품으로 길러져 현지 내수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도 수출이 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미얀마라는 나라에서 축산업이라는 남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분야지만 새롭게 도전하게 된 것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천하가 두 쪽 나더라도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영원한 과제이다. 글로벌 차원으로 보는 시야를 가지고 그린(GREEN) 제품을 추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도전해 간다. 후배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잊질 않았다.

이 회사를 선택할 때 보았던 2018년의 미국 농무부의 전망자료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최근 미국 농무부는 미얀마의 사료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16년 이후 올해까지 사료 수요가 연평균 13~15% 증가했으며 올해 300만톤서 2020년엔 올해보다 33% 가량 많은 400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 양돈타임스(http://www.pig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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