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 관리하라 ’시리즈 2 서(書) [임경민의 마인드U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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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 관리하라 ’시리즈 2 서(書) [임경민의 마인드UP](3)
  • 뉴스앤잡
  • 승인 2020.04.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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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이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몸[體貌]·말씨[言辯]·글씨[筆跡]·판단[文理]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신(身)이란 그 사람의 풍채, 용모를 뜻하고 언(言)이란 사람의 말, 표현력으로 볼 수 있다. 서(書)는 글씨(필적)를 말한다. 요즘은 글쓰기 필력을 포함한다. 판(判)이란 사람의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시대를 넘는 인재 등용의 기준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언서판을 관리해야 한다. 시리즈 2 탄으로 서(書) 에 대해 알아보자.

어린 시절 읽은 한석봉 전기에 어머니와 글쓰기 경합 장면이 나온다. 최고에 경지에 이른 것 같다는 석봉에게 어머니는 떡 썰기와 글쓰기 경합을 제안한다. 자신 있게 글을 썼지만 어둠 속에서 엉망이 된 글체를 보고 다시 공부에 매진해 조선 최고의 명필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호기심 많은 10살, 나는 동일하게 불을 끄고 글을 써보고는 지렁이 글씨에 파안대소했던 추억이 있다. 노력 덕분에 글씨를 제법 잘 쓰게 되었고 칠판 필기 심부름을 많이 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서예를 통해 나만의 서체를 가져보는 것이다. 예로부터 서(書)는 붓글씨, 곧 필적을 의미한다. 필적학(筆跡學, graphology)은 글씨 크기나 필압, 속도, 기울기 등의 형태, 자간, 행간의 조화를 분석하여 인간 심리학과 관련한 필적을 분석한다. 서상학(書相學), 필상학(筆相學)으로도 부른다. 동양에서는 품성이나 운명과 결부시켜 서예(書藝)라고 하는 예술적 방향으로 발전하여 한국과 일본 등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필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 필적 분야는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필적감정 결과가 범죄수사의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글씨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시절 매 학기마다 경필 쓰기 대회가 있었다. 누구나 연습하고 바르게 열심히 쓰면 한 번쯤은 상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80-90년대 학교수업은 필기를 하고, 읽고 쓰는 학습방법이 기본이었던 시절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스크린 터치를 하는 요즘 세대들은 한글날 기념행사로 초등학교 경필 쓰기 대회를 한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약필을 교정하기 위한 교육이란다. 요즘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글쓰기에 익숙하고, 클릭 하나면 다양한 글씨체로 멋지게 인쇄물을 손에 쥐게 되니 애써 글씨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손글씨보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자신만의 글씨체가 없고, 더욱 손으로 글씨를 쓰는 기회가 없다. 그래서일까? 대학교 시험 감독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제발 알아볼 수 있게 써주세요. 글씨는 당신을 표현합니다.”라고 말이다. 희소성 때문일까? 손글씨가 아날로그로 감성 표현으로 각광받기도 하고 캘리그래피가 유행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서명할 일이 많은 현대인은 명필은 아니어도 개성 있는 글씨체는 꼭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메모를 전달할 때 악필로 다시 한번 얼굴을 보게 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신언서판’중 2번째 시리즈 서(書)를 21세기엔 글이라 할 수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말을 한다. 블로거나 유튜버를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SNS 등 다양한 디지털 표현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글쓰기 능력도 갖춰야하는 필수 요소가 되어간다. 글쓰기 열풍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간혹 과거의 글로 인해 곤란에 처하는 경우를 보면 좀 더 신중하게 책임감으로 글을 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온라인상 글은 디지털 발자국을 오랫동안 남긴다. 글로 소통하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현명한 라이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창의적인 작업이라 방법은 다양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림이 선 하나에서 시작하듯 글도 단어 하나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많이 써보고 끊임없이 다듬는 수고로움이 생명력 있는 글로 보답한다고 믿는다. 취업 준비생에게 한마디 하자면 대학교 교양 센터에서 교양글쓰기를 배우니 여기서는 자기소개서, 면접에 필요한 내용만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구성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보자.

자기소개서에 대부분 ‘성실함과 리더십으로 일하겠다’라고 한다. 면접관에게는 눈길조차 가지 않는다. 같은 스토리라도 구성이 다르면 새롭게 보인다. 자신을 스토리를 구성해보자. 우리가 잘 아는 에니메이션 회사 픽사에서는 스토리를 만들 때 기본 구조를 6가지로 한다. ( 1. 옛날에 주인공은 ~이랬다. 2. 매일 주인공은...이렇게 살았다. 3.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생겼다. 4. 그래서 ..~ 하기로 했다. 5. 그래서 ..~ 해보기로 했다. 6. 결국.. 주인공이 이렇게 되었다.) 기. 승. 전. 결 이런 기본 구성에서 시작한다.

로스쿨 면접 예를 들어 지원 동기 질문 시

A: 법을 전공하고 의료법에 대해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B: 어린 시절 법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학생이었고 법대생으로 성실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님의 병환으로 의료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의료사고로 환자 가족에 대한 법의 보호가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전문적 공부를 해 의료법 분야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자! 어느 쪽이 설득적인가? 스토리에는 구성이 있어야 인상 깊게 전달된다. 자신의 경험에서 구성요소를 찾아 글을 써보자. 준비와 연습 없이 자기소개를 써보라면 한 문장 쓰는 것도 어렵다. 무엇을 통해 어떤 결론을 전달하고자 하는가를 구성하고 디자인하여 써야 한다.

두 번째, 글 재료 준비를 해놓자.

대학생활 동안 경험 또는 인생 여정 중 글로 쓸 소재를 기록 정리해 해 놓아야 한다. 요리를 하려면 다양한 재료가 있어야 하고 필요에 적합하게 손질해 놓아야 음식을 만들기 편하고 맛내기 쉽다. 자신의 기억을 의지하지 말고 매 학기 경험을 자세히 메모하고 관찰하여 정리해 놓아야 한다. 각 대학교에는 경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록은 되지만 개인이 꼼꼼히 정리해 놓아야 한다. 참여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운 점, 공모전 후기, 인턴십 과정 스토리, 학교 활동, 보람과 의미 있는 것 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좋은 소재가 된다. 책을 읽고 ‘좋았다'보다는 감동받은 문장, 작가와 나의 공통점 차이점, 나라면 이렇게 쓰고 싶다 등등. 남겨놓으면 훌륭한 재료가 되어 자기소개서나 글 쓸 때 맛있는 음식으로 빛을 발한다. 자기소개서 코칭 시 아무것도 없이 오는 학생은 그저 바라만 보고 끝난다. 쓸 재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

셋째, 누가 읽는가? 대상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자기소개서는 지원 회사 인사담당자, 면접관, 지원부서장이 읽는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상대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면 전달되지 않는다. 말이든 글이든 정보를 받아들일 때 사람은 선택적 인지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보고 듣는다는 말이다. 자기소개서에 내가 쓰고 싶은 글로 쓰기보다 면접관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상대 관점에서 쓰고 읽어보도록 해야 한다. 비속어나 익숙하게 쓰던 축약어가 아닌 비즈니스 용어나 긍정 단어 선택도 신경 써야 한다. 흔히 실수하는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꼭 체크해야 하는 기본 매너이다. 메일을 보낼 때도 간단한 안부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다. 인사말 없이 과제물만 딸랑 받을 때 불쾌함을 경험하고는 꼭 비즈니스 메일 보내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안내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모르면 큰 실수가 된다. 만나서 말로 하는 소통보다 글로 표현할 때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작가처럼 쓰지 못해 실망하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라면 실용적인 글쓰기는 노력으로 가능하기 때문이고 써보고 수정하고 정성을 들여 다듬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에 고민한 만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제목만 보고 고르지 않는다. 목차를 보고 원하는 키워드가 있는지 살펴보고 서평도 읽어보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눈에 잘 읽히는 활자인지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지 살펴보고 고른다. 하물며 기업의 인재를 뽑는 일에 정성을 들여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등가교환 법칙이 있다. 얻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의 가치를 잃는 것도(내놓는 것)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글을 잘 쓰고 싶은가? 그냥 잘 써지지 않는다. 노력과 정성, 시간의 투자, 자신의 힘으로 글쓰기 계단을 한 계단씩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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