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호구로, 외로움이 뿌듯함으로…[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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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호구로, 외로움이 뿌듯함으로…[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15)
  • 뉴스앤잡
  • 승인 2020.03.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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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직원들과 어려움, 그리고 일을 통한 회복

“전무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난 2년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지난 2월 중순 필자는 GYBM과정 연수를 마치고 현지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둘러보기 위해 동남아시아 출장을 다녀왔다. 첫 출장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15명의 취업 청년들과 만나 함께 식사했다. 그 중 지난 2016년 9월 연수를 받고 이듬해 6월에 취업한 이지현 대리(가명, 경북대 행정학과)와 나눈 취업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대리는 연수기간에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특히 책을 유난히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지현 대리가 현재 일하고 있는 ‘T사(가명)’는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물류운송기업으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지사망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자카르타 시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이 대리는 항공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회사로는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과 현지기업이 많은 편이고 다른 지사, 법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니 영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를 넘나든다. GYBM 1년 과정에서 배운 인도네시아어는 100% 잘 활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이대리는 취업 당시 함께 연수를 받은 대다수의 동기들은 제조공장에 입사해 주로 외곽도시로 향한 것과 달리 자카르타 시내에 자리를 잡아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 대통령 방문 행사나 교민회 행사 등에도 K-MOVE 출신이자 대우의 GYBM출신으로 초대를 받아 대표성 발언도 하고 기념촬영도 해 이곳 생활에 만족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의 말로 그대로 옮겨본다.

첫 번째 경험은 정성스런 호의도 전문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는 되레 불화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입사 초기에 GYBM과정에서 배운 대로,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멘토의 조언대로 현지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취지로 정성을 다해 대해주었다. 예를 들면, 퇴근 후 비싼 한국음식도 같이 먹고 가끔씩은 집에 초대해 시간도 보내며 사진도 찍고 하는 등 잘 지내려고 먼저 다가갔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많아지고 시간이 가면서 회사에서 관리자인 본인과 현지 직원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나에게 질투를 느끼는 경우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월급과 복지를 받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급기야 시기하던 수준을 넘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정말 많은 고민과 주변 탐문으로 나름대로 새로운 관계설정을 하게 되었다. ‘착한 관리자보다는 일 잘하는 관리자’가 그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전제였다. 말은 안 했지만 직원들은 매니저가 일을 알고 말하는지 아니면 모르고 말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따뜻한 리더십과 뛰어난 문제해결능력 사이에서 균형 잡힌 매니저가 되자는 노력으로 극복 나갔다. 다행히 법인장님이 신뢰를 바탕으로 기다려 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이에 필자가 한 마디 보탰다. “내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에 그런 이치를 깨달은 것은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느 청년보다 빠르게 성숙해가는구나. 그게 자기 경영이며 회사 경영의 기본이니 잘 해 나가길 바란다.”

두 번째는 정말 몸으로 느꼈던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본인이 취업한 회사는 물류운송이라는 포워딩(FORWARDING)업무 특성상 세계 40여개 지역에 지사와 법인조직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차원의 변화와 경쟁이 워낙 치열한 사업이라 일 년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작년에는 자카르타에서 회장님, 사장님과 모든 법인장님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개최지이다 보니 참석자의 입국부터 출국까지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진행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관리자들이 경영전략과 영업계획 등을 주제로 회의하는 것에 참여하다 보니 비즈니스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배우는 기회라 혼자라 힘들고 외로울 새도 없이 지나갔다. 최근에는 방콕으로 비즈니스 출장도 가며 또 다른 경험도 하게 되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회사 네트워크가 있으니 글로벌 업무를 한다는 것이 정말 실감이 났다.

말끝에 필자의 꼰대 근성이 또 나왔다. “긴장도 높고 힘든 일을 잘 해내니까 뿌듯하고 저절로 힘이 생기지?”라고 물었더니, 큰 소리로 “예! 그럼요. 평소에 해 주시던 잔소리가 그립습니다”라고 한다.

이야기를 마치며, GYBM 동기, 선후배들과 자주 만나냐고 물었더니 양면성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한다. 만나면 좋지만 간혹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소식에 맥 빠지는 경우도 있어 가려서 만난다고 한다. 다행히 이대리는 우리 과정에 지원하기 전 한국에서 2년 정도 직장 경험이 있는 것이 큰 힘이 되는 듯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또 다른 전쟁터일 뿐이다’는 기억일 것 같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한편으로, 3년 전 한국에서 기본 교육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향하면서 필자에게 책 한권을 두고 갔던 기억이 새롭다. 책 제목이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이다. 본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필자도 새롭다.

부디 좋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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