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과 곤마(困馬), 그리고 대학의 낭만 [박창욱의 텐.퍼.취.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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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과 곤마(困馬), 그리고 대학의 낭만 [박창욱의 텐.퍼.취.미](14)
  • 뉴스앤잡
  • 승인 2020.01.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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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의 다양한 활동이 중요한 이유

‘미생’드라마에 ‘곤마’라는 말이 나온다. 바둑 용어다. 드라마 전체가 바둑판의 상황을 인용해 연계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용 중 ‘미생(인턴)’들의 ‘완생(정직원)’전환 면접 프레젠테이션 맞대결에서 주인공은 절대 위기에 빠진다. 그때 본인의 바둑 사범(코치)의 ‘말씀’을 떠올리며 대결에서 반전을 꾀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범의 말씀은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라는 것은 없어…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困馬)에 빠졌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읽기에 실패했을 때지. 곤마가 된 돌은 그대로 죽게 놔두는 거야. 단,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하는 거지!” 이었다.

곤마, 피곤한 말(피곤할 곤 困, 말 마 馬)이다. 바둑판 위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상황의 돌들이다. 상대편에게 죽은 돌은 사석(死石)이라고 한다.

취업 관문에는 입사서류 차원이든, 면접 차원이든 ‘본인의 실제 경험’을 많이 묻고 찾는다. 경험이기에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고도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생활 4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최고이다.’ 그 과정 중 ‘성공과 실패’ 그리고 ‘쾌재, 환호와 눈물’의 경험을 찾는 것이다. 그것도 학과 공부 외에 동아리, 인턴, 여행, 알바, 공모전,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활동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생과 완생 사이의 굴곡 경험을 묻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 사회, 인생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트가 크면 클수록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방학이 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책상을 박차고 나와야 된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는 이것은 낭만(浪漫)이라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공부만 하고 스펙만 쌓자면 대학생이 아니지 않은가. 대학 4학년생이 아니고 고등학교 7학년생인 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 40년 전 대학생 때 쓰라린 경험이 하나 있다.
대학 1학년 때 철학개론 과목을 ‘F’학점을 받았다. 커닝을 하다가 들킨 것이다. 공부가 너무 어려워 커닝페이퍼를 숨겨서 준비해 갔는데 교수님께 들켰다. 그리고 ‘F’학점으로 처리되어 지금도 성적증명서에 선명히 남아있다. 당시는 ‘학점세탁’이라는 제도도 없었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이후, ‘인생의 굴곡과 유혹의 극복’을 말할 때 이 사례를 들어 상대를 설득하는 도구로 쓴다. 어떤 경우에는 ‘준비부족은 곧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로 쓴다. 때로는 ‘부정직함의 심리적 상태’를 말할 때도 써먹는다. 나에게 유리하게 표현하는 소재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곤마는 죽게 두되 틈나는 대로 이익을 도모하는 지렛대로 쓰라는 말이다. 의미 있는 명분과 경험으로 연결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뭐든지 활용하면 된다.

대학생활이 팍팍하다고, 살벌하다고만 말하지 말자.
오히려, 그 팍팍함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 출발의 기본이니 그런 것이다. 그런 사람이 대체적으로 도전적이고 대화하기 좋으며 상대에 대한 포용폭도 넓고 공감능력도 뛰어나다. 본인의 경험이 있기에 …

그 경험으로 찾은 명분이 요즘은 하나 더 있다.
‘만약에 별일 없이 지나갔다면 지금 큰 도둑이 되어 감옥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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