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 선거에 퐁당 빠지다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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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8세 선거에 퐁당 빠지다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6)
  • 뉴스앤잡
  • 승인 2020.01.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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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아졌다. 이로써 많이 늦었지만 18세 선거권을 가진 OECD 국가가 되었다. 이 부분에서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18세 선거권을 반대해 온 자한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비난이 쏟아졌고 교실이 선거판이 될 것이라는 교총 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8세 선거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에 대한 팩트 체크와 넓은 시야의 확보가 필요하다.

첫째, 18세 선거권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새싹들인 청소년이다. 18세 선거권에 대한 찬반을 떠나 민주적 의회의 표결절차를 통해 결정된 선거권 연하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청소년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자녀를 불신하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존재로 비칠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둘째, 청소년을 믿어야 한다.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선거참여 가이드를 제공하고 그들의 판단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빠른 시간 내에 지침을 마련하고 가이드북을 내면 될 일이다. 18세 청소년의 한표도 이제 어른들의 한표와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달라진 지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18세 선거권을 가진 그들은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어른과 동등한 권리를 확보한 존재이다. 18세는 민법상 결혼이 가능하고, 군대에 갈 수 있으며(군인 아저씨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18세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일본조차도 2015년에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었다. 유럽 등은 벌써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째, 18세 선거권 때문에 교실이 정치판이 되고 학생들이 전교조에 이용당하고 입시공부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보수 측의 의견은 전교조나 언론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고, 18세 학생들에게 질문해야 할 일이다. 서로들 싸우지 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그 외에는 모두 잡소리다.

사실 18세 선거권 확보 운동의 요람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진보정당이나 전교조가 아니라 청소년들 자체였다. 청소년들은 2004년부터 YMCA청소년전국연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의회 등을 중심으로 18세 선거권을 주장하고 정책과 사회적 의제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2011년 진보교육감들의 등장 시기에 교육감 후보에 대한 평가와 정책요구를 지역별로 활발하게 제안하고 전개하였으며, 여야 국회의원과 정당, 진보 및 보수 시민단체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의론을 개진하였다. 청소년들의 피눈물 나는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 18세 선거권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씨앗이고 나무였다.

올해 총선이 있고, 2년 후에는 대선이 있다. 18세 선거권으로 인해 “교실이 선거판이 될 것이다”, “수험생들의 공부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는 반대논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찬성논리와 함께 부질없고 허망한 일이다. 이는 마치 통행금지 해제를 앞두고 “통금이 해제되면 도둑이 판치고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는 논리나, 주5일제수업의 도입을 앞두고 “주5일제수업이 되면 사교육이 폭증할 것이다”, “주5일제수업이 되면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이 중단되어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학부모단체 공식주장이었지만 이 당시 토요일 급식은 원래 없었다)”는 주장이 난무했다. 모두 말잔치였다. 국민들에게 “통금이 해제되거나” 학생들에게 “주5일제수업이 되면 어쩔것이냐”를 묻는 단체나 언론은 없었다.

그러니 18세 선거권을 걱정하는 단체들이나 정당, 언론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해프닝을 멈추고, 당사자인 18세에게 정교하게 물어보는 신선함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4월 총선부터 선거에 퐁당 빠질 낭랑18세를 기대한다. 그들의 선택권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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