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를 살려보자는 긴급 프로젝트 [김상엽의 지피지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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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자를 살려보자는 긴급 프로젝트 [김상엽의 지피지기](2)
  • 뉴스앤잡
  • 승인 2019.12.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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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 대한 칼럼을 기획하다 보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학교관계자가 다급하게 면담을 요청하여 방문하였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부탁을 하셨다. 아무리 저학년부터 진로교육을 하고 당근책을 구사해도 반응이 없는 소위 ‘깡통스펙’ 졸업예정자들은 이대로 졸업하면 사회에서 낙오할 것이 자명하니 어떻게라도 구제해보자며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사람을 키운다는 보람으로 일하는 강사 입장에서는 이런 교육대상자가 가장 힘든걸 알기에 선뜻 내키지는 않았으나 무엇보다 한 명이라도 책임지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대단해보여 흔쾌히 수락했다.

일단 개인상담을 통해 학생의 특성과 문제점 등 개인적인 컨디션을 파악하기 시작했는데 자격증은 커녕 2점대 학점에 그 흔한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는 학생이 수두룩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졸업을 두어 달 앞두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다년간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험과 기업에서 근무했던 촉으로 그들에게 가장 근접한 직무를 찾아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마친 상담 결과, 졸업까지 거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학생들이 성격 등 자라온 주변 환경을 통해 뜻밖의 가능성이 보였다. 군에서 탄약관리병으로 복무했던 학생은 물류업체 창고관리쪽으로, 학업은 제쳐두고 치킨집에서 1년 넘게 일했던 학생은 식자재유통업체 영업관리쪽으로, 정말 1도 내세울 게 없는 학생이 상담과정에서 놀라운 친화력이 있는걸 발견하고 전공을 살려 기계설비업체 기술영업직으로 가닥을 잡아 나갔고, 동시에 학교에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학생들을 취업시킬 지역 중소기업 일자리를 하나씩 유치해오기 시작했다.

이런 눈물겨운 한 달여를 보내면서 소위 깡통스펙이라는 학생들과 같이 밥 먹고, 토론하고, 혼내고, 격려하다 보니 많은 정이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입사용 자기소개서를 완성하며, 면접훈련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마치고, 마지막 날 정장에 구두를 착용하고 최종 모의면접을 했다. 두 달전 졸업 후 미래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자신에 대해 한 마디 말하지 못하던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가진 에너지와 잠재력에 나 자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그들에게 말해줬다. “취업은 스펙과 실력, 대학이름도 아니다. 너희들 자신을 믿고 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초심을 잃지 말고 학교를 떠나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이라도 해 내는게 너희들 몫이다.” 이후 그들은 한 명씩 한 명씩, 마치 어미새가 새끼에게 벌레를 물어다 입에 넣어주듯 사회로 나가기 시작했고, 특훈반 30여 명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했다.

진로설계의 중요성은 너무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와 학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졸업 즈음 누구나 하는 게 취업이라고 여기는 게 현실이다. 조금만 일찍 자신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진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현장에 나가보면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뭘 해야할지 어떤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아 안타깝다.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이는게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의지와 관심만 있다면 어떠한 조건에서도 누구나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 취준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청년이여, 당신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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