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얀마어를 배웠습니다. 미얀마에서 취업했다 나와서 창업했다가 실패하여 최악의 궁지에 몰렸습니다. 더 이상 퇴로가 없을 때 베트남에 있는 회사를 소개받아 재취업을 하였습니다. 신규 공장설립팀에 합류하여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를 갔습니다. 기계나 설비는 전혀 모르는 상경계전공의 무능력자로 세상의 욕은 다들었지만 대우에서 배운 도전정신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며 공장셋팅을 성공적으로 끝내게 되었습니다. 지식보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호치민 현장으로 돌아와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필자가 듣기에도 눈물나는 일이었다.

지난 12월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졸업생 1,000명의 총동문회를 조직했다. 연수를 마치고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취업해서 활동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발표하는 시간에 강현태(가명, 계명대 경제금융학) 대리가 발표한 내용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T사는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생활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하는 글로벌기업이다.
강대리는 처음에는 미얀마 2기로 2016년 3월에 연수를 마치고 다른 회사에 취업하였으나 관두고, 현지에서 식자재유통으로 창업하였으나 실패하고, 지금의 T사에 입사를 하였다.

그간의 사정을 더 들었다. (강대리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미얀마에서 사업을 실패하고 나니 앞일이 막막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면접에서 근무지가 에티오피아인데 괜찮겠냐는 질문에 무조건 '자신있습니다. 새로운 곳이니 더 좋습니다. 도전을 즐기는 스타일입니다. 단지, 걱정은 제가 전기, 설비, 건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문과생이라는 것입니다'라며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일하면서 배우면 된다' 라며 남다른 의욕도 보였습니다.
2017년 12월 합격통지를 받고, 투입 전 교육을 위해 베트남 본사로 출근하였습니다. 약 2달간 베트남 공장의 라인과 기계, 전기설비 사항들을 둘러보며 교육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 큰 공장의 수많은 공정들이 한 눈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다음 해 2월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12시간을 날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거치고 국내선으로 2시간을 더 날아갔습니다. 현지공항은 동네 버스 정류장 수준이었습니다. 계류된 비행기 짐칸에서 짐을 직접 받아 대합실로 걸어 갈 정도였습니다. 인구 1억명, 솔로몬을 찾은 시바여왕, 70년전 한국전쟁에서 파병으로 우리를 도왔던 나라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라했습니다. ‘여기에서 무슨 생산공장을?’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막상 공장에 가보니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당장 무슨 일부터 시작할지 가닥조차 잡히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멘붕’이 왔습니다. 그날 이후는 하루하루가 '고난의 행군' 이었습니다. 인터넷조차 되지않아 모든 일들을 현지에서 판단,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현지에서 뽑은 ‘기술없는 기술자(?)’들은 무심하게 천하태평이었습니다. 그럴수록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생산부장님과 법인장님은 그런 제가 답답했는지 '뭐 이런 사람을 뽑아 보냈냐, 정말 일 못한다'며 매일 혼을 내셨습니다. 자존심은 바닥에 팽개쳐졌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함을 알기에 온몸으로 부딪혔습니다. 하루 25,000보 이상 공장을 뛰어다니고, 본사와의 교신은 공항에 가야 잡히는 와이파이가 유일한 수단. 컨테이너 도착 스케쥴과 선적 내용, 제품 카달로그 등을 마르고 닳도록 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장의 규모가 발에 밟히고, 기계 종류와 스펙들이 머릿속에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파견전 2달간 받은 교육으로 습득한 '지식'보다 양말이 발에 눌러 붙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겪은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중간관리자다운 '업무지시'가 가능해지며 현지인들과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험하고 익숙지않은 일로 다친 직원은 약도 직접 발라주고, 같이 먹고 뛰며 일했습니다. 상사들의 지시가 과도하다 생각되면 체력에 맞게 분산했고, 지시자와 작업자간의 의견 조율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들의 일부가 되었고, 그들도 팀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간혹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이해하고 움직이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뒤에 있었던 파업에도 전원이 불참하며 팀을 위해 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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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다 듣고 나니 내가 숨이 찼다. 필자와 둘은 행사에 참가한 사실도 까맣게 잊고 듣고 묻고 답해 나갔다. 필자는 “강대리.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해 줄 말이 없었다.
“전무님! 고맙습니다. 처음으로 털어 놓습니다. 모든 것이 GYBM덕분이었습니다. 이제야 김우중 회장님의 말씀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보십시요”
큰 덩치로 한 차례 너스레도 떤다. “이런 일들을 글로 내보내면 한국에 있는 후배들이 겁먹고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한다.
“일부 대학생들은 그럴지 모르지만 대개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숨어있는 도전의식이 꿈틀거리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앞길을 만들어 나가자. 고맙다”며 한 번 꼭 껴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