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의 교육개혁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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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의 교육개혁 [김대유의 행복의 온도](2)
  • 뉴스앤잡
  • 승인 2019.11.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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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각자 교육에 있어서 뚜렷한 교육제도의 개혁을 꿈꾸고 시도했다. 대통령들의 교육 브랜드에 대한 욕구는 간절했고, 그 결과는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제도개혁으로 모아지기도 했다. 이는 대통령 자신의 색깔과 특징을 반영하는 ‘대통령표 교육개혁’이라는 공통분모를 형성하였다. 이승만은 자신의 아호 일민(一民)을 따서 교육현장에 일민주의를 주창하게 했고, 일민주의는 민족주의 색깔이 짙은 공산주의 반대 교육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그 뒤를 이은 박정희 대통령 역시 본인이 공산주의 남로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반공교육을 교육이데올로기로 정착시켰다. 미군정에서 설치한 보건교과를 폐지하여 체육과 교련으로 흡수하고, 학도호국단을 만들어서 학교를 병영화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이후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큰 그림의 교육개혁을 실천했다. 명문 중고등학교 출신 정치인들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중학교 무시험입학제를 실시하여 고교 평준화의 터를 닦았고, 그 결과 만성적인 초등학생의 중학교 입시열풍을 잠재웠다. 또한 자격고사 형태인 예비고사를 도입하여 대학의 입시자율권을 보장했고, 오늘날 특성화고의 효시인 공고와 상고를 활성화시켜서 경제부흥의 인재 육성에 디딤돌을 놓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 초에 이른 바 「7.30조치」라 부르는 과외 전면금지 정책을 펼쳐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노태우 대통령은 1,500명 전교조 교사들을 해직시켜서 역사에 오명(汚名)을 남겼다. 김영삼 대통령은 처음으로 교육예산을 GNP 대비 5%로 끌어올리면서 근대적인 교육의 틀을 세우기 위한 5.31교육개혁을 추진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전교조를 합법화했으며, 처음으로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여 복지교육의 문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60년 동안 변하지 않던 왕정제 교장제도를 허물면서 교장공모제를 도입했고, 교육감주민직선제를 도입하여 교육자치의 디딤돌을 놓았으며, 박정희 대통령 때 폐지했던 보건과목을 국회의 여야 합의 입법으로 부활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제고사와 학교자율화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정치적 정체성(identity)이 묻어나는 교육개혁의 브랜드를 만들고 선택하여 실시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와 대도시의 고교 학군제는 명문 중고등학교 출신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새까만 선그라스를 쓰고 권총을 찬 독재자였기에 반발을 누르고 시행할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과외를 금지시켰던 전두환 대통령의 7.30 과외 금지 조치는 군사정권의 특성을 살린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조차도 국가가 사교육비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강제로 폐쇄하기도 하는 측면이 있음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1,500명의 전교조 교사를 해직시키며 우리 교육의 역사를 20년쯤 후퇴시킨 악업을 단행했다. 그의 학정으로 인해 모처럼 세계교원사에 등장한 참교육 이념이 사라졌고, 교단은 분열되었다. 민주국가에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오랫동안 교육정책을 독점하던 교육부 관료들을 뛰어넘어 민간위원들로 하여금 근대적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게 하였다. 이른 바 오늘날 교육정책의 기본 틀이 되고 있는 5.31교육개혁을 추진한 것이다. 교육예산을 GNP 대비 5%까지 끌어 올리는 결단도 단행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를 이루어 온 지도자답게 집권 초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시키고, 중학교무상의무교육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정체성에 걸맞은 작품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평교사 출신 교장들을 탄생시키는 보직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했고, 주민직선 교육감제를 탄생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탈 권위와 미래형 정책 생산을 목표로 하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주요 공약인 교장공모제를 추진하였다. 노무현다운 색깔과 특징이 서린 교육개혁의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개혁은 그저 제자리뛰기를 반복하였다.

교육개혁은 박정희에서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로 대통령 자신의 투철한 사명감과 의지가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무시험입학제를 도입한 것도, 과외를 금지하는 일도, 교육예산을 한꺼번에 파격적으로 올리는 일도, 사방에서 반대하는 전교조합법화를 단행하고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도입하는 것도,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는 일도, 오직 그러한 결단과 집행은 ‘대통령 자신의 몫’인 것이다. 이는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대통령의 정치 행위이며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고독한 ‘대통령 표 교육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어디에도 문재인 자신의 정체성이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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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2019-11-21 20:03:15
문재인대통령의 교육개혁의지 없음에 적극 공감합니다.
교육지계 백년대계라는 말을 모르시는가 봅니다. 촛불의 힘이 임기동안 아슬아슬 탈거였다면 광장에 나가지 않았을겁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교육이 무엇인지, 그러려면 교육부 관료문화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하는지, 소수의견도 존중받는학교내 문화가 정착될 방법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전교조 합법화가 왜 필요한지 직접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을 뽑은 사람들의 희망을 부디 절망으로 바뀌지 않기를 이제부터라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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