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진로설정에 주는 영향 [신의수의 진로이음](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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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진로설정에 주는 영향 [신의수의 진로이음](34)
  • 뉴스앤잡
  • 승인 2023.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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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는 직업적인 성공에 대하여 직선적인 상향이동보다는 삶의 전반적인 질에 대한 관심 즉,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인 성향이 짙어지는 세태에서 발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은 자신의 성장, 여가, 일과 가족 간의 우선권을 재검토하면서 자기성장을 향하여 자발적으로 진로전환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공 변경, 편입, 이직과 전직의 보편화, 실직 및 조기퇴직 등 진로과정에서 진로전환은 전 생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되었다.

 

인간의 진로전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발달된 이론들은 크게 구조론적 관점의 ‘직업선택이론’과 발달론적 관점의 ‘진로발달이론’으로 양분된다. 이 두 관점의 공통점은 진로결정은 근본적으로 우연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규범적이고 합리적인 원리나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진로결정이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나 기회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크롬볼츠 이후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한 사람의 진로발달과정에서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 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건은 그 사람의 진로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를 가리켜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 부른다. 계획되지 않았지만 이미 발생한 사건들을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서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이처럼 계획된 우연이론은 2019년 타계한 스탠포드대학의 교수였던 존 크롬볼츠(John D. Krumboltz)에 의하여 정립되었다. 인생에서 우리는 계획과 달리 우연한 사건들에 맞닥뜨리게 되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로에 있어서 우연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계획된 우연이론은 송나라 학자 호인(胡寅) 독사관견(讀史管見)에 나오는 글로 삼국지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인 ‘노력을 다한 후에 천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과도 통하는 말이다.

 

우리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영국의 속담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유럽 속담인 ‘모든 것은 신의 뜻에 달려 있다(Everything depends on God's will)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하늘에 도움을 받을 일로 복을 짓고, 결과가 안 온다하여 탓하거나 조바심 내지 말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기다리라는 뜻이다.

 

송병국(1998)이 성인노동자 270명을 대상으로 직업결정과 우연성간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약 59%가 직업결정 과정에서 ‘우연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직업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알아보는 연구에서는 ‘기업의 노사분규’(83.3%), ‘홍수, 태풍 등 천재지변’(80.2%), ‘갑작스런 실업자의 증가’(7.6%), ‘우연하게 얻은 학교나 훈련에 대한 정보’(46.7%),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43.0%)이 직업결정과정에서 우연히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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