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상품이 인기, 짠테크의 극치 [2022채용트렌드(25) - 무지출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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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상품이 인기, 짠테크의 극치 [2022채용트렌드(25) - 무지출 챌린지]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2.08.2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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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전만 해도 '플렉스', '욜로' 등 소비를 통해 인생을 즐기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잡은 바 있다. 짧은 인생이니 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매 순간 즐기며 살아가자는 유쾌한 마음에서 비롯된 트렌드일 것이다. 또한 가상화폐와 주식 등 한탕주의가 유행하면서 노동 소득이 평가절하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요근래 들어서 이러한 키워드를 내세우는 곳을 찾기 힘들다. 대신 MZ세대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무소비·무지출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 절약, 무지출의 유행

무지출 챌린지란 돈을 한푼도 쓰지않고 하루를 보내고, 이를 기록하거나 인증하는 것을 말한다. 무지출 챌린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SNS를 통해 동참자를 찾는 경우도 많다. 

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고용불안정, 물가 상승, 특히나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인 외식비를 소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는 데 반해 주머니 사정은 영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2022년 외식물가지수는 전년대비 8.4% 올랐다. 이는 IMF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점심 한끼 하는 데 평균 8,000~9,000원이 들며, 커피라도 한잔 하려면 1만원은 훌쩍 넘는다. 간단히 햄버거를 먹으려 해도 버거 단품만 5천원선이다. 

배달 수수료도 야금야금 올라 4천원 수준으로 인상되었다. 하지만 배달비는 물가 통계에 포함이 안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하였다. 코로나 이후 경제성장률이 2020년 -0.7%에서 2021년 4%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상승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최근 20년 내로는 최고수준의 상승률이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위축되는데 반해 물가는 오르기만 하니 서민층의 생활고는 당연스러워 보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홈플러스의 6,000원대 치킨이 큰 지지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세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지출 챌린지에 맞춘 관련 상품 증가

외식물가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상품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로 대표되는 절약 트렌드와 고금리가 만나 짠테크(짠돌이 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연단위 이자가 일할 계산되어 하루하루 이자 수익을 받아볼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통장(파킹통장)이 각광받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보상을 얻는 재테크인 앱테크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록 매번 벌어들이는 액수는 적을지언정, 티끌모아 태산 쌓는 심정으로 안전한 재테크를 시도하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앱테크 인기에 편승하여 각기 출석체크, 챌린지 달성, 룰렛 이벤트 등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상품의 매출이 오르고, 농산품의 경우 상처입어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이 오히려 싼값에 인기를 끌기도 한다.

 

욜로, 플렉스, 무지출. 다음은?

일각에서는 무지출은 불가피하게 주변에 불편을 주고,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 '플렉스' 하던 젊은이들에게도 훗날 생각 않고 함부로 소비한다는 비아냥이 꽂힌 것을 떠올리면 어느 때에나 튀어나오는 흔한 반발심인듯 하다.

다만 곱씹어 볼 것은 무엇이 그들을 무지출이라는 극단적 소비형태로 내몰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오르지 않는 고비용 저소득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다름아닌 취업준비생이다. 수강료·교재비·자격증 비용 등도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생활비는 자연스레 쪼들리게 된다. 

그들에게 무지출은 챌린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일상임을 우리 사회는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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