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용이하나 수성은 어렵다 [박강석의 직업사회학](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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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용이하나 수성은 어렵다 [박강석의 직업사회학](5)
  • 뉴스앤잡
  • 승인 2022.01.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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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 또는 “도전과 열정, 창의와 혁신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일”을 의미한다. 기업가 정신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보다 넓은 의미로 재정의 한다면 ‘창업’과 ‘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과 수성이란 정관의 치로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진 당태종의 치적을 다룬 <정관정요>에 나오는 창업이, 수성난을 말한다. 이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정관 10년 태종이 신하들에게 이렇게 하문했다.

"제왕의 사업에서, 창업과 수성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오?“

방현령이 먼저 대답했다.

"창업 초기에는 각지에 군웅이 할거하여 천하가 혼란합니다. 이런 군웅들과의 쟁패전에서 적을 격파해서 항복을 받아 내어 반드시 이겨야 천하 통일의 대업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말하자면 창업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징이 이에 반론을 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왕이 병사를 일으키는 것은 반드시 세상의 도가 쇠잔해져 혼란스러워진 다음입니다. 마침내 무력으로 흉포하고 간악한 세력을 평토해버리면 백성들은 기꺼이 천자로 추대하고, 천하의 인심은 스스로 와서 복종하게 됩니다, 대저 천자의 자리란 하늘이 내리시고 백성들이 받들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창업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하를 얻고 나면 뜻이 방자하여 교만하고 방자해지기 쉽습니다. 백성들은 평안하기를 바라지만 요역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백성들이 피폐해졌는데도 제왕은 사치스러운 토목사업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많은 납세의 짐을 지게 합니다. 한 나라가 쇠망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언제나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주장을 가만히 듣고 있던 태종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방현령은 짐을 따라 천하를 평정하면서 모든 간난신고를 겪으면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겨 간신히 살아남은 까닭에 창업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오. 위징은 짐과 더불어 천하를 안정시켜 왔소. 교만과 방종의 병폐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그로 인하여 위망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 염려한 까닭에 수성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오. 돌이켜 보건대 창업의 어려움은 이제 지나갔소, 앞으로 수성의 어려움은 경들과 함께 신중히 대처하여 뚫고 나아가고자 하오.“

여기서부터 창업과 수성, '창업은 용이하나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창업도 창업이지만 이 수성을 잘 한데서 당태종은 중국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군으로 받들어 모시게 되었고, 그의 ‘정관의 치’가 후세까지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관의 치’가 가능했던 것은 당 태종 한사람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전술한 바와 같이 사치를 경계하는 등 몸가짐에 진중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참모, 즉 많은 현신을 옆에 두었기 때문이다. 결단력이 있는 뚜렷한 두여회, 계획을 짜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방현령이 좌우의 복야를, 강직한 위징이 비서감장을, 청렴한 왕규가 시중을 맡아 태조의 정치를 잘 보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창업이란 일을 시작하여 일으킨다는 뜻이고, 수성이란 이룩한 사업을 잘 지켜 보존한다는 뜻인데 일을 일으키기는 쉽고 그것을 보존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이 창업과 수성에 ‘국가’ 대신에 ‘기업’을 넣으면 기업가 정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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