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대학생활의 지지지지[박창욱의 텐∙퍼∙취∙미](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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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대학생활의 지지지지[박창욱의 텐∙퍼∙취∙미](58)
  • 뉴스앤잡
  • 승인 2021.10.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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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열)을 세는 동안의 GO∙STOP 문제

최근에 전세계에 화제가 된 넷플리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첫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456명의 도전자에게 방송으로 들려오는 소리…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전진할 수 있으며, 이후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탈락입니다. 5분 안에 술래의 눈을 피해 마지막 결승선에 들어오면 통과입니다.”

무척이나 간단한 게임이다. 거리를 감안하면 시간도 충분해 보인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총 10글자(10번)을 세는 동안 GO(고), 그리고는 나머지 시간은 STOP(스톱)이다.

그러나, 정작 참가자들은 너무 쉬웠는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게임은 시작된다. 조금 앞서 나가려다가 실수로 조금 움직이니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바로 즉사시킨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돈다.

그 와중에 두 명이서 누가 먼저 골인하냐로 100만원 내기를 거는 사람도 생긴다. 크게 어려움이 없던 개인 기록성게임이 둘의 경쟁게임으로 바뀐다. 한 사람이 가던 관성으로 몸을 움직이니 여지없이 총알이 날아든다. 같이 내기한 사람이 총알이 관통하며 피를 튀기고 죽자 다른 한 명은 뒤로 도망치다가 죽음을 당한다.

그 때부터 게임의 질서는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 앞뒤 한가리고 뒤를 돌아 도망가는 형국으로 인해 줄줄이 총으로 당한다. 머리 좋은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졸업생은 감지기능이 인형에게 있다는 것을 간파해 요령을 터득하고, 어떤 이는 앞선 자의 머리채를 뒤로 제끼고 전진도 하고, 어떤 이는 넘어져서 앞선 자의 다리를 붙잡으며 도와달라고도 한다. 이 단순한 게임에서 456명 중 201명이 살아남고 255명이 죽는 결과가 나온다.

 

결국은 고와 스톱 판단의 누적치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 너무나 흡사해 보인다. 특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주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극도의 욕망이 춤추는 사회에서 우리는 고(GO)와 스톱(STOP)을 한다. 나갈 때와 멈출 때를 아는 것… 혹은 멈출 곳과 갈 곳을 정해 둔 사회적 약속들..

  • 친구들과 1차만 하고 가야 하는 데, 내친 김에 2차까지 가서 낭패를 당하는 경우
  • 제 때 일어나면 문제가 없는 데, 조그만 더 누웠다 지각하고 마는 경우
  •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는 데, 준비하지 않고 갔다가 시험을 망친 경우
  • 망쳐버린 시험 점수가 싫어서 컨닝의 유혹을 참질 못하고 저지른 경우
  • 몇 번의 컨닝이나 부정행위가 별 문제 없이 지나가며 윤리에 둔감해지는 경우

이렇게 무궁화 꽃이 피었다는 말고 끝났는 데도 움직이다가 한 방 맞을 결정적 순간에서야 ‘아차’하며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죽어 나간다.

모든 시작은 꿈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끝은 천양지차가 난다. 그 교훈을 이 게임은 가르쳐주는 것이다.

 

고스톱의 누적치, 지지지지가 나를 말한다.

학교생활이 이런 훈련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보다 더한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말이 있다.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는 말이다. 지지(知止)는 노자의 '도덕경' 44장에 나온다. 사람은 자리를 잘 가려야 한다.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도 가려서 멈춰야 한다. 그런데 그 판단이 참 어렵다. 우리가 공부하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결국 이 판단을 잘 하기 위함이다. 심지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이 미리 알려주어도 제대로 못한다. 낭패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명 한명에 나를 비추어 본다.

나는 456명 군상(群像) 중에 누구를 닮았을까?

 

*칼럼명[텐.퍼.취.미]는 '10%에 들도록 취업 이후의 미래에도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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